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이야기

 오랫만에 제가 다니는 산책길 사진을 찍었습니다. 삶이 여정이요 그 기쁨은 여정에서 만나는 벗들과 나누는 이야기와 사랑이라면, 저의 산책길은 삶에 대한 훌륭한 비유입니다.

 

 

저희 빌딩 옆길을 지나 산책로로 들어서면 오래된 친구처럼 변함없이 날 맞이해 주는 숲길……

 

 

한동안 비가 안 와서 지금 좀 말랐지만, 가끔 오리 한 쌍이 날아와 몇 시간씩 쉬어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건 석양 빛에 물들어 부분적으로 색이 달라 보이는 나무들을 찍고 싶었는데 카메라가 자동으로 빛 조절을 해서 석양에 부분적으로 물든 나무들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단풍이 든 나무처럼 보이네요. 제가 실력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아무튼 빛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이 이치, 저녁 산책 때마다 조용히 되새겨 보는 삶의 진리입니다.

 

 

저기 보이는 빨간 옷 입은 여인은 제 22년 단짝인데, 식물을 남편보다 좋아합니다. 지금은 또 뭘 보고 있는지 몰라도 몰래 한 컷 찍어봤습니다.

 

 

 

삶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힘든 시간과 재미있는 추억의 시간을 함께 해 준 여인이 지금은 오르막길을 걷네요……

 

 

이 녀석은 Lola라는 녀석인데 포동포동하고 장난기가 폴폴 넘쳐 흐르는 강아지입니다. 10번 산책하면 두세 번 만나는데, 주인을 너무 좋아해서 주인을 바라보는 눈빛과 태도가 아주 사랑이 넘치죠. 

 

 
 
 
저의 애걸복걸에 Lola가 하는 수 없이 나름 포즈를 취해 주었습니다만, “빨리 찍어요! 주인님한테 가봐야 돼요.”하는 표정입니다. ㅎㅎ
 
 
 
 
 
 
 
 
 

아, 아내가 저를 위해 포즈를 취해 주었습니다…… 작정하고 폰을 가져 나온 정성을 생각해 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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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얼마나 살아야 저 정도 크는지 참 모르겠습니다. 저 키, 저 튼튼한 둥치, 저 싱싱한 잎들…… 지난 겨울 혹독했던 날씨는 어느새 다 잊어버리고 저리도 의젓하게 저리도 자긍심 있게 서 있습니다.

 

 

저 이름 모를 꽃들은 어떻게 저런 모양을 구상해서 만들어 내었는지, 도대체 저 거무튀튀한 흙 속의 어떤 것을 사용해서 저리도 샛노란 빛깔을 연출해 내는지…… 물어봐도 대답은 않고 그저 방긋 웃기만 합니다. 제 사진 실력이 모자라서 저 아름다운 모습을 충분히 담지를 못했네요. 꽃들아 미안해……

 
 
 
 
 
 

사진 실력은 아내도 저 못지않네요. 산책하는 동안 유일하게 한 컷 찍어 달랬는데 집에 와서 열어 보니 이렇게 찍어 놓았네요. 하긴 뭐 저야 생김새나 빛깔이 꽃과는 정반대이니까 보는 눈들을 위해서는 차라리 잘 된 듯싶기도 합니다.

 
 
 
 

산책길의 첫 즐거움이자 마지막 즐거움은 우리 이웃집 고양이 Molson.

 

벌써 4년째 우정을 나누는 사이인데요, 제가 지나가다가 부르면 자다가도 이층에서 뛰어내려옵니다. 사실 그렇게 만나도 별로 하는 일은 없어요. 제가 쓰다듬어 주면 자기는 와서 비비고 purring 하고, 그러다 한 이삼 분도 안되어서 헤어져요.

 

Molson은 요조숙녀라서 저를 따라오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저를 보내 주고 다음 날 또 저를 발견하면 기지개를 켜면서 제게 오죠(Molson이 주로 하는 일은 낮잠… ㅋㅋ).

 

 

이렇게 해서 산책은 끝나고 날은 벌써 상당히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이 한 시간의 여정이 삶을 얼마나 닮았는지 몰라도, 이렇게 가볍게, 이렇게 대화하며, 이렇게 자연 속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오늘 찍은 것은 아니지만, 가끔 저희 동네에서 보이는 산토끼들입니다. 뭐 산이 없으니 산토끼라고 하는 것도 웃긴데요, 어쨌든 숲에 사는 녀석들인데 둘이서 동네에 구경을 온 것 같습니다. 전 가끔 얘네들이 저하고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착각에 빠져서 말을 걸어 보는데(프란치스코는 동물들과 얘기를 했다고 하잖아요? 혹시 알아요? 동물들이 저를 상대해 줄지……), 뭐 조금 제 말을 듣는 것 같다가 갑자기 대꾸도 없이 그냥 뛰어가 버리더군요. 그것도 in the middle of my sentence에…… 역시 저희 아이들 말대로 제 얘기가 재미가 없긴 없나 봐요.

 

 

 

아, 이건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못 보는 진풍경입니다. 이렇게 한 마리만 있을 때도 있고, 전에 한 번은 새끼를 데리고 있는 것도 본 적이 있어요. 어쩌다 운이 좋아서 사슴을 보게 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요. 더 자주 찾아 주었으면 하는데 워낙 귀한 손님이라……

 

이것으로 산책길 이야기 끝!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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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