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1: 영한 번역에서 빠다 냄새가 나는 이유

1. ‘영한 번역에서 번역 투를 없애는 요령 E-Course

 

‘영한 번역에서 번역 투를 없애는 요령 E-Course’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코스는 처음에 ‘영한 번역에서 빠다 냄새 없애기 E-Course’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는데 나중에 영한 번역과 직접 관련이 있는 레슨들만 따로 떼어서 독립 시켰습니다. 이 코스는 왜 많은 번역문이 그토록 자연스럽지 않은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다루는 코스입니다. 이 코스를 꼼꼼하게 공부해 나가시면 여러분의 번역이 좀 더 한국어다운 문장, 자연스럽고 쉽게 읽히는 문장으로 점점 바뀌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영한 번역가는 아마도 학창 시절에 누구보다 영어를 좋아하고 잘 했던 사람들일 겁니다. 이건 무슨 뜻이고, 저건 어디에 연결되는 건지, 그리고 이런 문장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등등을 공부하며 외국어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 왔겠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공부는 모두 영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공부였습니다. 원문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둔 공부였다는 겁니다. 시험만 해도 한국에서 만든 시험이든 외국에서 만든 시험이든 그런 원문 이해 능력만 측정하니 사람들은 영어를 이해할 수 있으면 마치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영어 번역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다음에야 어떤 문장을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사전 찾아 뜻을 대충 보고 더듬더듬 문장의 구조를 분석해서 일단 문장의 전체적인 뜻을 이해하고 나면, 그걸로 끝. 더 이상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죠.

그러나 번역가는 다릅니다. 번역가는 영어 문장을 한국어 문장으로 옮겨 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과제는 영어의 뜻을 이해하는 것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지식과 기술과 요령과 연습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일단은 한국어와 영어가 서로 매우 다른 구조, 사고방식, 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언어라서, 번역이란 단순히 영어의 단어나 구를 한국어의 단어나 구로 바꾼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번역가의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그런 기술과 요령과 지식을 배우고 연습할 곳이 참 없다는 겁니다. 다음 레슨에서 조금 다루겠지만, 각종 책에 장황하게 나오는 이론들이나 인터넷에 단편적으로 떠돌아 다니는 조언들은 언어학을 공부하는 이들이나 영어 이해를 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제로 매일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사람들이 부딪히는 실제적인 고민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경우가 많습니다.

‘영한 번역에서 번역 투를 없애는 요령 E-Course’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습니다.

제가 이런 코스를 개발하리라 고는 과거에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범위가 넓은 일이고 딛고 올라설 기초를 발견하기 힘든 일이라서 그저 저 자신의 번역을 갈고 다듬는 일에만 힘을 썼지 그런 개별 작업 뒤에 있는 원리와 요령을 다른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게 정리해 낼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필요를 느끼는 분들이 제게 그런 작업을 해 보도록 제안하고 격려해 주셨는데, 그래서 이 코스의 탄생은 어찌 보면 그런 분들 덕분입니다.

제가 이 코스에서 제시하는 것들은 거창하지만 막상 번역가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는 거대한 이론들도 아니고, 또 시시한 잡동사니도 아닙니다. 제가 개별 레슨에서 제시하는 것은 번역가들이 읽고 이해한 후, 다른 문장들과 문형들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작은 ‘원리들’입니다. 처음에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랐는데 조금씩 코스의 윤곽이 잡히면서 하나하나 내용을 채워 나갔는데, 참 재미있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제 스스로 그런 탄성을 내며 정리를 해 나갔습니다. 여러분도 이 코스를 공부해 나가시면서 그런 탄성을 많이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원리 하나 하나를 적용해서 예문을 번역해 낼 때 내 문장이 좀 더 명료해지고 좀 더 자연스러워질 때, 그래서 ‘빠다 냄새’가 빠진 좀 더 우리말다운 문장이 될 때의 기쁨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야 “별 이상한 사람들도 다 있네. 그런 게 뭐가 기뻐?” 할지 몰라도 번역가란 그런 일에 기뻐하는 사람 아닙니까?

