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직업병(2): 손가락과 손목 보호

번역가는 영어 단어 기준으로 하루에 보통 2,500 단어에서 5,000 단어 정도를 처리해 냅니다. (물론 이 수치는 제 기준이고 사람에 따라서 더 많이 처리해 내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key stroke로 계산하면 6만 곱한다 해도 15,000에서 30,000 타가 되는 셈입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거기에 포매팅이나 자체적인 프루프리딩 과정에서 발생하는 클릭이나 입력,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메일 처리 등을 고려하면 번역가의 손이 남아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겠죠?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해 볼 수 있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CAT tool 사용

 CAT tool을 사용하면 포매팅에 들어가는 그 수많은 클릭을 대부분 생략할 수 있습니다. 또한 TM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뿐만 아니라 손의 수고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음성 인식 프로그램

한영 번역의 경우 이것을 쓰면 상당한 정도로 손의 수고를 아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너무 일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손목과 손가락이 아픈 경우가 생깁니다. (아마 나도 모르게 욕심을 부린 것이겠지요?) 이런 일은 가능하면 안 생기면 좋겠지만 일단 생겼을 때는 회복하는데 며칠 혹은 몇 주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 회복될 때까지 아무 일도 안 할 수도 없고… 이럴 때는 그야말로 비상조치가 필요합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취했던 비상조치들을 여기서 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해 드리는 것들은 어디까지나 비상조치이니까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지 마십시오. 이런 방법들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을 안 만드시는 것이 현명한 것이니까요. 예방이 최선이고 회복은 고통스럽고 오래 걸립니다.)

 

 

오른 검지와 중지 보호

자판을 찬찬히 살펴보시면, 이게 참 불합리하게 생겼습니다. 일단 오른손이 담당하는 범위도 왼손 보다 압도적으로 넓고 게다가 중요한 키들은 다 오른손으로 치게 되어 있거든요. 숫자도 마찬가지고요.

 

 

 

 

거기에다 마우스까지도 오른손으로 조작하지 않습니까? 참 불쌍한 오른손…

 

제가 마우스를 왼손으로 쓸 수 있을까 궁리해 보았는데 방법은 참 간단하더군요. 마우스를 그냥 왼손으로 쓰면 됩니다. 처음부터 왼손잡이이신 분들은 행운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마우스는 왼손으로 조작하는 훈련을 해 두신다면 많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컴퓨터로 마우스의 우클릭 기능과 좌클릭 기능을 바꾸는 방법도 있는데, 제 생각에는 그냥 현재 기능을 그대로 두고 왼쪽으로 옮겨서 써도 괜찮습니다. 모든 것은 하기 나름입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보호했는데도 오른손 검지에 무리가 갔을 때는 반창고를 감아두면 좀 낫습니다.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으니 아픈 부위가 훨씬 보호받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내가 지금 얼마나 무리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각성을 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손목 보호

오른손의 무리는 손가락에만 나타나지 않고 손목에도 나타납니다. 제가 너무 많이 아파서 아는 한의사님께 상의를 했더니 운동선수들이 손목 보호를 위해 착용하는 물건을 하나 소개해 주셨습니다.

 
 

의료 기구 파는 곳에 가서 하나 샀는데, 이것을 차고 있으면 정말 가장 기본적인 동작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식사나 세면 등 다른 동작을 할 때에도 손목을 쓰지 않도록 보호해 주어서 회복을 돕습니다. 이것을 착용하지 않은지 적어도 일 년은 넘은 것 같으니까 괜한 돈 낭비를 한 것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다른 곳에 치우지 않고 여전히 제 번역방 한구석의 잘 보이는 곳에 모셔두었습니다. 무리하면 어찌 되는지 제게 상기시켜 주는 좋은 물건입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보호

프로 축구 선수들은 자기 발에 보험을 들어둔다고 하는데, 만약 번역가가 자기 몸을 보험에 들어 둔다면 어디를 들어 두면 좋을까요?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요, 하나는 두뇌이고 다른 하나는 손가락과 손목입니다. 저는 최근에 월드컵 경기를 보다가 헤딩하는 장면만 나오면 “머리가 얼마나 아플까, 저러고도 나중에 제대로 살 수 있을까?” 마구 걱정이 되더군요. 여러분께서 어떤 취미생활을 가지고 사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머리 부딪힐 일은 전혀 안 하고 삽니다. 안 그래도 나쁜 머리 어디 부딪혀서 좋을 것 뭐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조심조심합니다. 그리고 옛날에 머리 아무 데나 박고 다녔던 무지하고 한심했던 과거를 후회하고 있습니다.

 

손가락과 손목도 보호하려고 노력합니다. 무거운 물건을 끈으로 묶어서 끈을 드는 경우에 손가락에 상당한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에서는 아예 물건을 들지 않거나 끈이 아닌 물건 자체를 드는 쪽을 선택합니다. 우리 머리와 손가락과 손목이 나를 위해서 얼마나 수고를 많이 하는 중요한 부위들입니까? 부려먹기만 하지 말고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3 Comments

  1. I bought a mechanical keyboard, Deck 108 Hassium equipped with Brown Cherry MX Switches, for a professional typist or even a gamer a few weeks ago. I’ll let you know the impression after trying this for additional several weeks!

  2. Until now, I’m satisfied with the mechanical keyboard.

    Anyway the height of a mechanical keyboard is higher than a normal one, so I also bought a palm rest in leather.

    People who need more information on the mechanical keyboard could refer to the following webpages:

    In English

    http://www.keyboardco.com/blog/index.php/2012/12/an-introduction-to-cherry-mx-mechanical-switches/

    In Korean

    http://blog.naver.com/minnyeee/220202996819
    http://blog.naver.com/ljs_fr/220217922584
    http://kcw767.blog.me/220214076117
    http://blog.naver.com/ljs_fr/220215610241
    http://blog.naver.com/ladder091/220029257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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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