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os Studio 저렴하게 구매하기

업계 1위라고 광고하는 Trados Studio(이하 트라도스)는 가격도 1위입니다. 캣툴 중에서도 최고가를 자랑하기 때문에 덥석덥석 쉽게 사볼 만한 제품은 아닙니다. 트라도스로 작업을 하려면 최소 Freelance 버전(Starter 버전은 기능 제약이 많으므로 구매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은 구매해야 하는데, 지금 제가 SDL 공식 사이트에서 장바구니에 담아보니 $759라고 나오는군요. 정가인 $845에서 살짝 깎아줘서 이 가격이 된 건데, 현재 환율로 9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입니다. 초보 번역가가 선뜻 지출하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운 금액이지요.

SDL은 Authorized Reseller라는 일종의 총판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서 예전에는 텍스트리라는 곳에서 한국의 트라도스 판매와 교육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SDL Korea가 생긴 이후 한국에서 공인 리셀러는 사라진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지금은 SDL 사이트 스토어에서 직접 구매해야 합니다. 해외 결제여서 무이자 할부 같은 것도 불가능하고, 카드 수수료도 지불해야 하겠지요.

이렇다 보니 ‘지금 트라도스를 사서 본전을 건지려면 대체 번역을 얼마나 해야 하는 거지?’라며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는 Trados Studio가 줄 슬픔과 고통과 분노는 잠시 제쳐 두고, 트라도스를 사야 할 때 어떻게 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지, 산다면 언제 사야 하는지 몇 가지 팁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 Proz의 공동구매 TGB(Translator Group Buy): 가장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SDL에서 자체 세일 행사보다 할인율이 더 높은 편입니다. 인원이 다 차더라도 waiting list에 등록하고 기다려 보십시오. 트라도스는 TGB에서 상시 판매하는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금방 또 올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 여유를 가지고 TGB로 구입하면 좋지만, 트라도스가 급히 필요한 상황이라면 SDL 사이트에서 구매해야겠지요. SDL 이메일 리스트에 주소를 미리 등록해 놓으면, 트라도스 할인 소식을 알려 줍니다. 아주 여러 번 알려 줍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제가 무작정 스토어 페이지로 가서 확인한 가격보다는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단, 이때도 최소 30% 할인을 해줄 때 구입하세요. 트라도스는 30% 할인이 정가이고, 40% 할인을 받으면 조금 싸게 산 편이고, 45% 할인 정도면 어디 가서 잘 샀다는 소리 들을 수 있습니다.

    참,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SDL 사이트에서 체험판을 내려받거나 하려면 이메일 리스트에 무조건 등록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광고 메일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유익한 웨비나 일정도 알려주니 초보 번역가라면 등록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예전에 SDL Korea에서 매월 1회 한국어 웨비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Support and Maintenance Agreement는 추가하지 않아도 됩니다. 트라도스는 사용자층이 두텁고, 어지간한 문제는 Proz 포럼만 살펴봐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만 겪는 문제보다는 다 같이 겪는 문제가 많거든요.

  • 한국은 해당하지 않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분이라면 해당 국가의 SDL 공인 리셀러가 있는지 찾아보십시오. SDL에서 세일을 하면 보통 리셀러도 동시에 세일을 하고, 가끔 자체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할 때도 있는데 SDL 공식 사이트나 TGB보다 저렴한 때도 있습니다. 업그레이드 라이선스가 좋은 조건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 잡은 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 있지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신규 라이선스는 거의 항상 할인을 하지만, 업그레이드 라이선스는 할인을 자주 하지 않고 하더라도 할인율이 짠 편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업그레이드를 하셔야 한다면 주로 6월에 하는 여름 세일이나 블랙 프라이데이 ~ 연말 시기를 노려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그런데 캣툴이라는 도구 특성상 트라도스도 지금 쓰는 버전에 큰 문제가 없다면 업그레이드를 꼭 하지 않고 계속 쓰셔도 무방합니다. 최신 기능이 잔뜩 생긴 것처럼 광고하지만, 그래 봐야 번역은 결국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입니다. 막상 써 보면 업그레이드가 아닌 ‘옆’그레이드여서 별로 다른 것도 없고 오히려 새로운 버그가 생기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 그동안 트라도스는 2011년, 2014년, 2015년, 2017년, 2019년에 새 버전이 출시되었습니다. SDL은 업그레이드 정책도 깐깐해서 버전별로 업그레이드 비용을 차등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2015 > 2019보다 2014 > 2019 업그레이드 라이선스가 더 비쌉니다. 지금 공식 사이트에서 2017 FL > 2019 FL 업그레이드 라이선스를 장바구니에 담아 보니 $245이고, 2015 FL > 2019 FL은 $355라고 하는군요. 업그레이드라도 해도 적은 비용은 아닙니다. 2017년이면 불과 2년 전입니다. 추세로 보건대 내년에도 새 버전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할까요? 그 비용만큼 가치를 느낄 수 있을까요? 글쎄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지만, 정 새 버전을 쓰고 싶다면 체험판을 이용해 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입니다. Microsoft에서 Office 2019를 출시했지만 그렇다고 Office 2010으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굳이 업그레이드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돈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잔뜩 먹고, 좋은 한국어책을 사서 읽고 공부하는 편이 번역 품질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트라도스는 예전의 Windows Service Pack처럼 Service Release라는 패치 모음을 몇 차례 내놓는데, 일종의 제품 개선/수정 업데이트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보통 정식 버전이 나오고 나서 몇 달 후에 첫 번째 Service Release인 SR1을 출시하곤 합니다. SR1, SR2 이런 식이지요. 그러니 신규 버전이 필요하다면 나온 즉시 사지 마시고 적어도 SR1이 나온 후에 구매하시는 쪽이 ‘내가 번역가인가 베타테스터인가 병(病)’을 앓을 확률이 줄어든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소위 촉이 좋은 분이어서 ‘금방이라도 트라도스 새 버전이 나올 것만 같아!’라는 예감이 든다면 잠깐 기다려 보십시오. SDL은 새 제품이 나올 즈음에 먼저 발표부터 합니다. 정식으로 출시하는 건 나중입니다. 그래서 만약 2019를 발표만 했을 때, 즉 아직 제품이 실제로 나오지 않았을 때 2017을 사면 2019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 주는 정책이 있습니다. 며칠 차이로 업그레이드를 못 받으면 그것도 좀 억울하잖아요. 그러니 시기를 잘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트라도스는 번역가라면 맞닥뜨리든 우회하든 피할 수는 없는 프로그램이지요. 모쪼록 이 글이 트라도스와 만나는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플루언시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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