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번역가를 위한 충고(게스트 포스트)

번역가의 일과 삶에 대한 다른 블로그를 둘러보다가 너무 재미있고 또 번역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상당 부분 이미 해 둔 글이 있어서 제 블로그에 손님으로 초대하여 글을 올립니다. 글을 싣는 것을 허락해 주신 소라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아래에 씌여진 것은 전적으로 소라향님의 의견임을 밝혀 드립니다. 제 블로그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보와 조언을 드리는 것이고 소라향님은 전적으로 국내 출판업계라는 콘텍스트 속에서 글을 쓰시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차이는 독자들께서 알아서 판단하시고, 다만 초보 번역가를 위한 소라향님의 충고는 제 생각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재미있는 글들도 많은데, 다른 글은 직접 찾아서 읽으십시오. 원문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blog.naver.com/sorahyang/22012433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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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번역가 되기

  1. 번역이란?

-출판 번역가의 능력 솔직히 말해서(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말하는 건데) 나는 번역의 대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창하게 번역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이야기를 할 만큼 번역을 잘 알지도 못한다. 따라서 1장은 제목부터 옳지 않다. 나는 번역도 모르고, 출판 번역가가 태생적으로 혹은 노력해서 갖추게 될 능력도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번역을 해오면서 ‘번역이란 이런 것’이라고 느꼈던 생각을 정리해 보고는 싶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편집자가 자연스럽지만 정확하게 번역해 달라고 요구할 때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를 제대로 고민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출판번역가 되기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고, 지금(2014년 9월 17일)은 또 다른 기회가 생겨 옛 글을 다시 읽어보고 수정하게 되었다. 번역은 한 나라의 언어를 다른 나라의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다. 한국에서 출판 번역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외국어를 한글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외국어를 한글로 바꾸려면 정확하게 외국어를 해독하고, 자신이 해독한 내용을 한글로 바꾸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외국어를 해독하는 능력과 해독한 내용을 한글로 바꾸는 능력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답은 모두 중요하다일 것이다. 이는 논의도 필요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1. 「이 질문을 편집자가 받는다 해도 그 대답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편집자는 원문을 제대로 보고 아름다운 한글로 옮기는 역자를 찾아내고 일을 맡기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두 가지 능력을 고루 갖춘 역자를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신히 찾아낸 두 사람이 한 명(A)은 ‘외국어 해독 실력은 뛰어나지만 한국어가 영 서툰 사람’이고 다른 한 명(B)은 ‘외국어 해독 실력은 그저 그렇지만 한국어를 아름답게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편집자는 어떤 사람을 고를까? 제대로 된 편집자라면 제 3의 인물(C), 즉 외국어도 잘 해독하고 한국어도 잘 구사하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역자 선정을 미루어야 한다. 하지만 월급쟁이 편집자가 일정이 정해진 책을 급하게 진행해야 한다면, 보스인 출판사 사장이 ‘번역은 그게 그거’라며 빨리 일을 진행하라고 재촉한다면, 편집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A와 B 중에 고를 수밖에 없다. 선택의 순간에 편집자는 과연 누구를 역자로 선정할까? 편집자의 기호, 판단 기준은 편집자마다 다를 수 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이 외국어를 잘 해독하는 사람보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외국어가 정확한지는 쉽게 알 수 없지만,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는지는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국 불확실성보다 확실성을 고르는 게 사람의 심리인 거다. 불합리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해야겠다.」 (이상 *1은 시간이 지나면서 옛글과는 내 생각이 조금 바뀌어 첨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편집자는 어떨까? 편집자는 두 능력 중에 어떤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길까?(역자를 선정하는 것과 번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영어를 해독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저변에는 ‘국어는 편집자의 영역이고 내 선에서 다듬을 수 있으니 원문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있다. 많은 편집자가 ‘번역자가 해석이라도 제대로 해 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만나 본 많은 편집자가 ‘역자(와 저자)는 한글을 제대로 구사하는 경우가 없다.’고 했다. 초보 번역가였을 때 만난 출판사 분들에게서 ‘사실 번역가에게 기대하는 건 거의 없다.’라거나 ‘번역은 외국어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번역은 단순한 노가다다.’ ‘뜻이라도 통하면 다행이다. 윤문으로 다듬으면 된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윤문이란 거친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이다. 