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영어공부법: 지리산 청년님과의 메일 공개

제가 블로그를 만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칭 “지리산 청년”이라는 분에게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영어공부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어서 제가 아는 바를 조언해 주었습니다. 제 조언이 그 지리산 청년에게 새로운 것은 아니었고 그 분이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을 제가 확인해 주는 정도였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분은 특별한 분 같습니다. 조언이나 비법같은 것을 찾는 사람은 많지만 그런 것을 가르쳐주어도 정작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드문데, 이 지리산 청년은 그걸 몇 년째 실천하고 있는 겁니다. 그 결과 상당한 진보를 이룬 것 같습니다. 이 분은 번역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영어를 종합적으로 잘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분인데 이런 속도로 계속 공부해 나가면 아주 실력이 좋은 통역가가 나올 수 있겠다 싶습니다. (물론 나중에 그 실력으로 뭘 할지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요.)

 

저와 지리산 청년의 이메일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 영어를 잘 하려고 애쓰는 다른 많은 분들에게 격려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블로그에 올려 봅니다. (사적으로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하려니 좀 멋적기도 하지만 그래도 있는 대로 올려 봅니다. 저나 지리산 청년이나 처음에 이메일로 쓴 것이니 맞춤법이나 논리 등을 보지 마시고 내용만 보시길…)

지리산 사진 하나 올려 봅니다. 저도 옛날에 죽을 힘을 다해 천왕봉을 올라본 경험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지리산 사진 하나 올려 봅니다. 저도 옛날에 죽을 힘을 다해 천왕봉에 올라본 경험이 있습니다.  :D

 

지리산 청년:

처음 뵙겠습니다. 24살의 지리산에 사는 청년입니다.

 

우연히 번역가님의 블로그를 알게되어 외국어를 습득하는 법에 대해 정보를 알았습니다.

 

저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영어를 공부한지 1년 정도 되어갑니다.

 

첨부터 영어를 공부하고자 했던 건 아닌데, 1년 전 8월달에, 미국드라마인 ‘모던 패밀리’ 라는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아 이 드라마 대본을 가지고 대사를 한 번 외워볼까? 해서 시작했던 공부가 지금은 유일한 공부 방법이 되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았었는데, 영어공부를 항상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그렇게 시작한것이 대본 외우기 였습니다.

 

기초도 없는 저에게 그 방법은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공부한 지 4개월이 지나 이태원에 무작정 가봐서 외국인들을 붙잡고 대화를 했는데, 다들 제가 공부한 시간에 비해 실력이 좋아서 놀래더라구요.

 

무엇하나 자신있게 이루어 본 적이 없는 인생에 그러한 평가들은 몹시 인생을 윤택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번역가님, 이제 1년정도를 공부하고 있는 시점에서, 뭔가 제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집니다.

 

번역가님의 말대로, 전 지금까지 문장을 하루에 2~3개 많으면 20개 까지를 말을 하고, 노트에 3번씩 써가며 공부합니다.

 

근데 매일 하는 그 작업이 과연 번역가님처럼 영어 전문가처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영어 기초가 없는 저는 지금도 해석을 봐도 이해가 안되는 문장들이 너무 많고, ( 예컨대 전치사, 혹은 어려운 단어들도 ) 해석이 있어도 어째서 이런 문장이 이런 뜻이 되지? 하는 문장들도 많구요.

 

더군다나 리스닝은 정말 안됩니다.

 

물론 리스닝을 위한 시간을 투자한 건 아닙니다. 그저 문장만 쓰고 말하고 외우려 했던 게 전부인데요,

 

이 방법만 꾸준히 유지시키면 번역가님처럼 될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합니다.

 

겨우 ABCD 알았던 제가 이런 고민을 하기엔 건방져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제 영어 전문가가 되고싶습니다.

 

제 목표는, 번역가님처럼 되는 것입니다. 번역가가 꿈은 아니지만, 제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을 영어로 하고 듣기도 가능한 상태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 하는 방법만 계속 밀고 나가면 되는 것인지.. 조언을 구합니다.