 

2. 코스 구성과 이용 방법

레슨 1과 레슨 2는 코스 전체에 대한 소개와 서론이라고 할 수 있고, 레슨 3는 이후 코스들에서 자세히 살피게 될 예문들을 미리 한국어로 번역을 해 보는 예비 번역 테스트입니다.

레슨 4부터 레슨 7까지는 한국어 글쓰기를 다루며, 레슨 8부터 레슨 25까지는 영어와 한국어의 구조 / 문법 /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다루어 나갑니다. 마지막 부록에는 영한 번역에 도움이 되는 웹사이트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단순한 레슨 구조를 통해 각 레슨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쌓아가도록 하기 위해 다른 E-Course들에서 도입했던 자잘한 요소들을 모두 뺐습니다. 그래서 각 레슨의 구조는 매우 단순합니다. 우선 레슨 제목으로 모든 것을 요약했습니다. 레슨 본문에서는 우선 원리를 설명하고 그 뒤에는 예문을 열거해 두었습니다. 예문은 영어 원문과 그것에 대한 2가지에서 4가지 수준의 번역을 제시했습니다. 각 레슨 마지막에 있는 퀴즈는 힘든 한 단원을 끝낸 뒤 한번 웃고 넘어가시라고 만든 것이니까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마시고 가볍게 풀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그래도 답이 혹시 틀렸으면 그건 뭔가 잘못된 것이니까 내용을 다시 읽어 보십시오.)

모든 레슨을 끝 낸 다음에는 코스 목차만 따로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 두기만 해도 레슨 내용에 대한 상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코스는 계속 업데이트 될 것입니다. 언어의 세계는 바다와 같은데 그걸 제가 어떻게 다 다룰 수 있겠습니까? 그걸 다 다루려면 코스가 절대로 완성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제가 생각할 때 핵심적인 것들을 다루어서 발표하고, 시간이 가면서 추가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때때로 추가하겠습니다. 일단 코스를 구입하신 분들은 언제든지 다시 와서 기존의 내용도 복습하고 새로 추가된 내용도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3. 레슨 안에 있는 4가지 수준의 예문

마지막으로 예문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각 예문에는 원문 하나에 최대 4가지 수준의 번역문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4개가 다 있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원문:
  • 나쁜 번역:
  • 그럭저럭 번역:
  • 제대로 번역:
  • 조금 더 다듬은 번역:

 

  • ‘나쁜 번역’은 원문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한 번역이고, 번역가의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번역입니다. 예비 번역 테스트에서 해 두신 여러분의 번역이 나쁜 번역과 비슷하다면 스스로 뒤통수를 한 방 날리십시오. (여자 분들은 허벅지를 꼬집으시든가….) 그리고 대부분의 번역이 나쁜 번역과 비슷하다면 번역가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그럭저럭 번역’은 원문의 뜻을 제대로 이해했지만,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이 미숙한 번역입니다. 제 생각에는 많은 번역가들이 이 수준에 머물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제대로 번역’은 원문의 뜻을 제대로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로 옮기는 것도 요령 있게 잘 한 경우입니다.
  • 마지막으로, ‘조금 더 다듬은 번역’은 ‘제대로 번역’에서 아직 미흡한 부분을 바로잡고 조금 더 멋도 내고 조금 더 매끄럽게 한 것입니다. 이 과정은 다른 레슨에서 다루는 원리들이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또 문맥이 없이 문장 하나만 가지고 번역한 것이어서 이에 대해서 저와 여러분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또 문맥이 없어서 아예 ‘조금 더 다듬은 번역’을 만들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예문에 따라서 ‘나쁜 번역’과 ‘조금 더 다듬은 번역’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예문에 ‘그럭저럭 번역’과 ‘제대로 번역’은 있습니다. 각 레슨의 핵심은 바로 이 두 가지 번역의 차이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번역이 어떻게 다른지 유심히 눈여겨 보셔야 합니다. 나중에 복습을 하실 때는 그 두 가지 번역의 차이만 눈 여겨 보아도 순식간에 복습이 될 것입니다.

