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시력을 보호하고 숙면을 돕는 프로그램 – f.lux

번역가와 눈

번역가에게 매우 소중한 신체 부위를 하나 고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어디 안 중요한 데가 있겠습니까만, 그중 하나는 눈이 아닐까 합니다. 실은 저도 눈이 썩 좋지 않은 편이거든요. 물론 번역을 열심히 해서 그런 건 전혀 아니고 아마 어릴 때 슈퍼 마리오에 열중했던 탓인 듯합니다. 굳이 번역가가 아니더라도 현대인이라면 전자기기의 홍수 속에서 늘 화면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요즈음입니다. 번역가도 일을 하다 보면 반드시 낮에만 번역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번역만 하나요, 쉬면서 웹 서핑도 하고 eBook도 읽고 웹툰도 보고 그래야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심한 시간에 번역에 열중하다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뻑뻑해지는 분들이 꽤 계실 것으로 압니다. 자기 전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잠을 설치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테고요. 그렇지만 이 정도는 다들 겪는 흔한 증상이다 보니 어디 가서 이야기할 거리도 되지 않고, 그냥 ‘내가 컴퓨터를 오래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게 되곤 합니다.
 
dog-186233_1280
 

 
 

그런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눈이 피곤한 것이 단지 눈을 혹사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매스컴을 통해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TV와 컴퓨터,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청색광인 소위 “블루라이트”가 눈을 피로하게 만들고 시력을 저하시키며 불면증을 일으키는 주 원인 중 한 가지라고 합니다. 블루라이트는 가시광선, 즉 일반적으로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의 한 파장이며, 낮에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억제해 사람을 깨어있게 하고 자연적인 환경에서는 일몰 이후에는 줄어들어 수면을 유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에 악영향을 끼쳐 결국 생체 리듬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데요,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모니터 등 전자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이 화면을 더욱 밝고 선명하게 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바람에 이전보다 눈이 받는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시판되는 대부분의 모니터 색온도는 정오에 비치는 햇빛의 색온도보다도 높다고 합니다.) 블루라이트의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분분합니다.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이나 시력 보호 모니터 같은 것을 팔기 위한 상술이나 일종의 공포 마케팅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요. 그러나 적어도 야간에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이 눈에 좋지 않고 숙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는 일몰 이후에 화면 밝기를 낮추고 블루라이트를 차단해 주는 기능을 탑재하거나 관련 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그렇다치고, 컴퓨터나 노트북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물론 모니터와 노트북도 화면 밝기를 낮출 수는 있습니다만, 그 쨍한 느낌은 여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감상할 때는 선명한 것이 좋지만, 번역할 때는 무엇보다 눈이 편한 것이 최고지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번역가의 시력을 보호하고 꿀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 텐데요, 바로 “f.lux”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밤에는 흰 불빛보다 노란 불빛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 프로그램에는 24시간 동안 특히 일몰 이후 컴퓨터 화면의 색온도를 조명에 적합하도록 조절해 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효과를 확인해 볼까요?

 

f.lux</h2>

일단 제작사사이트로 가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야지요. 무료 프로그램이니 부담 없이 아래 화면의 Download f.lux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
 
(Research 메뉴에서는 블루라이트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여러 논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링크를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설치는 간단합니다. I Agree 버튼만 한 번 누르시면 끝입니다. ▼
 

 
화면 오른쪽 아래에 요상한 그래프 같은 것이 등장하면 제대로 설치가 된 것입니다. 대체 내 컴퓨터에 무슨 짓을 하는 프로그램인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
 

 
기본적으로 f.lux는 컴퓨터 백그라운드에서 실시간으로 조용히 실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시계가 있는 곳을 보시면 태극 마크 비슷하게도 생긴 아이콘이 보이시나요? (자세히 보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묘사한 아이콘입니다.) 저처럼 밤에 프로그램을 실행한 분이라면 화면이 서서히 누르스름하게 변할 것입니다. 화면에서 청색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노란색이 부각되는 것이지요. (프로그램을 낮에 실행하신 분은 눈에 띄게 달라진 걸 못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해가 질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
 