 

사실 지금도 간단한 영어 문장을 봐도 해석이 힘들고, 미드도 해석을 보기 전엔 듣기도, 독해도 안됩니다.

 

문법도 문장을 외우는 것에서 자연스레 터득하고자 손도 안 댔구요, 어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지 해석이 되어있는 문장을 보고 말하고 쓰고 외우는 것.

 

이것이 제 공부의 전부인데, 이 방법의 끝이 정말 제가 원하는 모습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주위에선 제가 영어를 잘하는 모습에 모두가 놀라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던데, 정작 제 자신은 자신에게 항상 불안해하고 자신 없어 합니다. 그래서 더 이 방법이 불안한 느낌이구요..

 

전문가님 입장에서 꼭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Bryan:

24살의 지리산 청년님, 반갑습니다!

 

우선, 이렇게 영어공부는 곧 시험공부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그런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계시다니 결심과 뚝심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축하를 드립니다. 왜냐하면 그건 제가 아는 한 최선의 방법이고, 이미 성인이 된 사람으로서 외국어를 정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중학교 2학년때부터 그렇게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니까 저도 깜짝 놀라고 주위에서도 깜짝 놀라는 영어 도사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도대체 제가 영어를 왜 잘하는지 남도 모르고 저도 몰랐습니다. 조금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저를 남과 다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실 이 방법은 외국어에 능통한 많은 사람들이 정석으로 여기는 방법입니다. 로제타스톤이라는 외국어 학습 방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방법이 다름 아닌 외국어 문장 통째로 외우기입니다. 중국의 어느 영어 고수도 이 방법만 이야기합니다. 공동묘지에 가서 고래 고래 소리지르며 영어 문장을 크게 말했다더군요. 그렇게 해서 영어(단어, 문법, 단어들 사이의 결합, 문맥, 어순, 단어 사용 빈도, 단어 용례 등등)의 모든 것에 한꺼번에 익숙해 지는 거지요. 제가 저 괄호 안에 써 놓은 것을 하나씩 떼어서 가르치고 배우고 시험보는 것이 학교 영어 교육입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24살의 지리산 청년님께서 하시는 방법은 저걸 한꺼번에 습득하는 초고속, 최고 효과의 방법이니까 그대로 밀고 나가십시오. 영어 정말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 제가 보장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될까 하는 불안감은 이해합니다. 이것 저것 이해가 안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조오련이라는 수영 선수가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까지 헤엄을 쳐 간 일이 있습니다. 다들 입이 쩍 벌어지는 일이죠. 그런데 그렇게 하는 데 뭐가 필요할까요? 아마 한 백가지는 필요할 겁니다. 그러나 뭐가 가장 필요할까요? 그건 수영을 오래 할 수 있는 체력과 수영 기술(한마디로 수영 실력)입니다. 너무 당연하죠? 사람들이 조오련 선수처럼 못하는 건 백 가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딱 한가지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한가지를 제외한 백 가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지만 그만한 수영 실력을 쌓는 것은 너무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니까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오련 선수처럼 못하는 겁니다. 이제, 조오련 선수처럼 대한해협을 건너고 싶은 꼬마가 있습니다. 그 꼬마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은 부모는 그 꼬마에게 뭘 가르쳐야 할까요? 그리고 그 꼬마는 하루의 대부분을 뭘 하고 지내야 할까요? 당연히 수영입니다. 다른 백가지로 이 꼬마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됩니다. 수영 실력이 조오련 선수만큼은 안돼도 그 비슷한 정도라도 되면, 필요한 백가지 중에 90가지는 어느 새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자기도 모르게 터득한 상태일 겁니다. 나머지는 사람들을 고용해서 배우면 되고, 필요한 것을 돈으로 사도 됩니다.

 

비유가 적절한지 몰라도 저는 영어를 잘 하려면 문법도 배우고 단어도 공부하고 무슨 시험도 보고 해야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백발백중 영어 못하는 사람입니다. 영어 잘 하는 사람은 그냥 영어 자체를 잘 합니다. 여기저기 부족한 구석은 누구나 있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구석이 있어도 영어를 실제로 할 줄 압니다.

