그동안 넷플릭스에서 열심히 보던 ‘Crash Landing on You’(한국어 제목: 사랑의 불시착)가 어제 종영했습니다.

브라이언의 행복한 번역가 블로그 통번역가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상  평화 통일 염원 - '사랑의 불시착' 종영에 붙여

Crash Landing on You의 한 장면

저는 본래 영화와 드라마는 영어로만 보는 게 원칙인데, 가끔 아내의 권유로 한국 드라마도 봅니다. 그런데 주로 장르가 맞지 않아 후회하죠. 전개가 너무 느려서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미스터 선샤인’ 이래로 이렇게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 첨 봤습니다. 울고 웃고 하다 끝나면 아쉬워하고, 언제 일주일이 다 가서 이거 다시 보나 하며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러다 이번이 마지막 회라기에 ‘벌써 끝나? 무슨 드라마를 만들다 말았나!’ 하고 역정을 내며 봤습니다.

마지막 회도 아내와 나란히 앉아 둘이 눈물 펑펑 쏟으며 봤습니다. ㅠㅠ 이런 드라마 쓴 작가와 피디는 나중에 봉준호 감독만큼 상 잔뜩 받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꼭 보세요.

보는 내내 이런 생각 했습니다. ‘왜 우리는 같은 민족인데 이리 떨어져 살아야 하나, 언제까지 저 바보 같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살아야 하나, 인생에 사랑 외에 뭐가 더 필요한가? 난 아내를 만났을 때 그녀가 북한 사람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 사는 것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억세다고만 생각했던 북한 말이 저리 구수한 줄도 처음 알았네요. “기카먼 어캄미까? 고조 빨리 라면이라도 먹자요.” “난 일 업슴네다!” 하며 둘이 북한 말 놀이 하며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굳이 이 글을 쓰도록 만든 것은 마지막 회에 담긴 상징이었습니다. 어쩌면 의도된 상징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냥 제 해석이라고 하는 것이 낫겠네요.

사실 저는 드라마 초장부터 저 기막힌 남녀북남의 사랑이 대체 어떻게 해야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매우 걱정하며 봤어요. 그러다 혼자 생각했죠. ‘그래, 둘 다 캐나다로 오는 수밖에 없어!’

뭐, 캐나다로 오는 건 사실 생뚱맞고, 스위스가 정답이었어요. 거기가 남녀 주인공들이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하고요. 거기는 두 주인공이 (땅굴에서 20시간 포복하지 않고도) 갈 수 있는 땅이었어요. 마지막 회의 스위스 풍경이 그리도 아름다운 건 그들의 사랑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땅이어서 그런 걸까요? (사실 캐나다에도 그 정도 경치는 많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남북한도 스위스처럼 그냥 영원한 중립국으로 살면 좋지 않을까? 이데올로기 없이 누구든 와서 살 수 있는 그런 나라, 남 해치지 않고 살면 만사 오케이인 나라. 그런 나라로 살면 안될까? 그런 나라에서 남한 국민과 북한 인민이 자유롭게 연애하고 결혼하며 살면 안될까?’

저는 북한 사람들을 뿔 달린 도깨비로 그린 책을 보며 자랐기에, 한국에 사는 내내 이데올로기 땜에 시달렸기에, 현역 30개월에 예비군 훈련 10년 꽉꽉 채워 인생 낭비한 경험이 있기에,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분과 대판 싸운 적이 있기에, 지금도 한반도는 저리도 외세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기에, 한때 성큼 다가온 것 같았던 한반도의 평화가 다시 저 멀리 달아나버린 것 같아 속이 무척 쓰리고 아프기에 그런 생각 해봤습니다.

남성 호르몬이 줄어 드라마 보며 눈물이나 흘리는 나약한 남자의 쓸데없는 바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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