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포스팅하신 번역가님들의 글을 읽고 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히 내가 여기에 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탄했습니다. 저도 꾸준히 글을 쓰고 번역하다보면 실력이 늘 거라고 믿습니다.

번역가는 문장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매일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집니다.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이 번역가는 집요하게 단어 하나, 문자 하나를 공들여서 옮기는 사람들이죠. 무엇이 더 정확하고 적확한 단어인지, 어떻게 하면 더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글이 될지, 문장의 가독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그래서 끌린 책이 있습니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고 싶습니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제가 쓴 서평이 한 도서사이트에서 이달의 서평으로 선정되어 상품권 선물도 받고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표지의 제목보다는 부제를 보고 무조건 읽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글을 쓸 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다 쓰고 나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매일 문장을 쓰며 살아갑니다.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중 누구도 문장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문자 한 통, 이모티콘을 이용한 카톡 하나도 함축된 문장입니다.

옛날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했지만, 요즘엔 잘못된 문자 한 통에 천 냥 빚을 질 수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10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쉬울 듯하면서도 어렵습니다. 첫번째로 얘기하는 ‘긴밀성’에서 공감했던 부분입니다.

 

긴밀성은 자세함이 아니다

긴밀성은 상세함과는 다른 요소이다. 앞뒤의 연결 고리,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타당성이 바로 긴밀성이다…(중략)…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증명이다. 증명은 납득의 요소이다. (18-19)

 

‘그래서 팩트가 뭔데?’, ‘팩트가 중요하다’, ‘팩트 체크해봐’라고 할 때, 팩트 역시 문장의 긴밀성, 그 문장을 뒷받침하는 납득의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구절절 늘어놓지 말고 타당한 근거를 대라는 뜻입니다. 주제가 명확하고 타당성을 갖춘 글을 쓰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문장을 짧게 써야 한다.

둘째, 한 줄 쓰기(수식 없이 담백하게)

셋째, 한 문장을 다양하게 변주해서 쓰기

 

이 세 가지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어휘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어휘력을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고 가장 간단한 통로로 독서를 권합니다.

 

첫 문장의 색깔이 글을 좌우한다 (55)

 

저자는 첫 문장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첫 문장은 모두가 어려워합니다. 지금 제가 쓰는 글의 첫 문장도 슬쩍 봤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저는 평소 글의 제목 또는 단락의 발문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목을 잘 뽑아야 그 글에 관심이 가니까요. 그 부작용으로 많은 언론에서 포털사이트의 기사 제목을 선정적으로 뽑아냅니다. 첫 문장도, 제목도 중요하지만 팩트가 아닌 걸 써서는 안 됩니다. 첫 문장이 쓰기 어렵고, 그 글을 좌우하고, 전체 문장의 흐름이 이어진다는 건 자기소개서를 한 번 이상 써본 사람은 모두 공감할 겁니다.

 

우리가 문장을 쓰는 이유는 동의를 구하기 위함이다. (56)

 

그렇습니다. 지금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의견에 타인의 동의를 구하는 것입니다. 편지든, 휴가 사유서든, 자소서든 모든 문장은 동의를 구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동의를 구하기 위한 타당성의 근거들을 모으는 중인데 읽는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문장의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오해가 없도록 쓴다는 의미이다. (62)

 

시적 허용이나 감성적인 문장이 좋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쓰는 문장을 가리킵니다.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문장을 쓰면 상대가 의미를 오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글쓰기의 ‘ㄱ’자도 모른 채 우연히 기회를 얻어 방송 구성작가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막내작가 시절에는 온갖 잡일을 하고 유일하게 내 글을 쓰는 기회는 15초~30초짜리 예고편 자막과 내레이션 멘트를 쓸 때였습니다. 문장 몇 개를 뽑아내려고 밤을 새다시피 했는데 평생 못 잊을 선배작가님의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너는 취재는 꼼꼼하게 잘하는데, 글이 사춘기 소녀가 쓴 일기장 같다.”

 

술자리에서 그 말을 들은 순간 술이 확 깼습니다. 그 선배는 평소 저를 잘 챙겨주고 실력도 좋은 멋진 선배였습니다. 그날 이후 제 글쓰기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감성적인 글을 어떻게 쓰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팩트 위주로 썼고 시사다큐와 정보프로그램 위주로 맡았습니다. 근데 오히려 팩트가 시청자의 감성을 건드릴 때가 많았습니다. 어쨌든 7년 가까이 방송으로 내보낸 내 글이 부끄러웠고 열등감과 자괴감에 시달리다가 작가 일을 접었는데요. 미사여구가 없고 담백한 문장, 정확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는 사실은 200퍼센트 공감합니다.

 

필사의 마력

 

흉내를 내다 보면 어느새 비슷한 꼴을 갖추게 된다…(중략)…번역된 책보다는 국내 작가가 쓴 책으로 필사를 해보는 것을 권한다. 수기도 좋고 컴퓨터로 옮기는 것도 좋다. 필사를 하면서 좋은 문장을 따로 모아 주어와 서술어만 변형해서 다르게 써 보는 연습도 해 보자. (100)

 

필사가 내 문장력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필사의 힘을 믿습니다. 어릴 때부터 노트에, 컴퓨터에,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블로그나 SNS에 맘에 드는 문장 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배우고 싶고, 응용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어섭니다. 가장 돈 안 드는 학습이 필사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방송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필사를 많이 했고 요즘에는 책을 읽으면서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뒀다가 블로그에 옮기는 식입니다. 필사 경력만 해도 10년이 넘으니 문장력이 조금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부족한 점만 보입니다.

 

어쨌든 결론은 연습입니다. 번역도 그렇고 문장을 잘 쓰려면 좋은 문장을 많이 보고 꾸준히 연습하고 고치고 다듬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방향성 없이 막무가내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온 10가지 스킬을 잘 기억하며 한다면 번역한 글을 다듬고 발전시키는데 도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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