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2. 통역가에게 메모는 필수!

일본어 오디오나 비디오 파일에서 음원을 추출하여 받아 적는 Transcription 작업을 가끔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듣다 보면 일본어 문장은 도통 끝이 나질 않아요.. 아래 첨부하는 문장은 제가 최근에 작업한 것인데, 일본의 실종자 찾기 전문가를 인터뷰한 파일 중 발췌한 것입니다.

それで随分感謝されて、そう言うことで警視庁で有名になったもんですから、私の大学の先輩が丁度日本で一番大きい調査会社をやってたからそこで家出人探しを調査会社で扱いたいと、社員たちは家出人の探し方を知らないと、だからそこの社員教育をしてくれるか、言うことでそこで200人ぐらいの社員を集めてね、講義してあげたり、ずっと教育をしてたと。

세상에, 이것이 한 문장입니다. 아니, 사실 한 문장이라고도 할 수 없죠. 문장을 제대로 맺지 않았으니까요.

통역을 할 때도 이와 비슷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강연이 아닌 이상 문장의 끝을 흐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말하는 중에 쓸모도 없고 별 의미도 없는 って言うか를 남발하죠. 따라서 말끝을 흐리는 화자의 경우 미리 특징을 파악하여 문장을 완벽하게 만들어 통역하는 것은 통역자의 몫입니다. 일본어 화자가 말끝을 흐린다고 하여 한국어로도 그렇게 통역하면 곤란합니다.

위의 예문을 이용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私の大学の先輩が丁度日本で一番大きい調査会社をやってたからそこで家出人探しを調査会社で扱いたいと、社員たちは家出人の探し方を知らないと、だからそこの社員教育をしてくれるか、言うことでそこで200人ぐらいの社員を集めてね、講義してあげたり、ずっと教育をしてたと。

  • 엉터리 통역 : 대학 선배가 마침 일본에서 제일 큰 조사회사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가출한 사람들을 조사를 조사회사에서 담당하고 싶다고 해서, 사원들은 가출한 사람을 찾는 법을 모른다고, 그래서 그 회사의 사원을 좀 교육시켜줄래, 해서 거기서 200명 정도의 사원을 모아서 말이죠, 강연도 하고 계속 교육도 했던 것이..
  • 올바른 통역 : 대학 선배가 마침 일본에서 제일 큰 조사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회사에서 가출한 사람들을 찾는 일을 시작해보고 싶은데 사원들은 가출한 사람들을 찾는 방법을 모르니 좀 교육을 시켜주지 않겠느냐 하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200명 정도의 사원을 모아두고 강연을 열어 교육을 해주었습니다.

강연이나 인터뷰는 한 문장 한 문장을 끊어서 통역하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강연, 해설, 프레젠테이션 등의 통역을 하게 되었다면 강연자에게 강연 자료를 미리 받아 체크하고 모르는 단어, 표현 등을 미리 익혀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강연을 하면 잠깐 끊고 통역할 시간을 줄 것인지를 강연자와 충분히 상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강연자도, 통역가도 마음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강연이나 인터뷰라면 주제별로 나누거나 큰 흐름별로 나누어 끊어주면 통역도 편하고 듣는 사람도 편합니다. 또 강연을 하다가 통역을 위해 잠깐 멈추었을 때 바로 자연스럽게 통역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메모하면 좋습니다.

‘대학 선배, 가장 큰 조사회사, 가출인 조사, 사원 200명 교육’

그리고 본인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해 두면 편하겠죠. 강조할 부분에 별표를 친다거나 해서요.

하지만 강연자가 중간에 강연을 잠깐 멈추고 통역을 기다리는 것을 불편해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한국 음악 축제에 참여한 독일 팀을 위해 통역을 했는데, 지휘자 분이 팀을 소개하고 한국에 와서 연주하게 된 소감을 발표하고 싶어하셨습니다. 하지만 야외 공연이었고 심지어 공연 전에 소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제가 미리 듣지 못한 상황에서 긴 소개가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으나 다행히 메모를 할 수 있는 수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휘자가 꼭 전달하고 싶어하는 부분의 키워드를 메모한 후 소개가 끝나자 메모를 토대로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 청중에게 소개했습니다. 그때 메모 수첩이 없었다면 횡설수설하면서 전해야 하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통역을 위한 메모 수첩은 클 필요는 없습니다. 늘 지니고 다니기에 불편하지 않을 미니 사이즈면 됩니다. 메모 수첩과 간단한 필기도구를 갖추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강연 내용을 미리 받아올 때도 쓸 수 있고 강의 중간중간에 중요한 내용을 메모하여 전체적으로 요약한 내용을 설명할 때에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 열심히 업무를 수행중인 통역가들의 모습. 열심히 메모중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강원도 용평 블리스 힐스테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위), 서훈 국정원장이 도쿄 총리 공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남북·북미 정상회담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아래), 출처 : 연합뉴스)

또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나 내용을 적어둘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공식 행사에서만 통역을 하는 통역가도 있지만 일정 기간 동안 어떤 팀을 맡아 통역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생활 전반을 담당하게 됩니다. 제가 담당했던 독일 팀에는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에 알러지가 있는 분, 채식주의자 분이 계셨는데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식당에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팀을 처음 만났을 때 그런 내용도 메모해두면 좋습니다.

기억하세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통역 일을 위해 메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Lesson tags: 통역가에게 메모는 필수
Back to: 일한 통역 초급 E-Course
jiheun629
jiheun629
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