 
아래 스크린샷에서 제가 노랗게 표시한 부분은 다음 일출과 일몰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공간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7시간 후에 해가 뜬다고 하네요. 그리고 화면의 색온도가 3749K로 조정되어 있는데, 제가 색온도에 대해서 사실 무지하지만 이것이 야간에 적합한 온도라고 합니다. ▼
 

 
이 일출과 일몰 시간은 f.lux가 사용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위치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것인데요, 밑에 보시면 여러분의 위치가 위도와 경도로 나오고 있지요? 이 위치는 대부분 정확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셔도 무방합니다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 Click here to set location을 클릭해 보겠습니다. ▼
 

 
우편번호나 도시 이름을 입력해 주십시오. 한글로 입력하셔도 됩니다. 대략적인 일출과 일몰 시간을 설정하려고 하는 것이니 위치가 엄청나게 정확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지방에 계시는 분이라면 근처의 큰 도시를 입력해 주시면 되고요. 저는 여기서 Seoul을 입력해 보았습니다.▼
 

 
지도가 나타나는군요. 혹시 위치가 맞지 않거나 정확한 위치를 설정하고 싶으신 분은 저기 있는 핀을 마우스로 끌어서 여러분이 사시는 곳에 놓으시면 됩니다. 제가 시청역에 사는 건 아닙니다만, 여기서는 그냥 OK를 누르겠습니다. ▼
 

 
위치도 지정했으니 본격적으로 f.lux의 옵션을 매만져 보겠습니다. Settings를 클릭해 주십시오. ▼
 

 
몇 가지 옵션이 보이는군요. 첫 번째 옵션(1. ADJUST YOUR LIGHTING FOR DAY AND NIGHT)에서 주간(Daytime)과 야간(At night)의 색온도를 설정하실 수 있습니다. 낮에도 캄캄한 곳에서 번역하시는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주간의 색온도(6500K)는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익숙해지면 낮에도 색온도를 낮추어서 사용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야간의 색온도입니다. 보시다시피 기본값은 할로겐 램프의 색온도인 Halogen (3400K)으로 되어 있는데요, 여러분이 지금 계시는 실내 조명에서 종이책을 본다고 가정했을 때 이와 비슷한 화면 온도를 고르시면 됩니다. 그런데 f.lux를 처음 접한 분이라면 벌겋고 누르스레한 화면이 적응되지 않아 좀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그런 분들이라면 익숙해질 때까지는 동그란 단추를 오른쪽으로 끌어서 색온도를 조금 올려주시면 적응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6500K까지 끌어버리시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의미가 없으니 할로겐보다 적당히 높은 온도를 설정해 두셨다가 차차 낮춰가시면 되겠습니다. ▼
 

 
“저는 청색광이 부모님의 원수보다 싫습니다. 색온도를 더 낮추고 싶어요!”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네, 물론 3400K보다 더 낮추실 수 있습니다. 색온도를 높일 때와 반대로 단추를 왼쪽으로 끌면 되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끌어보시면 단추가 왼쪽으로 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단추를 끌다 보니 오른쪽 위에 못 보던 Expand Range 버튼이 보이는군요. 이 버튼으로 색온도 범위를 확장하면 백열등(incandescent), 촛불(candle) 등으로 색온도를 낮추실 수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컴퓨터를 재시작하라고 하는데, 실제로 해 보시면 화면이 누렇다못해 아주 벌겋게 변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색온도를 지나치게 낮추면 색이 왜곡되기도 하고, 너무 빨간 화면은 푸르딩딩한 화면만큼이나 불편하기도 합니다요.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최소 색온도는 할로겐(3400K)으로 놓고 쓰시면 되겠습니다. ▼
 