이제는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저에게 번역을 주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출판 시장이, 너무 안 좋다), 간혹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듣기 때문인지 대놓고 그런 말씀을 하는 분은 없지만, 나를 만나 다행이라는 출판사 대표가 ‘책 만들 때 예산을 줄이는 방법이 번역료 깎는 거 말고 또 있어요?’라고 하는 말도 들었다. 지금까지도 말이다(이런 저런 지출 내역을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는 말이기는 하다). 사실 독자는 저자는 작품의 질을 보장하고 역자는 작품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 결국 책의 질적 저하는 그 책을 한국 시장에 소개한 역자가 져야 할 때가 많다. 어떻게 보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막중한 책임을 진 번역가에 대한 대우는, 그리고 평가는 왜 그렇게 박한 것일까? 어째서 편집자들은 번역가에게 기대하는 게 없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외국어(주로 영어와 일어인)를 잘 하는 독자가 늘어나고 번역 비평이 발달하면서 번역가를 양성하거나 번역가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번역의 질적 향상만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는 번역가가 많다.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번역가를 향한 부당한 비난에 대한 항변이자, 동시에 번역이 질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자기반성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는 번역 원고를 받고 편집자가 기염을 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번역을 직업으로 택한 사람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직업윤리조차 갖추지 못한 작업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출판업을 하려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작업한 원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편집자가 목덜미를 잡고 뒤로 넘어가지 않게 하려면, 번역가는 최소한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개개인이 노력해야 하고 인품과도 관계가 있는 자질은 여기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초보 번역가라면 깔끔하게 번역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름다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모두 버리고, 읽는 사람의 호흡이 가빠지지 않게 번역하는 것은 성실함과 꼼꼼함을 갖추면 초보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 실제로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이 번역도 원판 불변의 법칙이 작용한다. 저자가 글을 난해하게 쓰면 번역도 난해하게 할 수밖에 없고, 번역 원고가 난해하면 교정교열자도 난해하게 글을 고칠 수밖에 없다. 만연체 소설이면 되도록(이 ‘되도록’이라는 단어를 잊지 말자!) 만연체로 번역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만연체가 곧 난삽하고 어렵고 해괴한 문장이라는 뜻은 아니다. 저자의 글을 그대로 옮겼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외국어 만연체가 아닌 우리나라 만연체로 정확하게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글 공부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교정교열자를 많이 만났다. 그 분들은 당연히 저자와 번역가에게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출판사 내부 편집자와 외부 교정교열자는 역자의 글을 읽는 1차 독자들이다. 그리고 다음 일을 연결해 줄 거래처이자 거의 ‘갑’인 사람들이다. 번역은 편집자들이 ‘이 사람 번역 형편없어.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 못하겠어.’라는 말을 하지 않도록 번역해야 한다. 초보 번역가가 그럴 수 있는 방법은 되도록 글을 깔끔하게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깔끔한 번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급하지 않아야 한다. 기간은 짧고 번역료는 터무니없이 낮아서라는 변명은 없어 보일 뿐이다. 마감이 급하고 원고료가 낮아서 하는 내내 우거지상을 쓸 거 같은 작업은 처음부터 맡지 말아야 한다. 어찌 되었건 내가 맡은 일이라면 이 일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다행히 한국 출판계에서는 이번 일이 정말 마지막 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해야 한다). 도저히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원고가 나오지 않을 것 같으면 최소한 한 달 전에는 출판사에 연락해 마감을 연장해야 한다. 그래야 출판사에서 새로 일정을 짤 수 있다. 사실 마감을 연장하기 위해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하려면 3일쯤 고민하고 고뇌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흔쾌히(?) 연기해 줄 것이다(아닐 수도 있으니까, 되도록 작업을 할 때는 다른 일에 정신을 팔지 말고 작업에만 매진하자!). 기본적인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법 등은 미리 미리, 그리고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공부 방법에 대해서는 블로그에서 다른 글로 다루었으니 참고해 주기를 바란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정도만 하면 나머지는 편집자가 알아서 해 주겠지 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물론 번역 원고는 편집자와 교정자를 거치면서 바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고를 넘기는 순간에는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을, 더 이상 내 선에서는 고칠 것이 없다는 확신은 있어야 한다. 초보 번역가에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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