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아는 분의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은퇴하신 두 분이 소일거리를 가지고 조용히 살고 싶으시다고 한 십 년 전에 농장을 사셨는데 소일거리치고는 숨 막히게 아름답고 큰 농장입니다. 100 에이커라나요. 물론 나무를 키우시는 거라서 두 분이 할 일이 많지는 않으실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산책로의 풀을 깎는 일만 해도 장난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몰랐는데 몇 년 전부터 이분들이 농장 한 구석에다 마늘 농사를 시작하셨더군요. 느끼는 바가 있어서 그 얘기를 좀 써볼까 합니다. 이분들(실은 남편 혼자 거의 다 하지만)이 왜 마늘 농사를 시작하셨는지는 몰라도, 뭘 하나 해도 참 소신을 가지고 하십니다.
우선 철저히 유기농을 하시는데, 따로 어디서 거름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수백 년 동안 자연적으로 쌓이고 쌓인 나뭇잎과 풀이 썩은 흙, 그것의 힘으로 마늘을 키우신답니다. 유기농을 하시는 다른 농장들은 그래도 닭똥 같은 것은 사용하는데, 이 분께서는 그런 것도 사용하지 않으신답니다. 이유는 그 닭이 뭘 먹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동물 학대를 주요 이슈로 삼고 살아가는 저로서는 무슨 말인지 확 감이 오더군요.
그렇게 순수한 흙과 햇빛과 지하수를 먹고 자란 마늘이니, 아는 사람은 모두 사고 싶어 하죠. 전 작년에는 몰라서 못 샀고 올해는 꼭 사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늘을 사서 장아찌를 담은 분이 계셔서 그것을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전 맛에 대해서는 둔한 편이지만 저의 사전 지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참 먹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음식이었습니다. 마늘 한 쪽 먹더라도 내가 그것을 먹고 건강해지는 것으로, 내가 그것을 먹음으로써 지구 환경과 미래 세대에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먹는다면,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지요.
그 마늘을 어떻게 누구에게 파시는지 물어보았더니 그냥 아는 사람들에게 직접 파신답니다. 슈퍼마켓 등지에서 자기들에게 팔라고 제의가 왔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판다고 합니다. 가격은 마늘 종자를 사 온 가격의 6배. 참 단순하고 단호합니다. 그렇게 가격을 정하면 봄에 마늘 종자를 산 이후 마늘 가격의 변동이 있으니까 그분의 판매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훨씬 비쌀 수도 있고 훨씬 쌀 수도 있게 되는데,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그저 그 가격에 사 가겠다는 사람에게 팔면 된답니다. 저만해도 마늘 가격을 따질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 그렇게 사가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은 참 멋있게 사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사람들의 신뢰가 모든 일의 근본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눈 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신념과 원칙을 따라 살면, 그런 삶이 장기적으로는 깊은 신뢰감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또 저의 번역 비즈니스도 그렇게 운영해 나가야 하겠다는 결심도 새롭게 해 봅니다.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때로 손해보는 일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산다고 해서 망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늘 맘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하면서 살 수 있으니까요. 올해는 마늘을 꼭 살 겁니다.
맞습니다.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상거래 모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