 

4. 두 가지 종류의 조언과 이 코스의 추상도 수준

“번역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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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로 살다 보면 이런 질문을 꽤 받으셨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질문에 답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아니 대답은커녕, 번역가들이야말로 바로 이 질문을 늘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여기 저기 찾아보면 많지는 않아도 이런 저런 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답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추상도가 너무 높은 수준에서 하는 답이고, 다른 하나는 추상도가 너무 낮은 수준에서 하는 답입니다.

추상도가 너무 높은 답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 번역할 때 집중력을 발휘하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 번역하는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아야 한다.
  • 독자의 입장에서 번역문을 읽어 보고 수정해야 한다.
  • 원문을 언어적으로 이해할 뿐만 아니라 그 원문의 배경이 되는 문화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 번역하고 나서 프린트해서 읽어 보거나 소리 내어 읽어 보면 고칠 점이 보인다.
  • 두 언어 사이의 구조적 차이점을 잘 이해하고 번역해야 한다.

이런 조언들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아니,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너무도 옳은 조언들이고 저도 저런 것을 실천하려고 늘 애를 씁니다. 그러나 저 중에서 번역의 질을 높이고 싶은 번역가에게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외국어를 처음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번역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저 정도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번역가들에게는 조금 더 실제적이고 조금 더 구체적인 지적과 훈수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런 조언들과 대비되는 다른 부류의 조언과 도움말들은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compare with는 ‘비교하다’라는 뜻이고 compare to는 ‘비유하다’라는 뜻이다.
  • 직함은 영어에서는 이름 앞에 붙어도 한국어에서는 뒤에 붙여라.
  • 도치 구문의 문장은 영어 어순에 따르지 말고 주어를 찾아서 주어부터 써 주어라.
  • need + ing는 문법적으로 능동태 같지만 뜻은 수동태이니 그런 점을 주의해서 번역해야 한다.
  • People 앞에 부정관사 a가 붙으면 ‘사람들’이 아니라 ‘민족’으로 번역해야 한다.
  • “There is no A like B”는 “B가 가장 …하다”고 번역해야 한다.
  • Must가 과거시제로 쓰이면 ‘난처하게도, 일이 안되려니까’ 등으로 번역한다.
  • ‘anything but’은 부정문으로 번역해야 한다.

이런 류의 조언과 도움말은 인터넷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 공부하는 학생들의 자습 노트에나 적힐 만한 이런 정도의 조언과 충고와 지식 역시 번역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하는 번역가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사실 저런 것은 “문장이 잘 이해가 안 되면 사전을 꼼꼼히 들여다보라”는 한 마디로 다 아우를 수 있습니다. 추상도가 너무 낮기 때문에 가지 수가 너무 많고 산만하며 한 마디로 너무 시시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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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면 번역가들이 의지할 수 있는 도움말이 참 신기할 정도로 없습니다. 개별 단어나 개별 구문, 특정 속담 등을 어떻게 번역하는가 하는 것은 추상도가 너무 낮아서 도움이 되지 않고, 문맥을 잘 살피면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언어 구조의 차이를 생각하면서 번역하라는 식의 조언은 추상도가 너무 높아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번역가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은 추상도가 저런 두 종류의 중간 정도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코스를 통해 추상도가 이 두 가지의 중간 수준인 조언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번역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는 번역가들에게 정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5. 왜 번역문에서는 ‘빠다 냄새’가 날까?