 

듣기, 독해가 아직 안되는 건 당연합니다. 1년만에 그걸 하겠다는 건 영어가 얼마나 넓은 바다인지 몰라서 그런 겁니다. 5천 시간은 들어야 귀가 트입니다. 지금 방법을 더 많이 하시다 보면 전치사의 용법도 어느 새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언젠가 (지금 말고 적어도 3년 뒤에) 문법 책도 사서 보시면, 이해가 순식간에 될 겁니다. 왜냐하면 문장을 수없이 외워왔으니까요. 문장을 외워 익힌 적이 없는 사람에게 문법 공부는 소귀에 경 읽기입니다. 하나도 못 알아 듣습니다. 외워야하는 수학 공식 비슷해집니다. 그러나 문장을 외운 사람은 문법이 쉽습니다. 물론 문법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법을 배우면 문장을 정확하게 쓰고, 내가 사용하는 패턴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것들은 다 조오련 선수의 수영 실력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영을 밤낮 하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되는 수많은 지식, 부수적 지식, 그게 지식인 줄도 모르고 알게 되는 지식일 것입니다.

 

제 말이 도움과 격려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지리산 청년:

이정국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중히 보내주신 답장, 찬찬히 읽었습니다.

 

영어 기초가 없는 제가 1년가지고 너무 욕심을 부린 모양입니다. ^^

 

지금은 하고 싶은 말도 온전히 안 나오고 몹시 답답하지만, 선생님 말씀 믿고 꾸준히 가겠습니다.

 

저는 30이 되기전에 외국에 혼자 카메라 들고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도 자유롭게 만나고 외국에서 일도 하고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생각하면서 꼭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가 캐나다였는데, 간간히 염치없지만 캐나다에 대한 정보나 여행에 대해 여쭙고 하겠습니다.. ^^;;; ㅎㅎ

 

열심히 영어를 배워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게 제 꿈입니다.

 

이정국 선생님 감사합니다. 지금 미드로만 계속 하고 있는데 한 번 쭉 밀고 나가 보겠습니다.

 

힘들때마다 선생님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리산 청년:

선생님의 주옥같은 조언을 듣고 더욱 문장외우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염치불구하고 또 몇가지 질문이 있어서 메일 드립니다. 선생님께서도 조언자가 없어서 힘드신 점이 있으셨으니 제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시지 않을까.. 하는 주제넘은 생각을 해봅니다 ㅠㅠ..

 

선생님, 제 목표는 제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영어로 말하고, 듣는 것이 가능한 겁니다.

 

아마 통역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러기 위해서 문장을 외우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아무런 문장을 외워도 되는건지.. 그것에 관한 실질적인 공부방법에 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미국드라마의 대본에 있는 문장을 외우면서, 며칠전에는 시중에 파는 고등학교 독해 문제집을 사서 거기 있는 본문들. 그것들도 외우고 있습니다.

 

암기에는 자신이 있어서 본문을 통째로 외우고 말하고 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근데 선생님, 미드 문장과 일반 시중의 교과서를 외우는게 과연 말을 잘 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

 

그러니까, 문장을 외우는 것이 말을 잘하게 하는 것에도 효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문장외우기가 말 잘하는 것에도 효과가 있다면, 선생님께서는 어떤 경로를 통해 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미드 문장 외우기와 교과서 본문 외우기. 이 2가지가 제 공부의 전부인데 다른 교재를 가지고 해야되는지, 아니면 아무 문장이든 상관없으니 어떤 문장을 외우기만 하면 말을 잘 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안그래도 바쁘신 선생님께 다시 메일 드리면 성가실 것 같아 며칠 고민하다가 결국 보냅니다.. 주위에 정말 여쭤볼 곳이 없어서 이렇게 죄송한 질문 또 하게 됐습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아무 문장이나 외우면 되는 것인지, 소중한 가르침 다시 한번 허락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꾸벅 !!

