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os Studio 저렴하게 구매하기

업계 1위라고 광고하는 Trados Studio(이하 트라도스)는 가격도 1위입니다. 캣툴 중에서도 최고가를 자랑하기 때문에 덥석덥석 쉽게 사볼 만한 제품은 아닙니다. 트라도스로 작업을 하려면 최소 Freelance 버전(Starter 버전은 기능 제약이 많으므로 구매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은 구매해야 하는데, 글을 쓰는 시점에서 제가 공식 사이트에서 장바구니에 담아보니 $759라고 나오는군요. 정가인 $845에서 살짝 깎아줘서 이 가격이 된 건데, 현재 환율로 9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입니다. 이제 막 시작한 번역가가 선뜻 지출하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운 금액이지요.

RWS(이전 SDL)는 Authorized Reseller라는 일종의 총판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서 예전에는 텍스트리라는 곳에서 당시 SDL 트라도스 판매와 교육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SDL Korea가 생긴 이후 한국에서 공인 리셀러는 사라진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지금은 RWS 사이트 공식 스토어에서 직접 구매해야 합니다. 해외 결제이다 보니 무이자 할부 같은 것도 불가능하고, 해외결제 수수료도 지불해야 하지요. 이렇다 보니 ‘지금 트라도스를 사서 본전을 건지려면 대체 번역을 얼마나 해야 하는 거지?’라며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Trados Studio의 라이선스 종류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요?

트라도스의 라이선스 유형

프리랜서 번역가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라이선스가 많지는 않습니다.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 Freelance: 가장 일반적인 라이선스로, 컴퓨터 1대를 사용하는 번역가에게 적합합니다.
  • Freelance Plus: 프로그램 자체는 Freelance와 같지만 활성화 코드를 1개 더 끼워파는 라이선스입니다. 컴퓨터 2대에서 트라도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Starter: 구매한 날로부터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로 가격이 가장 저렴하지만 그만큼 기능 제약이 많습니다. 스타터 라이선스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외에 Professional Single User, Professional Network 등이 있지만, 이것들은 에이전시용 라이선스로 프리랜서 번역가가 쓰기에는 과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업그레이드 라이선스라는 것이 있는데, 이 라이선스는 이전 버전(예: Trados Studio 2014, 2015, 2017, 2019, 2021)의 사용자가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FL → FL Plus 같은 업그레이드도 가능)할 때 구매하는 라이선스입니다. 오래된 버전에서 업그레이드하거나 상위 라이선스로 올라갈 수록 가격이 비싸집니다.

그럼 트라도스가 줄 슬픔과 고통과 분노는 잠시 제쳐 두고, 트라도스를 사야 할 때 어떻게 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지, 산다면 언제 사야 하는지 몇 가지 팁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 Proz의 공동구매 TGB(Translator Group Buy): 가장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RWS에서 자체 세일 행사보다 할인율이 더 높은 편입니다. 인원이 다 차더라도 waiting list에 등록하고 기다려 보십시오. 트라도스는 TGB에서 상시 판매하는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금방 또 올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 여유를 가지고 TGB로 구입하면 좋지만, 트라도스가 급히 필요한 상황이라면 RWS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해야겠지요. RWS 이메일 리스트에 주소를 미리 등록해 놓으면, 트라도스 할인 소식을 알려 줍니다. 아주 여러 번 알려 줍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제가 무작정 스토어 페이지로 가서 확인한 가격보다는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단, 이때도 최소 30% 할인을 해줄 때 구입하세요. 주로 월말에 세일을 합니다. 트라도스는 30% 할인이 정가이고, 40% 할인을 받으면 조금 싸게 산 편이고, 45% 할인 이상이면 어디 가서 잘 샀다는 소리 들을 수 있습니다.

    2019 버전 당시 배너입니다. 얼핏 보면 굉장히 많이 할인해 주는 것 같습니다.


  • 참,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RWS 사이트에서 체험판을 내려받거나 하려면 이메일 리스트에 무조건 등록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광고 메일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유익한 웨비나 일정도 알려주니 초보 번역가라면 등록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예전에 SDL Korea 시절에는 매월 1회 한국어 웨비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Support and Maintenance Agreement는 추가하지 않아도 됩니다. 트라도스는 사용자층이 두텁고, 어지간한 문제는 Proz 포럼만 살펴봐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만 겪는 문제보다는 다 같이 겪는 문제가 많거든요.

