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되는 방법 브라이언의 행복한 번역가 블로그  초보 번역가들의 힘든 시기 버티는 법

 

제목을 저리 정하고 보니 너무 부정적인 분위기가 나는데, 그래도 제가 할 말의 요점을 표현하기 위해 그냥 뒀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번역가가 되는 일에 가장 큰 난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외국어 실력? 모국어 실력? 다양한 경험과 지식? 인맥?

 

물론 위에서 열거한 것들도 다 중요한 것들이고 또 단기간에 쉽게 갖출 수 없는 것들이지만, 제 생각에는 그래도 최대 난관은 돈인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아무리 적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 오늘부터 번역가 할 거야!”라고 느닷없이(?) 결심한다면, 그런 사람은 번역가라는 커리어에 제대로 안착하기가 무척 힘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훌륭한 미래의 번역가라 하더라도 지금 현재의 시장은 그 사람을 전혀 알아주지 않거든요. 내가 아무리 잘 할 수 있다고 여기저기 말을 하고 심지어 통사정을 한다 해도 시장은 냉담할 것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직 검증(번역 실력, 납기 준수 여부 등등)되지 않은 신출내기 번역가의 실력을 검증하는 일은 귀찮기도 하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드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검증되지 않은 신출내기(이런 말은 누구나 듣기 싫은 말이지만 실력과 상관없이 시장의 눈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에게 번역을 맡기는 것보다는 크게 맘에 들지는 않더라도 지금까지 함께 일을 해 온 번역가와 계속 거래를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이유로, 큰 맘 먹고 비장하게 “나 오늘부터 번역가 할 거야!”라고 선언해도 주변은 조용, 냉담, 무관심,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등만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변이 조용하면, 여기저기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해 봐도 다들 시큰둥하면, 첫 달에 열 군데 정도 비딩을 해 봐도 한 군데도 응답이 오지 않으면,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거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선 건가? 내 스펙이 부족한 건가? 어디가서 무슨 대학원이라도 나와야 사람들이 알아줄려나?’ 등등 별 쓸데없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실제로 위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 글의 요점은 적성과 능력을 이미 다 갖추었어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번역가라는 커리어로 진입할 때에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어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첫 달부터 지금까지 다른 직업에서 벌던 만큼 벌겠다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한 두세 달 열심히 여기저기 알아보고 비딩하다 보면 자리를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분은 의외로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제 경험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읽은 어느 인터뷰 기사입니다.

 

저는 번역이 제가 좋아하고 또 할 만한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확신이 있었지만 그것이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간에 아무튼 정보가 도무지 없었거든요. 그래서 맨 땅에 헤딩을 시작한 건데,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비딩을 해 나가면서 고객을 조금씩 늘려 갔습니다. 당시 제 목표는 한 달에 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그렇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10달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아, 번역이 전업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번역은 꾸준히 해 나갈 부업 정도로 생각했고 번역에서 대단한 수입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돌아보면 매달 매우 작은 수입이었지만 그것을 크게 여기고 기뻐하면서 그 10달을 지냈습니다. 10달이 지난 후에도 다른 일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줄였지만 여전히 다른 일들도 하고 지냈습니다. 번역을 전업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도 시간이 꽤 지난 후에 제 몸과 관련된 사정을 포함한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였는데, 그 때는 이미 번역에서 나오는 수입이 상당한 정도로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그렇게 전환하는 것에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다른 분들의 사정을 듣다 보니, 저의 번역가 커리어 진입은 멋모르고 쉽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던 일을 두부 자르듯 탁 그만 두고 번역을 전업으로 삼겠다는 분들이 그렇게 해도 되냐고 물어보시면 참 주저가 많이 됩니다. 제가 그렇게 해 보지 않았고 또 번역을 새로 시작해서 시장의 인정(명성, feedback 축적)을 받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므로 가족이 있는 분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죠.