 

Bryan:

하하, 그렇게 미안해하면서 물어 보실 것 없습니다.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구요. 또 약간 불안해하는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1. 굳이 체계나 효율을 따지자면, 시중에 나온 책 중에 “(회화를 위한) 기본 문형 50가지” 그런 비슷한 책들이 나와 있을 겁니다. 그런 책 중에 하나를 사서 거기 나오는 것들을 먼저 외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뼈대가 되는 문형들을 소개하고 그것을 확장해서 보여주니까요. 저도 그런 비슷한 제목의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1.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뼈대입니다. 사람이 뼈대만 가지고 살 수 없고 뼈대만 계속 굵게 한다고 건강해지지도 않듯이, 일단 뼈대를 어느 정도 익힌 후에는 이미 말했듯이 정말 많이 외워야 합니다. 사람들이 영어 읽기나 쓰기도 못하고 회화도 못하는 것은 이것을 안 해서 그런 것이지 위와 같은 책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심지어 위의 1번을 안해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위의 단계는 그저 외우는 것을 좀더 쉽게 해 주는 것일 뿐이거든요. 이미 많이 외운 사람은 저런 것도 필요 없습니다. 전 그랬어요. 그리고 아마 우리 지리산 청년께서도 저 단계를 오래 전에 넘어섰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렇다고 저런 책 하나 더 읽고 외운다고 손해 볼 것이야 없죠.)

 

  1. 제 얘기를 하자면,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지금처럼 영어 회화를 강조하지도 않았고 그런 책도 없었습니다. 저만 해도 실제 외국인의 말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대학에 가서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었고, 워커맨이라는 개인용 휴대 녹음기가 겨우 나온 때인데 저는 그런 것을 살 경제적 여유도 없었거니와 그런 것 사서 영어 공부를 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외운 문장은 고등학교 때 접한 “성문 기본 영어”라는 책의 문법 설명용 예문들입니다. 정말 기본적인 것들이죠. 그러나 크게 보면 제가 했던 것은 지금 지리산 청년께서 하시는 것과 비슷합니다. 뜻을 이해한 상태에서 반복해서 읽고 또 그걸 종이에 써 보면서 외우는 거죠. 그 방법 하나로 저는 고등학교 때 정말 영어 잘 했습니다. 대학에 가서도 어느 정도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작문도 어느 정도 했고요. 딱 하나 안되는 것은 듣기였습니다. 도무지 안 들렸죠. (시대가 달랐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함…) 들리는 것은 정말 정직하게 많이 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한국에서도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은 캐나다 와서 해결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듣기를 제외한 나머지 세 영역, 즉 말하기 읽기 쓰기는 외우는 것으로 다 해결한 셈이죠. 저는 요즘 사람들이 보는 토익이란 것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고 토플이라는 시험을 본 적이 있는데, 듣기 영역 말고는 사실상 만점을 받았었습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암튼 문장 외우기는 그런 놀라운 것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는 전철에서 “다락방”이라는 기독교 월간지를 외웠습니다. 한 면은 영어 한 면은 한글인데 영어 페이지를 지하철 안에서 통째로 외워버렸어요. 전 지금도 외웁니다. 화장실에서 만화를 보죠. 그리고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 바로 외웁니다. 그 외에도 생활 속의 이런 저런 순간에 눈에 튀어 들어오는 문장은 그 자리에서 즉시 씹어 삼켜버립니다. 물론 다음 날이 되면 내가 어제 뭘 외웠는지 전혀 기억을 못합니다. 하지만 어제 먹은 음식이 기억이 안 나도 내 몸 안에 소화가 되었듯이, 문장도 그렇습니다.

 

미흡하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Bryan:

쓰고 나서 보충.

 

미드를 보면서 외우는 것은 제가 했던 것보다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소리를 듣고 따라 하는 것이니까 듣기를 잡아 주고, 발음도 잡아주니까요. 전 듣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정말 노력 많이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오디오 북 등을 빌려서 정말 밤낮 들었습니다. 그 노력 덕분에 오늘처럼 영어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발음도 어느 고마운 할머니께서 일일이 그리고 반복해서 몇 년 동안이나 교정해 주셨습니다. (그런 친절한 분을 만났으니 저는 참 복이 많죠…) 덕분에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소통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텍스트밖에 없어서 그걸 가지고 외우느라고 나중에 듣기, 발음 등은 따로 공부를 했는데, 미드를 가지고 외우는 것은 저런 문제까지 한꺼번에 잡아주니까 정말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나 일석사조 정도는 되는 거죠.

