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료 지급 요청서, 인보이스

번역 인보이스(invoice)란 번역가가 agency에게 번역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청구하는 문서입니다. 번역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당연히 대가를 줘야지 꼭 무슨 문서를 보내야만 돈을 주나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 인보이스는 그 쪽에도 그리고 번역가 쪽에도 필요한 문서입니다. 특별히 agency의 PM이 accounting work까지 겸하지 않는 이상 더욱 그렇습니다. 또 자신들의 비즈니스의 명확한 통계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요즘은 가끔 translation management system을 갖추어 놓고 인보이스가 자동으로 생성되게 하는 에이전시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번역가가 가끔 확인만 해 주면 되니까 시간이 절약되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시스템이 일반화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편 번역가도 자신의 이번 달 수입이 얼마인지, 어떤 고객에게서 혹은 어떤 일을 해서 수입이 발생했는지 알고, 그것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조정해 나가려면 가장 기초 작업으로서 인보이스를 체계적으로 만들고 관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월말 마감을 하고, 입금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도 하고, 연말 마감을 하고, 세금 보고를 합니다. 자신이 해 온 일을 분석하고 미래의 방향을 세우는 일도 결국은 인보이스라는 기본 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정확한 분석이 됩니다. 연말에 여러 가지 통계를 내고 그래프를 그려 보면(이런 일은 실은 제가 하는 것은 아니고 저의 아들이 엑셀로 멋있게 만들어 줍니다), 일이 보이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도 보입니다.

 

문제는 인보이스는 번역가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실은 상당히 귀찮아하는 문서라는 것입니다. “아휴, 그런 것도 해야 돼?” 저도 처음에 그런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해야 합니다. 인보이스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최대한 간단한 인보이스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요점은, 이런 일은 꼭 필요하니까 하긴 해야 하지만 이런 일에 돈이나 시간을 과도하게 쓸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인보이스 예쁘게 만든다고 돈을 더 많이 주거나 빨리 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구글에 가서 invoice format 아니면 invoice template 뭐 이렇게 치면 많이 나옵니다. 그중에 번역 비즈니스에 적합하겠다고 판단되는 아주 간단한 템플릿을 다운로드한 다음에 그것을 수정해서 쓰시라는 겁니다.

 

ProZ에서 온라인 인보이스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지난 몇 년 동안 저 나름대로 개발해서 쓰고 있는 간단한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때문에 굳이 그런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무시하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에 인보이스 시스템을 몇 백 달러에 판다는 광고가 정말 많은데, 그런 것에 신경 쓰실 것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 제가 쓰고 있는 시스템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대로 하시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간단하게도 인보이스 시스템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예시를 보여드리려는 것뿐입니다.

 

우선 그림부터 하나 보시죠.

 

 

 

 

 

위의 그림은 제가 사용하는 인보이스 입니다. 위의 이미지를 자세히 보시면 인보이스에 필요한 요소들은 다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보이스에 꼭 들어가야 할 요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아래 사항들이 위의 인보이스 이미지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 보내는 사람(번역가)의 정보: 

이름과 주소,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웹사이트, 페이펠 주소 등

 

  • 받는 사람(회사)의 정보: 

이름과 주소, 웹사이트 등. 필요하면 PM의 이름을 넣는 것도 그 회사의 내부 확인을 위해서 요긴할 수도 있습니다.

 

  • 인보이스 번호: 

이것은 번역가 자신의 정리를 위해 필요한 정보입니다. 위의 이미지를 PDF로 만들 때에는 ‘2016 [회사 이름] Invoice 16016’으로 파일 이름이 정해집니다. 엑셀은 똑똑한 프로그램이라서 처음 파일 이름을 ‘2016 [회사 이름] Invoice’로 정해 두고 끝에 실제 sheet number인 16016만 붙여주면 됩니다. (이것은 [회사이름]에 2016년에 16번 째로 보내는 인보이스라는 의미.)

 

  • 인보이스 날짜: 

이 날짜는 인보이스를 만든 날짜로서 프로젝트를 마감하여 번역 파일을 보내는 날로 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다른 프로젝트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 끝 낸 프로젝트의 인보이스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타겟 파일을 보낼 때에 인보이스도 같이 보내는 거죠. 그럼 그것을 잊어버릴 염려도 없고, 그야말로 프로젝트에 완전히 마침표를 찍을 수 있습니다. 또 인보이스를 나중에 만들면 돈을 받는 날짜도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은 이 프로젝트를 한 달 전에 끝냈지 않느냐?”하는 식의 요구는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Agency는 인보이스를 받은 날짜로부터 얼마 뒤에(이것은 정하기 나름인데 즉시, 1주일, 30일, 45일, 심지어 60일도 있습니다) 번역료를 지급하니까요.