 

제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최근에 읽은 번역에 대한 어느 기획 기사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2011년에 작성되었으니 이미 옛날이고, 캐나다에 대해 써 놓은 것도 황당하게 틀린 내용이고 또 기사의 전체적인 방향도 그다지 제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 기사 중에 스페인어 번역하시는 분의 시원하고 솔직한 발언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여기에 옮겨 봅니다. (기사 원문을 읽고 싶은 분은 여기를 클릭)

 

[인용 시작]

 

번역,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인터뷰 ②] 스페인어 전문번역가 전재훈
2005년부터 전문 문서번역가로 활동 중인 전재훈(45)씨도 번역가로 입문하기는 쉽지 않았다. 27년간 아르헨티나에서 거주한 전씨는 현지에서 입시학원을 경영하다 2002년 귀국했다. 처음에 그는 통역과 번역을 같이 했다. 번역회사에는 50부가 넘는 이력서를 보냈다.

 

“일을 꾸준히 받는 데 2년 가까이 걸렸어요. 다른 번역가들에 비하면 짧은 편이었죠. 그나마 전문 언어가 스페인어라 번역가가 적었으니까요.”

 

현재 그는 20여 개 번역회사와 일하고 있다.

 

전씨는 전문번역가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어떻게 번역가가 될 수 있냐고 질문하면 ‘1년 이상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먹고살 만큼 돈이 있는지’ 되물어보죠.”

 

그는 업계에서 인정받아야 일이 계속 들어오고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그 전까진 한두 달 놀 수도 있다. “그래서 1년 하다 그만두는 사람이 더 많아요. 전문 번역가가 되기까지 보통 2년에서 3년 정도 걸리는데, 그때까지 버티기가 힘들죠.”

 

전씨는 번역을 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단가’라고 했다. 번역하려는 사람이 많고 번역회사 간에 경쟁이 붙다보니 단가는 점점 내려간다.

 

“의뢰인이 최저 단가를 부른 번역가에게 일을 맡기는 ‘경매 번역’ 회사도 있어요. 이곳은 번역물을 돈으로만 평가하는 거죠. 어떤 사람들은 지인들에게 무료로 번역을 해주기도 하는데, 전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번역은 번역가의 실력에서 나온 지적 재산이거든요.”

 

그는 번역가에 따라 번역물의 품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번역물은 모든 분야를 다루는데 같은 단어도 분야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다방면으로 경험이 많으면 번역도 더 잘하는 이유다. 올바르게 번역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책임감도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문서를 번역할 때는 정확성이 매우 중요해요. 저는 번역하는 것보다 단어를 사전으로 검색하는 게 더 오래 걸려요. 표현이 맞는지 수십 번 읽어보고, 오타 확인하고…. 그래야 좋은 번역이 나오거든요.”

 

끈기와 자기관리도 번역가에게 필수다. 전씨는 한때 번역일을 그만두고 싶어 대리운전도 생각했다.

 

“사람들은 집에서 쉽게 돈 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회사원이 더 부러워요. 정해진 근무 시간이 없으니까 ‘눈 뜨면 출근 눈 감으면 퇴근’이란 말도 해요. 그래서 자기 시간을 철저히 관리해야 돼요.”

 

그는 맡은 일을 못해내거나 납품 기일을 미루면 일이 더 이상 안 들어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번역가의 위상이 높아지려면 번역가에게 프로정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번역은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꾸준히 앉아서 집중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신뢰도 철저히 지켜야 하고요. 번역가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거죠.”

 

 

[인용 끝]

 

 

이미 잘 정리된 것을 제가 또 요약할 필요야 없겠습니다만, 대부분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한다는 말, 그리고 이 분도 정착하는 데 2년에서 3년이 걸렸다는 말은 중요합니다. (밑줄 쫙.) 물론 어떤 경력을 가지고 어느 시장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다르고 또 과연 얼마나 벌어야 만족스러운 수준인지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재훈 번역가님의 발언은 새겨 들어야 할 중요한 교훈입니다.

 

정리. 번역가를 자신의 평생 일로 정한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지금 당장 번역만 해서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라겠지만, 시장에 정착하기까지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따라서 번역을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일을 진행하되 단기적으로는 정착이 완료될 때까지 수입을 보충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어야 합니다. 저축해 둔 돈이 가장 좋겠고, 번역과 병행할 수 있는 간단한 일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프로필을 빨리 만들어 장터에 일단 올려 두는 것도 초기에 거의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긴 시간을 단축시키는 요령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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