 

지리산 청년:

선생님 이렇게도 친절하게 또 자세히 설명해주시니 제가 무엇을 해드려야 할런지요. 주소라도 알면 지리산 벌꿀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ㅎㅎ

 

선생님 말씀처럼 외우기로 말하기 쓰기 읽기가 가능하다면 일단 어떤 책이든 상관없이 외우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블로그에 언급하신 것 중에 제대로 된 것으로부터 배우라고 하셔서 전 제가 하는게 제대로 된 것인지 알고 싶었는데 결론은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하겠습니다. 미드 또한 진행시키구요. 홀로 하는 공부, 하다 보면 막막하고 답답할 때가 있을 텐데 간간히 메일 드리겠습니다 ^^ 여긴 이제 막 추석이 끝났는데 타지에서 명절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다른 고민 (?) 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

 

지리산 청년:

선생님 잘 지내십니까 ^^?

해가 바뀌었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영어공부를 하다 지칠 땐 항상 선생님 말씀 보며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ㅎㅎ

 

며칠 전 서점을 갔습니다. 가서 수능 대비 문제집을 펼쳐서 문제를 풀어보았습니다. 근데 참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학창시절 영어를 아예 손놓고 있던 제가 물론 모든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겁니다.

 

이런 경험은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전 문제를 풀기 위한 영어를 하는 건 아니지만 회회공부를 하는데 문제도 함께 풀리니 기쁜 일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미 선생님 조언대로 공부한 것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근데 정국선생님, 제가 지금 시중에 파는 영어리딩 문제집을 사서 지문을 다 외우고 있습니다. 읽고 말하고 쓰기를 반복하며 하나의 지문을 열 번 정도는 외워서 쓰고 다음 지문을 넘어가는 식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문의 내용은 유용한 정보나 상식등의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외운 지문이 며칠 지나면 까먹는 데다가 회화를 하는 순간에 지금껏 외웠던 지문의 유용한 문장들이 기억이 안나고 표현이 안 됩니다. 그래서 기껏 외워놓은 지문을 써먹지 못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 좋습니다.

 

예전과 달라진건, 노트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긴 지문도 금세 외울 수 있게 된 겁니다. 아마 메모리 스팬이 늘어난 셈이겠지요?  제가 암기력이 뛰어나 외우는 건 잘하지만 오래전에 했던 지문이나 몇 주 전에 했던 지문을 기억을 못 해버리니까 회화에 써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쪼꼼 불안합니다 ^^;;

 

아마 선생님 말씀대로 3년 정도는 꾸준히 해야 된다고 생각은 합니다 ㅎㅎ 공부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으레 할 수 있는 불안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푸념을 선생님께 드려봅니다.. ㅎㅎ 그냥 꾸준히.. 하면 되겠지요? 이미 외운 단어, 문장들을 까먹어도 계속해서 어떤 문장이든 외워버리면 되겠지요 선생님…?

 

Bryan:

사람이 잊어버리지 않으면 죽습니다. 그러니 잊어버리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처음 공부할 때는 외운 문장을 몇십 년 기억하려고 하지만 그건 안됩니다. 그런데 실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고 문형은 머리 속에 계속 남아 있습니다. 내용이나 단어 등은 잊어버리겠지만 그 비슷한 상황에서 그 비슷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그런 문형이 깊은 기억 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람이 모국어로 언어 생활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다 그런 이치입니다. 수많은 반복을 통해 일종의 template이 생겨서 그것과 비슷한 문장을 쉽고 자연스럽게 생성해 내는 겁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문장을 외운다고 생각하지만 길게 보면 문형을 외우는 것입니다.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이니까 계속 열심히 외우고 또 잊어버리고 하세요. 잊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됩니다. 계속 외우고 마음 편하게 잊어버리세요.

