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는 몇 개 국어를 해야 할까요?

 

이 글에서는 번역 언어의 수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언어의 천재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두세 명 만나 보았는데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외국어를 참 쉽게 배우고, 제가 비록 그 깊이를 제대로 가늠해 볼 수는 없지만 그 하나하나를 꽤 잘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번역가들 중에도 가끔 여러 언어 짝(language pair)을 번역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다른 분들의 일과 삶에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한 가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혹시 여러분께서는 그렇지 않더라도 부러워할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 외국어를 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자랑스러운 일이고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번역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서는 한 언어에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지요. 현명한 사람은 의도적으로 자신이 가진 재능의 일부를 억누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겠지요.

 

아이에게 음악을 가르칠 때는 무엇이 아이의 적성에 맞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켜 보지만, 언젠가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중에서, 혹은 재즈와 클래식 중에서 전공 분야를 선택하고 그 선택한 것에 집중해야 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여행 다니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하는 것과 그 언어로 돈을 버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깊이 알아야 하고 유창하게 구사해야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경지까지 가는 것이지요.

 

저도 영어를 공부한 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참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해 봅니다. 영화 같은 것 보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고, 또 어떤 때는 “아, 이거 내가 작년에 봤더라면 이런 건 이해가 안 됐을 거야!”하는 때도 많습니다. 언어는 단어와 문장 수준에서 이해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와 연결된 역사, 문화, 관습, 뉴스, 새로운 풍조들까지 알아야 제대로 이해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보면, 언어 비즈니스에서 능률을 내고 또 잘 하려면 아무래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여러 언어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언어를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실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느 한 언어에만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며, 그 언어의 어느 분야, 어느 측면으로 더욱 포커스를 맞추어 전문화를 해야 장기적으로 번역 커리어가 재무적인 측면에서 안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One comment

  1. […] 천만에요. 한 언어 짝(language pair)만으로 충분합니다. 실은 여러 외국어를 번역하는 번역가는 본인이 과연 그 중 하나에라도 충분히 깊은 이해가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문화와 역사를 알고 더 나아가 번역하는 분야의 잡지도 꾸준히 읽으며 지식을 쌓아가려면 극히 소수의 언어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외국어라는 것이 학교에서 문법과 단어를 배운다고 번역할 수준에 이르는 그런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외국어를 배우려면 머리가 대단히 좋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잘 하려면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외국어를 습득하는 법) 따라서 여러 외국어를 알더라도 번역가가 되려면 그 중 한 외국어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입니다. (번역 언어의 수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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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