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めんどくさい’ 는 귀찮다는 말이죠. 저는 가족구성원 특성상 집에서는 99퍼센트 영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영어에는 めんどくさい、혹은 귀찮다는 말에 딱 떨어지게 맞는 exact translation이 없습니다. 아주 비슷하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하기 싫은 마음이 든다.’ 정도입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그 뉘앙스를 완벽하게 전달하지 못해 답답할 때도 있죠.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면 물론 좋은 점이 더 많지만 이런 귀찮은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언어가 다른 한 가지 언어와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새로운 언어를 알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로 들어가는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사용하는 언어에 맞게 성격도 달라진다고 하지요. 누가 그러는데 3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3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 새로운 인간관계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확률이 큽니다. 그러한 적응력이야말로 통역가로서 꼭 갖추어야 할 역량이죠. 통역은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문화를 바탕에 깔고 있으며, 언어 실력뿐만이 아닌 인간 관계 대처 능력과 순발력을 요하는 일입니다.
일본어 통역사가 되기로 결심하셨거나 이미 통역사로서 한 발자국을 내딛으신 분들은 이미 일본어를 잘하는 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어를 잘한다’는 것은 추상적인 말입니다. 일본어로 신문을 잘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일본어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그런 능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본어로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말도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일본어 능력이 고급 이상, 원어민에 가까운 실력을 가진 분들이라면 여러 분야를 다 잘하시겠지만 역시 자신의 성격과 능력에 따라 조금 더 강한 부분, 좀 취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일본인 친구가 많으면 일본어로 통역도 잘 할 수 있을까요? 일본어로 번역을 해 보았으니 통역도할 수 있을까요? 번역이 적성에 맞으니 통역 또한 그러할까요? 똑같이 언어를 사용하는 직업이지만 통역은 번역과 전혀 다릅니다. 물론 직접 해보기 전에는 차이점을 전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한-일 통역을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한 조언을 이번 코스에 담아 보았습니다.
이 코스는 국제회의 통역전문가를 위한 전문 코스는 아닙니다. 너무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한다면 겁이 나서 작은 발걸음도 떼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여기서는 일본어 통역을 막 시작하려고 하시는 분들, 이제 막 일본어 통역을 시작한 분들, 일본어 통역을 몇 번 해보기는 했지만 뭔가 아직도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을 위해 제 경험을 토대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 통역 일에 대해서 알아 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