 

Bryan:

지리산 청년님, 혹시 그동안 저와 주고 받은 이메일을 제 블로그에 공개해도 괜찮을까요? 물론 이메일 주소나 이름(어차피 모르지만) 등은 빼고 저와 주고 받은 내용만요. 영어를 잘 하고 싶은 다른 분들에게 지리산청년님의 체험을 알려주면 격려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지리산 청년:

블로그에 공개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선생님. 오히려 제 이야기가 선생님의 블로그에 공개되어 다른 많은 분들에게 격려가 된다면 제가 영광입니다.

 

대신 이렇게 간간이 푸념을 적어드리면 힘드시지 않는 선에서 답장은 부탁드립니다.. ㅎㅎ 이제 곧 설입니다. 그곳에서 설을 지내십니까..? 항상 건강하십시오. 나중에 또 메일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8 Comments

  1. 지리산청년님, 존경스럽습니다. 함께 열심히 공부해요!
    잠시 오지랖을 부리자면, EBS 교재들도 좋은 게 많으니 다음에 서점에 가실 때 한 번 훑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 First of all, i’d like to say ‘Thank you for metioning me on your bolg Mr. Bryan Lee. im a Jirisan guy. i’ve read you post just now, im so honored . I’ve been studying with this way we’ve been talking together with G-mail and it still helps me. Many people who are staying around me always said to me ‘ wow you are getting better than before !!’ i think it’s really great happening in my entire life ever. i will keep studying over and over again. Sometimes i feel so disppointed of me because im not the one who is not goot at memorizing something but why do i forget many english words or sentences that i already tried it. but it’s ok. As what you said, we are always like this right ? i just need to study more^^ my only one goal is becoming a person who can say everything whatever i want in english Mr. Lee. If i keep doing this, i will be that one some day dont you think ? Thank you for everything Mr. Lee. i will send you G-mail sometime. Please be healthy Mr.Lee Bye..^^ ( I’ve wirrten this comment on my own power ^_^)

  3. 지리산 청년님께서 남기신 글이 무척 감동적이네요..!!

    브라이언 선생님의 블로그가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리산 청년님처럼 말이지요..^^

    역시 매일의 노력이 커다란 성취를 이루는군요…

    저는 20년전 캐나다에서의 첫직장인 스코샤뱅크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었는데
    전화회의가 너무나 공포스러운 업무였습니다.

    이민 새내기였던 저는 중국이나 파키스탄 액센트의 영어를 알아듣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원어민 액센트의 영어도 완벽하게 알아들은 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그 때부터 시작한 것이 “받아쓰기” 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받아쓰고 나중에 영어 자막이랑 비교해 보고…
    그렇게 오랜 기간 하다보니, 나중에는 종이나 연필이 없어도 머리속에서 받아쓰기가
    저절로 되더군요..

    아직도 영어가 서툴지만 그래도 듣기훈련에는 받아쓰는 작업이 효과적인 것 같아서
    글을 남깁니다.

    받아쓰기한 문장을 바로 영어 자막이랑 비교해보기 전에 문법적으로 맞게 적은 것인지
    스스로 수정한 후에 (문법상 많이 틀려있으면 제 귀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잘 못 알아듣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더군요..) 나중에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훈련을 스스로 하면 주어와 동사의 일치 또는 시제등이나 정관사, 부정관사등의 스쳐지나가는
    부분등 잘 안들리는 부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이 듣기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4. 한가지 더..

    영어 듣기가 힘든 점이 저는 “연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단어의 시작이 모음으로 시작할 때, 앞단어의 마지막 자음과
    연결이 되는 음들 때문에 정확히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한국어와 영어는 자음을 발음할 때 입안의 혀의 위치가 다릅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한국어의 “ㄷ” 과 영어의 “D” 를 같은 발음이라고 알고 있지만
    소리내는 방식이 다릅니다.

    한국어의 자음들은 혀가 입의 아래부분에 위치하며 내는 소리들이 많은 반면에
    영어의 자음들은 혀가 윗니의 뒷부분 즉 입의 천장부분에서 만들어지는 소리가
    많습니다.

