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무척 가난하고 참 보잘것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절에 저는 강한 성취욕구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욕구도 실은 어느 정도는 자존감이 있고 어느 정도 행복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여러모로 나아지고 작으나마 이런 저런 성취도 하고 행복을 느끼게 되니까 성취욕구가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뭘 성취하려면 계속 배가 고파야 한다고 말하나 봅니다. 미국 대통령 중에 고아 출신이 많은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인생에서 뭔가 성취하기 위해서는 행복감을 느끼면 곤란한 것일까요? 행복과 만족을 뒤로 미루고, 내가 뭔가 이루었을 때에 비로소 만족하리라 하고 결심해야 하는 걸까요? 오늘의 행복과 미래의 성취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요?

배가 고픈 상태, 현재의 삶에 매우 불만족한 사람은 확실히 성취욕구가 강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현실을 과격하게 그리고 빨리 바꾸려고 합니다. 이런 것은 거의 생물학적인 반사작용이겠지요. 그래야 생존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관찰한 바로는, 이런 강한 욕구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단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이루어 낼 수는 있지만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뭔가를 해낼 에너지는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의 노력은 단거리 달리기 같은 것이지요.

반면에 지금 현재 행복한 사람은 변화와 성취에 대한 강한 욕구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현실을 균형감 있게 파악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움직여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행복하니 안정감이 있고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작은 개선을 반복적으로 이루어 간다는 것이죠. 운동으로 치면 마라톤 선수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아니면 먼 길을 걸어 어딘 가에 도달하려는 순례자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브라이언의 행복한 번역가 블로그 통번역가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상  행복한 사람은 성취욕구가 약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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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은 비록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보여주는 극적인 성취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성취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사람은 본래 장기 계획 같은 것을 하고 살던 종족이 아닌지라 하루, 한 달, 일년 안에 이룰 수 있는 일은 심하게 과대평가하고, 5년이나 10년에 걸쳐 이룰 수 있는 일은 심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별 거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어떤 것을 좋아하기에, 현재 만족하기에 일정한 방향으로 꾸준히 갈 수 있습니다. 남들은 그런 걸 뚝심이라고 하지만 실은 제 생각에는 뚝심이라는 의지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것을 반복할 뿐입니다. 그런 일관성, 그런 안정성이 무언가를 축적하게 만들고, 그 축적은 마침내 힘을 발휘합니다. 비틀즈나 모짜르트나 빌 게이츠의 대단한 성취는 피나는 노력, 분투, 뚝심이 낳은 것이 아닙니다. 그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오래 반복한 결과, 그리고 잔잔한 행복을 지속적으로 즐긴 결과입니다. 그들은 좋아하는 일을 1만 시간이나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생겨난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시스템이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회사라는 외부적 형태이든 사람의 무의식이라는 내부적 형태이든 그 시스템은 놀라운 효율을 발휘합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악상이 떠올라서 그냥 옮겨 적었더니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는 식이죠. 사람들은 그런 것을 보고 모짜르트나 폴 매카트니가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천재가 아니라 오늘 지금 행복한 사람들이 10년간 계속 그 행복을 지속한 결과일 뿐입니다.

물론 제가 지금 우리 모두 행복하여 그런 성취를 이루자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제 글에 대한 정반대에 가까운 오해입니다. 성취는 행복의 결과라는 말을 하는 것뿐입니다.

여러분, 오늘 행복하십시오. 바로 지금 행복하십시오. 커피 한 잔에 흐뭇해 하시고, 난로의 따뜻함에 미소를 지으시고, 편리한 전자사전이 있음에 감사하시고, 오늘 이 하루 할 일이 있음에 행복해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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