 
두 번째 옵션(2. SET YOUR LOCATION)은 아까 위치를 설정했으니 건너뛰겠습니다. (위치를 잘못 지정했거나 다른 위치로 설정하고 싶은 분은 여기서 Change 버튼을 눌러 변경하실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옵션(3. TRANSITION SPEED)은 f.lux가 화면을 전환하는 속도, 즉 화면이 노랗게 변하는 속도를 정하는 옵션입니다. 기본값은 20초인 “Fast”로 되어 있는데요, 이질감 없이 60분 동안 서서히 바뀌는 걸 원하시면 “Slow”로 바꾸셔도 됩니다. 옵션을 입맛대로 바꾸셨다면 오른쪽 위의 Done을 눌러 설정을 적용해 주십시오. ▼
 

 
이번에는 Settings 옆에 있는 막대기 세 개 버튼을 클릭해서 f.lux의 기능을 살펴보겠습니다. ▼
 

 
Extras…: 단축키 설정과 화면 밝기를 조정할 수 있는 노트북 모니터를 위한 옵션, Phillips사의 무선 조명 제어 시스템인 Hue라는 제품으로 실내 조명을 연동하는 옵션 등이 있는데 일반 사용자로서는 딱히 손댈 것이 없습니다. ▼
 

 
만약 CAT tool이나 다른 프로그램과 f.lux의 <Alt + Page Down>, <Alt + Page Up>, <Alt + End> 단축키가 충돌하면 Extra… 로 가셔서 두 번째 옵션의 체크 표시를 없애 주십시오. ▼
 

 
Safe Mode: 오래된 컴퓨터에서 호환성이나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f.lux를 실행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면 체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Movie Mode: 자기 전에 영화를 보는 경우도 있지요. 영화 모드는 영화를 볼 때 노란 화면이 색감을 지나치게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는 임시 모드로 2시간 30분 동안 작동하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
 

 
Lighting at night: 야간 색온도를 설정하는 옵션으로 아까 Settings에서 설정한 옵션과 동일한 역할을 합니다. 대신 여기서는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색온도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Expand Color Range로 범위를 확장하실 수 있습니다. ▼
 

 
Disable for an hour: 클릭하면 한 시간 동안 f.lux를 끌 수 있습니다.번역가야 괜찮지만 사진이나 영상 작업 등 색상에 민감하고 시인성이 중요한 작업을 할 때는 f.lux가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프 아래 보이는 Disable for one hour (for doing color-sensitive work) 와 동일한 기능입니다.▼
 

 
Disable until sunrise: 마찬가지로 해가 뜰 때까지 f.lux 사용을 중지하는 기능입니다. ▼
 

 
그리고 f.lux 기본 화면에서 그래프 부분을 클릭하면 하루 24시간 동안의 색온도 변화를 미리 보실 수 있습니다. ▼
 

 
Install updates automatically: 업데이트는 자동으로 설치하는 것이 좋지요. Install updates automatically 옵션은 기본적으로 체크가 되어 있습니다.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
 

 
트레이에 있는 f.lux 아이콘을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클릭하셔도 막대기 세 개 버튼을 클릭한 것과 거의 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Darkroom Mode라는 암실 모드가 있는데요. ▼
 

 
보시다시피 일종의 색상 반전 기능입니다. 휴대폰으로 모니터를 찍어 보았습니다. ▼
 

 
Exit f.lux: f.lux를 종료합니다. ▼
 

 
처음에는 적응 기간이 좀 필요하고 사용자에 따라 체감하는 효과가 다를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쓰기 전보다 확실히 눈이 덜 피로하다는 호평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화면이 누리끼리한 것이 영 이상해서 지웠다 설치했다를 반복했는데요, 지금은 컴퓨터에 가장 먼저 설치하는 필수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f.lux가 만능은 아니고 화면 오래 보면 피곤한 건 매한가지니 무엇보다 눈을 자주자주 쉬어주며 번역하시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이상으로 f.lux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호빈
호빈

고양이와 기계를 사랑하는 IT 번역가입니다. 아, 맥주도 좋아합니다.

5 Comments

    • 저도 이것 잘 쓰고 있습니다. 김호빈 씨에게 배워 저희 아이들에게 소개했더니 벌써 쓰고 있더군요. ㅎㅎ

  1. 저도 언제나 애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모니터를 많이 보는 분들에게는 정말 잇 아이템입니다.

Leave a Reply to bryanwpCancel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