    따라서 한국어에 없는 자음들인 F, V, TH (2 종류) 만 제대로 소리낼 수 있다면
    소리를 알아들을 때도 효과적입니다.

    CNN의 리포터들이 말을 할 때 소리를 줄여놓고 보면 계속 뱀처럼 혀가 입술안과
    밖으로 빠르게 들락날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TH 소리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발음들만이라도 제대로 발음하는 법을 익혀서 책을 소리내어 매일 제대로
    계속 읽게되면 발음이 몰라보게 좋아집니다.

    저는 회의석상에서 제 발음을 못 알아듣는 동료들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이 방법으로 오랜 기간 연습해서 스스로 발음을 교정하였습니다.

    저는 일본어, 태국어도 공부해보았습니다만 한자를 포함하여 3개의 표기체계로
    자국어를 표기하는 일본어나 성조가 있는 중국어, 태국어, 베트남어들보다
    영어가 배우기 쉬운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외국어는 매일매일의 부단한 노력없이는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습니다.

    브라이언 선생님께서 아직도 새로운 표현은 무조건 외우신다고 하셨는데,
    저도 영화를 보다 모르는 표현이 나오면 바로 사전을 찾아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찾아볼 수 있어서 너무 편리합니다.

    참고로 아래 웹싸이트는 거의 모든 영어 영화의 세계 각국의 자막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웹싸이트입니다. 컴퓨터에서 영화를 보실 때 영어자막을 꼭
    다운로드 받아서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은 그냥 보시고, 두번째는 자막과 함께 보시고..

    그러면 자신이 어떤 단어를 못 알아듣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몰랐던 단어들도 배우게 되지요..

    브라이언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과 받아쓰기 방법을 병행하시면
    언젠가는 놀라운 성취를 경험하게 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

  5. 영화 자막 무료 다운로드 웹싸이트.

    http://www.yifysubtitles.com

    이곳에는 거의 모든 영화의 영어자막이 있습니다.
    다른 웹싸이트처럼 지저분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검색한 후
    바로 쉽고 깔끔하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 받은 후에는 압축을 풀고,
    영상화일의 화일명과 자막화일의 화일명을
    같은 이름으로 일치시켜 주면 됩니다.

  6. 한가지만 더…

    지리산 청년님과 브라이언 선생님의 인연에 감동받아서 자꾸 글을 적게 되네요..

    저는 외국어를 잘하는 것은 학벌이나 연령, 성별, 빈부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는 목수가 집을 지을 때 필요한 망치나 톱처럼
    우리가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전기톱이 집짓는데 더 유용하듯이 외국어가 능숙해지면 우리의 꿈을 이루는데
    더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목수가 매일 톱질을 하면 톱질에 더 능숙해지듯이
    우리도 올바른 방법에 따라서 매일 노력하면 분명히 외국어에 능숙해 집니다.

    지리산 청년님께서 그것을 실증 사례로써 보여주고 계신 것입니다.
    지리산 청년님은 능숙해진 영어실력을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사용할 것이고
    그리하여 그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겠지요.

    하지만 우리 한국인에게는 영어가 목표일 뿐 수단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삶이 비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맞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자꾸 학문으로 생각하고 시험 공부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 몸에 배어서 스스로 자꾸 힘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 오면 다운타운에서 구걸하는 거지들(주로 마약 중독자들이지만)도 영어를 유창하게 합니다. 영어는 머리가 좋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습관, 반복된 노출로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그런 원리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꾸준히 실천하면 반드시 잘 할 수 있는 것이 영어(외국어)입니다. 지리산 청년께서는 한국의 지리산이라는 상황에서 드라마 듣고 받아쓰고 자막을 외우는 실천으로 몇 년간 어학연수다녀온 사람들도 잘 못하는 것을 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위 댓글에서 보다시피 개선해야 할 점이 눈에 띄지만요.) 위의 발음 교정에 대한 댓글, 자막에 대한 정보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감사합니다.

  7. 벌써 3년이 더 지난 의 옛이야기지만, 여전히 잔잔한 감동이 전해져 오는 영어 학습 스토리가
    인상적입니다. 지리산 청년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는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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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