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19: 괄호와 콜론에서 여백 처리 요령

1. 괄호

 

영어와 한국어 모두에서 대괄호 [ ]와 중괄호 { }는 별로 쓰이지 않고 주로 소괄호가 많이 쓰입니다. 용법은 두 언어 사이에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앞의 말을 보충해서 설명하거나 추가적인 정보를 살짝 집어넣는 데 사용하지요.

그런데 주로 혼동을 일으키는 부분은 여백입니다.

우선 원칙부터 써 두고 예를 들겠습니다.

 

괄호 앞 뒤의 여백 처리는?
괄호 앞 뒤의 여백 처리는?

 

한글에서 괄호 규칙

 

한글에서는 괄호 앞에 여백이 없습니다. 괄호는 무조건 앞 단어에 붙여 써야 합니다.

  • 커피(coffee)는 아침에 마시면 괜찮지만 저녁에 마시면 잠을 못 자는 수가 있다.
  • 거쉬윈(미국 작곡가)은 부지런히 작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3•1 운동(1919) 당시 그는 고등학생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저런 원칙이 필요한 이유도 짐작이 됩니다. 다름 아닌 조사 때문입니다. 조사는 앞의 체언과 붙여 써야 하는데, 영어처럼 괄호 앞뒤로 여백이 삽입되면 아주 우스운 꼴이 되고 맙니다. 조사인지 뭔지 알아보기도 힘든 지경이 되고 말죠. 한 번 보세요.

  • “거쉬윈 (미국 작곡가) 은 부지런히 작곡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니까 괄호에 대한 이런 원칙은 모든 단어는 떼어서 쓰되 조사는 붙여 쓴다는 한글 맞춤법의 기본 원칙을 잘 지켜내고 있습니다.

 

영어에서 괄호 규칙

 

영어에서는 괄호 앞 뒤에는 여백이 있습니다.

  • 원문: He finally answered (after taking five minutes to think) that he did not understand the question.
  • 잘못된 번역: (5분 동안이나 생각한 후에)마침내 그는 질문을 이해를 못하겠다고 대답했다.
  • 제대로 번역: (5분 동안이나 생각한 후에) 마침내 그는 질문을 이해를 못하겠다고 대답했다.

해설: 영어에서는 괄호로 처리된 부분의 앞과 뒤에 여백이 있습니다. 번역문의 ‘(5분 동안이나 생각한 후에)’는 앞에 단어가 없고 뒤의 단어에 붙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번역문에서 저렇게 처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괄호 뒤에 여백이 없는 경우는 뒤에 조사가 붙는 경우와 콤마와 마침표가 붙는 경우 뿐입니다.

 

  • 원문: When he got home (it was already dark outside), he immediately fell asleep.
  • 잘못된 번역: 집에 오자마자 (이미 바깥은 어두워짐) 그는 금방 잠이 들었다.
  • 제대로 번역: 집에 오자마자(이미 바깥은 어두워짐) 그는 금방 잠이 들었다.

해설: 영어에서는 괄호로 처리된 부분의 앞과 뒤에 여백이 있습니다. 번역문에서는 ‘(이미 바깥은 어두워짐)’은 앞의 단어에 붙여 썼고, 앞의 단어에 조사가 없기 때문에 괄호 뒤에는 여백이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영어에서는 괄호와 그 안에 있는 단어나 구나 문장은 완전히 독립적인 단위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예에서 콤마가 괄호에 붙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렇게 볼 때 괄호와 관련하여 번역가가 영한번역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분명합니다. 영어와는 달리 한글에서는 괄호(그리고 그 안의 단어나 구나 문장)는 괄호 앞의 단어에 붙여야 한다는 것. 각자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처리해 온 방식이 있겠지만 이 기회에 바꾸십시오.

 

2. 콜론

 

한글에서도 콜론(쌍점)이 쓰이고 제가 보기에 용법은 영어와 한글에서 똑 같습니다. 물론 영어에서는 콜론을 보다 효과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한글에서는 주로 목록을 나열하거나 설명을 하는 데 쓰이는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이건 한영 번역가들이 고민할 문제이고, 영한 번역가로서 콜론과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것은 여백뿐입니다.

 

콜론 앞 뒤의 여백은?
콜론 앞 뒤의 여백 처리는?

 

번역에서 콜론 앞뒤의 여백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한글과 영어가 규칙이 달라서가 아닙니다. 한글 쓰는 사람들이 하도 많이 틀리게 쓰니까 번역가들도 덩달아 틀리게 쓰기 때문입니다.

영어에서는 콜론이든 세미콜론이든 다 앞의 단어에 붙이고 뒤의 단어와는 떼어 씁니다. 그럼 한글에서는? 정확하게 똑 같습니다. (세미콜론이야 한글에 없으니까 놔두고) 한글에서도 콜론은 앞의 단어에 붙이고 뒤의 단어와는 뗍니다.

  • I have two brothers: Bob and Derek.
  • 문방사우: 붓, 먹, 벼루, 종이

 

위의 예에서 보듯이 한글과 영어에서 콜론의 여백 처리는 정확하게 같습니다. 다만 시간을 나타내거나 성경의 장절을 표시할 때, 즉 두 숫자를 이어 줄 때는 뒤에도 여백이 없습니다. 이 규칙도 한글과 영어에서 똑 같습니다.

  • 오전 10:20
  • 요한복음 3:16
  • 10:20 am
  • John 3:16

 

그런데 한글 문서 작성한 것을 보면 많은 경우에 다음과 같이 씁니다. (틀린 예)

  • 회의 일시 : 3월 30일 오전 10시
  • 회의 장소 : 대회의실

 

누가 왜 저렇게 쓰기 시작했는지 몰라도 하다 다들 저렇게 쓰니까 혹시 저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저건 영어식도 아니고 한글 맞춤법에도 어긋납니다. 그러니까 번역가 여러분께서도 저렇게 쓰지 마세요.

 

  • 회의 일시: 3월 30일 오전 10시
  • 회의 장소: 대회의실

저렇게 써야 합니다.

 

이번 레슨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Lesson tags: 괄호, 콜론, 괄호와 콜론에서 여백 처리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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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