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란 Purchase Order를 줄인 것으로서 주문서란 뜻입니다. 에이전시랑 계약을 할 때 기본적인 사항들은 합의를 하지만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것은 개별적인 계약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PO는 이러한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에이전시의 발주서입니다. 이 PO는 “이런 번역 서비스를 하면 이런 대가를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일종의 약속이고 계약입니다.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끼리 상당한 노력과 금액을 거래하는 인터넷 번역 시장에서 아무런 보증도 없이 일을 하기는 힘들지요. 그래서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것을 받아 두는 것입니다.
그럼 이 PO가 왜 중요한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간혹 분쟁이 생긴 경우에, 회사에서 PO를 발행하였고 그 PO를 근거로 작업이 진행되었다면 일단 번역가 쪽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변수들도 있지만… 하지만, PO도 받지 않고 그저 PM이 하는 말만 믿고 작업을 해서 보냈다면, 나중에 그 에이전시에서 ‘우린 그런 것 모른다’고 하면 번역가는 누구에게 하소연할 곳이 없습니다. “아, 당신네 회사의 누구가 나에게 번역을 시켰다…”해봤자 그런 이메일 따위는 별로 효력이 없어요. 그래서 PO가 중요한 것입니다. 일은 반드시 PO를 먼저 받고, 그 다음에 진행하셔야 합니다.
“지금은 바빠서 PO 못 보내니까 나중에 보내겠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뭐 사람이 살다 보면 정말 바쁠 수도 있으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죠. 하지만 그런 지 24시간이 지나도 PO가 안 오면 그건 PM이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러면 번역가는 모름지기 불안해지셔야 합니다. “뭐, 보낸다고 했으니까 보내겠지…” 하고 가만히 계시지 마시고, 연락해서 왜 아직 PO가 안 오느냐고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혹시 그 사람이 아파서 결근이라도 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서라도 PO를 받아내셔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번역을 다 끝냈는데도 그때까지도 PO를 못 받은 것이라면, 번역 파일을 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일을 시켜 놓고 왜 아직 PO도 안 보내느냐고 따지고, PO를 받은 후에야 작업 파일을 보낸다고 하세요. 그러면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물론 그런 다음에 그 PO를 근거로 인보이스(청구서)를 만들어 보내고 돈을 받은 후, 그런 회사와는 관계를 끊으셔야죠. 그리고 그들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Blue Board에서 확인을 해 보고, 또 그런 이상한 행동을 보고하시는 것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좋겠죠. 결국 번역가의 지위와 안전을 보장하는 길은 번역가들 집단뿐이거든요. PO는 번역가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미니 계약서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