  • 한국은 해당하지 않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분이라면 해당 국가의 공인 리셀러가 있는지 찾아보십시오. RWS에서 세일을 하면 보통 리셀러도 동시에 세일을 하고, 가끔 자체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할 때도 있는데 RWS 공식 사이트나 TGB보다 저렴한 때도 있습니다. 업그레이드 라이선스가 좋은 조건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 잡은 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 있지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신규 라이선스는 거의 항상 할인을 하지만, 업그레이드 라이선스는 할인을 자주 하지 않고 하더라도 할인율이 짠 편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업그레이드를 하셔야 한다면 주로 6월에 하는 여름 세일이나 블랙 프라이데이 ~ 연말 시기를 노려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그런데 캣툴이라는 도구 특성상 트라도스도 지금 쓰는 버전에 큰 문제가 없다면 업그레이드를 꼭 하지 않고 계속 쓰셔도 무방합니다. 최신 기능이 잔뜩 생긴 것처럼 광고하지만, 그래 봐야 번역은 결국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입니다. 막상 써 보면 업그레이드가 아닌 ‘옆’그레이드여서 별로 다른 것도 없고 오히려 새로운 버그가 생기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 그동안 트라도스는 2011년, 2014년, 2015년, 2017년, 2019, 2021, 2022년에 새 버전이 출시되었습니다. 간격이 점점 짧아지는 느낌이네요. 그런데 트라도스는 업그레이드 정책도 깐깐해서 버전별로 업그레이드 비용을 차등하여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2015 > 2019보다 2014 > 2019 업그레이드 라이선스가 더 비쌉니다. 업그레이드라도 해도 적은 비용은 아닙니다. 추세로 보건대 내년에도 새 버전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할까요? 그 비용만큼 가치를 느낄 수 있을까요? 글쎄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지만, 정 새 버전을 쓰고 싶다면 체험판을 써 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Microsoft에서 Office 최신 버전을 출시하더라도 그렇다고 이전 버전의 Office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전반적으로 캣툴은 다른 소프트웨어에 비하여 발전이 더딘 측면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그 돈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잔뜩 드시고, 좋은 한국어책을 사서 읽고 공부하는 편이 번역 품질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트라도스는 예전의 Windows Service Pack처럼 Service Release라는 패치 모음을 몇 차례 내놓는데, 일종의 제품 개선/수정 업데이트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보통 정식 버전이 나오고 나서 몇 달 후에 첫 번째 Service Release인 SR1을 출시하곤 합니다. SR1, SR2 이런 식이지요. 새로운 기능이 생기면 버그도 생기는 것이 만고의 진리입니다. 그러니 신규 버전이 필요하다면 나온 즉시 사지 마시고 적어도 SR1이 나온 후에 구매하시는 쪽이 ‘아니 내가 번역가인가 베타 테스터인가 병(病)’을 앓을 확률이 줄어든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건 제 경험에서 우러나는 조언입니다.

  • 소위 촉이 좋은 분이어서 ‘금방이라도 트라도스 새 버전이 나올 것만 같아!’라는 예감이 든다면 잠깐 기다려 보십시오. 새 제품이 나올 즈음이 되면 “트라도스 20XX 버전을 출시합니다!”라고 발표부터 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식으로 출시하는 건 나중입니다. 그래서 만약 20YY 버전을 발표만 했을 때, 즉 아직 제품이 실제로 나오지 않았을 때 20XX(구버전)을 사면 20YY(신버전)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 주는 정책이 있습니다. 며칠 차이로 업그레이드를 못 받으면 그것도 좀 억울하잖아요. 그러니 시기를 잘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트라도스는 번역가라면 맞닥뜨리든 우회하든 피할 수는 없는 프로그램이지요. 모쪼록 이 글이 트라도스와 만나는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플루언시 화이팅! ;-) 

호빈
호빈

고양이와 기계를 사랑하는 IT 번역가입니다. 아, 맥주도 좋아합니다.

5 Comments

  1. 트라도스가 뭔지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굉장히 상세하게 적어주셔서 잘 읽고 있습니다.
    이번에 세일 기회가 있을때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서 계속 읽고있는데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윈도우 컴퓨터가 말썽이라 포멧을 년에 한두번쯤하게 되고 있는데요. 트라도스 스튜디오 프리랜서나 프리랜서 플러스를 구입하면 컴퓨터를 포멧하더라도 제품키만 있으면 같은 노트북이라는 전제하에 계속 다운로드/사용 가능한건지 아실까요?

    • 감사합니다! 네, 같은 노트북은 당연히 가능하고요, 원하신다면 다른 컴퓨터에서도 다운로드/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컴퓨터를 포맷하시기 전에 기존 라이선스를 미리 비활성화해 두시면 편하긴 합니다만, 컴퓨터가 큰 말썽을 부리는 상황이라면 온라인으로 라이선스를 비활성화하시면 되므로 그 부분은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

  2. 와 감사합니다! 이렇게 빨리 답변해주실줄은 몰랐습니다 ㅠㅠ 저.. 염치불구하고 하나만 더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컴퓨터 포맷전 기존 라이선스를 비활성화해두면 윈도우 기반 다른 컴퓨터여도 다운로드/사용이 가능하단 말씀이신가요?
    사실 그렇게 되면 일반 스튜디오 프리랜서(컴퓨터1대 사용가능)랑 프리랜서 플러스(컴퓨터 2대 사용가능)랑 차이점이 없을것같아서요. 무슨 말씀이신지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별말씀을요! 네, 말씀하신 것처럼 “프리랜서”와 “프리랜서 플러스”는 기능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고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는 컴퓨터 대수만 다릅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활성화 횟수에는 제약이 있어요. 예를 들어 프리랜서 라이선스로 컴퓨터 2대를 매일 왔다 갔다하실 수는 없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문제가 없는데요, 3회 이상은 지원팀에 문의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활성화/비활성화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요(심지어 활성화/비활성화 과정에서 프로그램이 꼬이는 일도 간혹 있는데, 이럴 때도 지원을 요청해야 해서 번거롭습니다.)

      ‘나는 반드시 컴퓨터 2대에서 트라도스를 실행해야만 한다!’라고 하신다면 “프리랜서 플러스”가 필요하고요, 그렇지 않으시다면 “프리랜서” 라이선스로도 충분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리랜서 플러스” 라이선스라고 해서 프로젝트들이 자동으로 동기화되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라이선스 키만 딱 2개 주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가끔 외부에서 작업하시는 정도라면 라이선스를 구매하시기보다 RDP 등 원격으로 제어하시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

      • 정말 감사합니다! 주신 조언 덕분에 마음을 정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 “프리랜서”로만 구매해서 말썽부리는 컴퓨터가 망가져서 새로운 노트북으로 구매하게되더라도 쓸수있겠네요. 한번 구매해서 다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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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