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육체적 무리 가운데 눈의 무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 귀한 눈이 하루 종일 모니터만 쳐다보느라고 쉬지를 못하는 거죠. 모니터를 많이 보면 시력이 나빠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눈이 건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명 안구 건조증. 한동안은 그 둘을 잘 연결하지를 못 했습니다. 모니터의 하얀 부분을 보는데 아지랑이 같은 것이 떠다니는 겁니다. 그게 너무 짜증이 나서 대체 왜 이럴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안과의사도 만나 보았더니 그게 안구 건조증이랍니다. 모니터에서 나오는 무언가가 제 눈을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생긴답니다. 그래서 손가락이나 손목의 통증과 더불어 안구 건조증은 제게 가장 심각한 직업병 중의 하나이고, 또 이것이 나타나면 “아, 내가 무리했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안구 건조증을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한 방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번역량을 줄이거나 조금씩 나누어서 작업하기
방 안의 습도 유지
행운목이라는 것인데 처음에는 전자파를 잡아준다고 해서 구했는데 모니터 앞에 두면 좋겠지만 작업 공간이 부족해져서 그건 포기했고, 대신 화병에 물이 항상 가득하고 식물 자체가 수분을 뿜어 내니까 그런 효과를 위해 기르고 있습니다. 이제 꽤 많이 컸어요.
식염수
제가 안과에 갔더니 눈이 건조하면 넣으라고 무슨 약품을 하나 소개해 주어서 한동안 좀 시행을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용량이 큰 것에는 방부제가 들어가니까 그런 것을 상습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고 대신 용량이 작은 것을 사용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 듣고 아예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그런 임시방편에 의지해서 번역 일을 해나가는 것은 참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일을 해 나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지 이런 식으로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의사님께서는 일반 식염수는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건 마음을 열어 두고는 있는데 여하튼 한 이 년 전에 크게 방향을 전환한 뒤로는 눈에 무엇을 넣어야 할 정도의 심한 안구 건조증은 없어졌습니다.
샤워
안경
낮잠
이건 단순히 눈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 손가락과 손목, 허리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됩니다. 아침에 시작된 대뇌의 강행군에 일종의 작은 휴식을 주는 것인데, 컴퓨터 느려졌을 때 리부팅하면 다시 쌩쌩 잘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런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 10분에서 길면 30분 정도 자는데 늘 꿀맛입니다. 여건이 안되면 저는 차에서든 어디에서든 한 5분 그냥 눈 감고 가만히 있는데, 그렇게만 해도 기분이 새로워지고 눈도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구에서는 이걸 siesta 라고 하고 이것을 위한 음악도 따로 만들어 팔더군요. 저도 하나 샀는데 그런 음악 없어도 언제든 눕기만 하면 1분안에 잠이 드는 그런 재주는 있습니다.
산책
이것도 종합 보약인데요, 눈과 관련해서만 이야기하자면 녹색을 보면 눈이 휴식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야 저도 잘 모르지만 하여튼 저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정말 어지간하면 거르지 않고 산책을 합니다. 왜 밥을 한 끼 굶으면 그 끼니는 영원히 다시 먹을 수 없다고 하잖아요? 지나가 버리니까. 그런 마음으로 산책을 합니다. 물론 산책은 무엇을 예방하기 위해 한다기보다는 그것 자체가 제 삶의 큰 위로와 기쁨을 주기 때문에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자연 속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합니다. 주로 다른 사람들이 퇴근하느라고 교통 지옥 속에서 골머리를 앓는 시간에 저는 산책을 하는데, 그럴 때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번역가라는 직업은 정말 세상 최고의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여러분도 부지런히 산책해 보세요.
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