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비즈니스

이번 포스트는 반성문에 가깝습니다. 반성문에 핑계가 있으면 곤란하지만 그래도 핑계를 대자면 이런 것입니다. 제가 통역을 시작했을 때 저는 프리랜서 경험, 비즈니스를 운영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반은 사회봉사, 반은 어딘가 누군가가 주는 금전적 보상을 조금 기대하는 정도로 통역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봉사도 좋죠. 하지만 제 통역 커리어를 비즈니스 측면에서 잘 개발해서 같은 시간과 노력에 대해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못했습니다. 프리랜서 통역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생각 자체가 또렷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실은 제 고객이 누구인지도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고객을 찾을 수 있고 반복적으로 비즈니스를 얻을 수 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레이트를 받을 수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심지어 더 좋은 레이트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정해져 있는 것이려니 했습니다. 그게 제가 시작할 때의 상태입니다. 

통역을 어느 정도 해 나가면서 아주 조금 나아졌습니다. 동료들에게 들은 것, 협회 같은 데서 보내주는 이메일을 통해 알게 된 것 등을 통해 조금씩 비즈니스 개선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잘 한 것은 전문화를 한 것입니다. 물론 비즈니스 차원에서 곰곰이 생각해서 전문화를 한 건 아닙니다. 온갖 종류의 통역을 다 받아들이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리고  병원 통역을 하고 나니 변호사 사무실 같은 데서 통역한 것보다 좀 기분이 좋은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 발에 쥐잡기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우선 전문화를 하니 반복 훈련을 통해 점점 잘하게 되고 편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고, 레이트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른 분야보다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UHN에 통역담당 부서의 디렉터가 있었는데, 키가 아주 큰 여자분이었습니다. 저는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을 뿐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분이 통역가들을 위해 여러가지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분이더군요. 그런 분이 디렉터로 있어서 그랬는지 UHN에서는 해마다 통역 레이트를 올려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St. Joseph’s Hospital은 카톨릭 병원이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레이트가 후해서 잠깐 놀랐던 기억도 납니다. 제가 처음 통역을 시작했을 때 받던 레이트의 거의 두 배로 시작하더군요. 아무튼 전문화를 통해서 그런 효과가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병원 통역을 집중적으로 했던 것은 나중에 제 번역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되었지요. 번역에서 제 전문분야가 임상시험 한영번역인데 여기까지 오게 된 출발점은 바로 그 병원 통역이었으니까요.)

겨우 그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다 못했지요. 에이전시들을 고를 때 그들의 평판이나 제공하는 레이트를 보고 고를 줄도 몰랐고, 더 좋은 레이트를 얻으려는 협상도 해본 적이 없고, 해가 지나도 그대로 같은 레이트를 계속 받았습니다.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번역과 결합하지도 못했고(초기에는), 통역 고객에게서 나오는 번역과 결합하지도 못했습니다. 참 한심하죠? 물론 지금 돌아보니까 저런 것들이 보이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저런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번역 비즈니스를 통해, 그리고 번역 비즈니스에 대한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죠.)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좀 더 잘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다시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통역이 매력적이지만 지금은 번역이라는 더 매력적인 분야를 잡았고 제 몸의 조건과 삶의 조건이 더 이상 통역을 허락하지는 않으니까요. 이 글을 쓰는 것은 여러분은 통역을 통해 더 나은 삶, 보람도 있지만 보상도 제대로 받는 삶을 사시기를 바라서입니다.

프리랜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여러 요령을 여기서 다 열거하지는 않겠습니다. 번역 비즈니스 부문에 제가 이미 많이 써 두었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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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