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법

프리랜서 번역가에게 PM은 고객이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 동료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서로 얼굴도 모르고 지내는 사이지만 달리 보면 십년 가까이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절친(?)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러니 PM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좋습니다. 그게 여러분의 비즈니스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사이가 나쁜 것보다는 훨씬 낫지요. PM도 사람인지라 더 좋아하는 번역가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여러분이 바로 그런 번역가가 되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번역을 깔끔하게 잘 하고 데드라인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 따로 길게 말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 기본을 지키지 못하면 아래에 있는 그 어떤 것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외에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요?

1. PM이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쓰고 보니 이상하게 들립니다만, 요즘은 사실 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더군요. 하지만 여러분의 PM이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여러분처럼 감정이 있습니다. 기쁠 때도 있고 짜증날 때도 있고 낙담할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처럼 PM에게도 데드라인이 있고, 여러분과는 달리 PM에게는 boss가 있습니다. 그런 PM을 위해 여러분이 어떤 일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별로 없습니다. 전화해서 같이 점심 사주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하지만 점심 사주는 것보다 더 쉽고 효과적인 일이 있습니다. 바로 친절한 말입니다. PM이 여러분을 위해 하는 일(그것이 자기 일이라서 하는 것일지라도)에 대해 감사를 표현하십시오. 또 상대방의 작은 실수에 대해 날카롭게 반응하지 않고 웃으면서(스마일리 사용) 괜찮다고 해주십시오. 추수감사절이나 연말에는 그 동안 보내준 프로젝트들과 협업에 대해 감사한다는 이메일 하나쯤 보내 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물론 생일까지 챙기려고 하면 상대방이 어색하게 생각하거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따뜻한 말을 통해 힘든 PM이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고, 자신이 기계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무슨 대단한 다른 일을 하지 않더라도 그 PM은 여러분에게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만약 미리 저장해 둔 말뭉치를 이메일에 사용하신다면(예컨대 지메일의 canned response), 따뜻하고 친절한 말을 저장해 두십시오. 여러분이 기분이 최고가 아닐 때에도 그런 것이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2. 이메일 응답 시간

PM의 일과 시간에서 가장 힘든 때가 언제일까요? 최종 고객이 프로젝트를 가지고 연락을 한 때부터 어떤 번역가가 그 프로젝트를 맡기로 동의할 때까지입니다. 또는 중요한 변동이 있어서 급히 번역가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 때입니다. 예컨대, 프로젝트가 갑자기 취소되어서 번역가에게 일을 중단해 달라고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PM은 번역가가 답을 해줄 때까지 초조할 것입니다. 그러니, 신뢰하는 에이전시의 신뢰하는 PM이 여러분께 연락을 한다면 빨리 응답해 주십시오. 며칠 동안 이메일을 체크하지 않는 번역가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던 기억이 납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십시오. 상대방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물론 이메일을 항상 체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몇 시간에 한 번은 체크해 볼 수 있지 않나요? 스마트폰에 이메일 앱을 깔아두시면 사실 언제 어디서나 체크해 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PM의 이메일에 늦어도 한두 시간 안에는 늘 응답해 준다면, PM 입장에서는 여러분과 일하기가 쉽고 여러분과 일을 할 때 안심이 될 것입니다.

3. PM에게 부담을 주지 마세요

PM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PM의 페이스북에 친구 신청을 하고 트위터 팔로우를 하고 별 용건도 없으면서 사무실로 전화를 한다면 곤란합니다. 프리랜서 번역가들에게 저런 조언을 하는 사람이나 글을 읽으면 저는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라면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볼 것입니다. 프리랜서 번역가가 기본적으로 자기 일을 잘 하기만 해도 PM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조금 더 나아가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따뜻한 말을 해 주고, 이메일 응답도 적시에 해 준다면 좋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프리랜서이고, 보통 직장생활 할 때처럼 복잡한 사내정치에 연루되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괜히 PM과 필요 이상으로 엮이고 잘 보이려고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요약. 상대방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해서 그 사람을 친절하고 따뜻하고 너그럽고 공정하게 대하십시오. 나아가 이메일 응답을 적시에 해주십시오. 그러나 그 이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One comment

  1. 제가 일하는 회사의 파트너 사 PM과 이메일 상으로 거의 매일 소통하는 편이고, 또 저희 팀에서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경우가 빈번해서 제가 약간 PM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번 글을 200%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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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