 

  • 대금 지급일(due date): 

인보이스는 돈을 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식의 제안이나 호소가 아니라, 정당하고 엄격한 요구입니다. 번역가가 계약(PO를 말합니다)에 따라 번역 서비스를 제공했으니 agency는 당연히 돈을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언제까지 돈을 달라는 말도 없는 인보이스는 참 허술하다 못해 애처로운 인보이스입니다. 에이전시와 처음 계약을 할 때 그것을 분명히 약정한 후에는 무조건 그 날짜를(예컨대 인보이스 발행 날짜로부터 30일 후) 지급일로 명기하여 보내야 합니다(그리고 이것도 엑셀의 수식 기능을 사용해서 자동으로 날짜를 계산해 넣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 날짜까지 돈을 보내지 않으면 그것은 agency의 책임이 됩니다.

 

  • PO 정보: 

agency는 자기 회사 내부적으로 인보이스가 정당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그 시스템이 PO입니다. 그래서 인보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물론 다른 정보도 다 중요하지만)는 PO 번호입니다. [보충 설명: PO는 프로젝트 단위의 작은 계약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PO는 purchase order니까요. 이것을 work order, commissioning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PO를 받은 뒤에 프로젝트가 취소되더라도, 최소한 취소할 때까지 작업한 것만큼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 있지요.]

 

  • 프로젝트 정보:

실제로 작업을 했던 파일 이름, 단어 수와 단가(혹은 turnkey basis인 경우에는 사전에 약정한 PO 금액) 등을 입력해 주면 됩니다.

 

  • 번역료: 

파일이 여러 가지라면 그것을 다 합치고 또한 세금이 붙는 경우에는 세금까지 합쳐서 결론적으로 얼마를 agency가 보내야 하는지를 분명히 적는 곳입니다.

 

 

이렇게 설명을 드리면 대단히 복잡한 것 같지만, 일단 어떤 회사를 위해 첫 번째 인보이스를 만들어 두면, 두 번째 인보이스부터는 상당 부분을 건드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별로 복잡하지 않습니다. 엑셀이 좋은 점이 그런 것이죠. 또한 sheet 이름을 16001, 16002, 16003 이런 식으로 붙여 나가면 한 엑셀 파일에 그 회사의 1년치 인보이스를 다 담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2017년이 되면 ‘다른 이름으로 저장’ 기능을 이용하여 새로운 파일로 만들고 시트 이름은 17001, 17002, 17003… 이런 식으로 붙여 나가시면 됩니다. 한 시트에서 다음 시트로 넘어갈 때 시트 이름(예를 들어 16003) 위에서 우클릭을 하시면 ‘이동 복사’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것을 이용하시면 포맷까지 그대로 다 복사가 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절약됩니다.

 

이런 시스템으로 한 8년을 해 보았는데, 인보이스로 인한 문제가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다른 더 훌륭한 시스템을 구상하실 수도 있고, 시스템을 구입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엑셀을 사용하시면 어떤 비용도 들지 않고 인보이스를 충분히 꾸려 나가실 수 있습니다. 그럼 인보이스로 속 썩이지 마시고 이런 간단한 인보이스 시스템으로 시간을 절약하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덧붙임: 제가 하루 만에 끝내는 번역가의 회계 시스템이라는 E-Course를 만들었습니다. 인보이스 파일에서 시작해서 연말 마감까지 제가 만든 시스템을 다운로드하여 배우고 익혀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코스입니다. 여기를 클릭해 보세요.]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4 Comments

  1. PayPal로도 인보이스를 보낼 수 있는데 돈을 내는 쪽에서 PayPal 인보이스를 받고 PayPal 로 송금하거나 아니면 신용카드나 헌금카드로 지불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2. Paypal address 항목이 있는데, Paypal 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지요? 대금 이체 방식 혹은 시스템이 궁금합니다.

    •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제 지불은 페이팰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페이팰이 아닌 다른 업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에이전시에서도 알고 써 줘야하는데 문제는 페이팰만큼 보편적으로 알려져있고 다루기 쉬운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수수료를 거의 4% 가까이 떼기 때문에 돈을 받을 때마다 속이 좀 쓰리긴 합니다만, 별 수가 없네요. 만약 이런 송금 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려면 은행송금을 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방법이 복잡해서 업체들에서 꺼립니다. 물론 한 업체에서 반복적으로 큰 금액(500달러 이상)을 송금받으려면 은행송금이 좀 더 유리합니다. 결국은 돈을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송금방법에 합의해야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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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