우선 빠다 냄새가 난다는 표현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번역문이 잘 이해가 되지 않거나 자연스럽지 않을 때, 우리는 흔히 ‘빠다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일이 많은데, 그 버터 냄새 자체가 그리 기분 나쁜 것이 아닙니다. 저도 캐나다에 처음 와서는 저런 것 먹고 어찌 살까 했는데 뭐 먹다 보니 먹을 만 합니다. 그런데 ‘빠다 냄새’란 김치와 된장 옆에서 나는 어울리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버터 냄새입니다. ‘빠다 냄새 나는 번역문’은 우리말도 아닌 것이 영어도 아닌 것이 뜻은 모호하고 읽기 거북한 그런 번역문입니다.

영한 번역에서 빠다 냄새가 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우선 번역하는 사람이 영어 원문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겁니다. 문화적 이해가 부족하거나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단어나 문장 수준에서 무엇을 오해해서 그렇게 된 것이죠.

이런 상태에서 번역을 하는 번역가는 수준이 낮은 번역가,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어중이 떠중이 번역가, 번역가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도 아까운 얼치기 번역가요 민폐를 끼치는 사람입니다. 물론 사람이 완벽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알 수도 없는 노릇이니, 번역가가 번역문을 대하기 전에 뭘 모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번역 과정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모르는 것은 사전을 찾고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내고 그런 다음에 번역문을 내야죠. 그렇게 하지 않고 빠다 냄새 진동하는 문서를 번역이라고 버젓이 고객과 독자 앞에 내미는 사람은 양심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어쩌다 실수로 오역을 하거나 번역의 일부분이 이상한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요. 번역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라 아예 책 전체가 무슨 말인지도 알아 먹기 힘든 국적 불명의 문장으로 가득한 책을 사서 읽어야 했던 옛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풀리지를 않습니다. 칸트 철학에 나오는 understanding을 ‘오성’이라고 번역한 한국 철학자들, God’s peace beyond our understanding을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라고 번역한 성서 번역자들, Your Kingdom come이라는 주기도문의 구절을 ‘나라이 임하옵시며’로 번역한 한국 기독교인들, 대학원생들 시켜서 챕터별로 번역하게 한 후, 용어 조차 통일되지 않은 대 여섯 챕터를 자기 이름 걸고 버젓이 출판해서 학생들에게 사개 하는 양심이 실종된 교수들 … 이런 한심한 번역의 예는 하도 많아서 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번역을 읽어 가지고 도대체 무슨 학문이 되고 소통이 될까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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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이 코스를 통해서 이런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은 번역을 향상 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번역을 그만 두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장들로 가득 한 문서를 번역이라고 내밀어 놓고도 밤에 편하게 자는 사람은 어차피 별로 향상될 가능성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은 번역 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 외국어 공부(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영어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문법도 공부하고 단어도 폭 넓게 그리고 깊이 있게 공부해서 정확한 원문 이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학원 같은 곳에 가서 무슨 ‘직독직해’같은 강의도 좀 들으면서 외국어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요령을 터득하기 위해 힘을 써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네이버 영어 사전의 이용자 참여 번역이라는 것을 가끔 보면 한국에는 여전히 이런 사람들이 넘쳐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제가 에이전시들을 위해서 번역가 후보자들의 테스트 결과를 평가하는 일을 꽤 오랫동안 해 왔는데, 그럴 때에도 제가 느끼는 것은 “영어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번역을 하겠다고 이렇게 지원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저 답지 않게 좀 독하게 말을 했지만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사람 아니죠? 다시 흥분을 좀 가라 앉히고 .…

영한 번역문에서 빠다 냄새가 또 다른 이유로는 영어 문장은 잘 이해했지만 그것을 우리 말로 옮기는 것이 서툴러서 그렇습니다. 제가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유럽어 사이에서 번역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것은 한국어와 영어가 서로 과격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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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번역을 떠나서 한글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참 어렵습니다. 여러분 이런 말 들어 보셨습니까? “한글은 표음문자라서 한 나절이면 다 배우고 말만 할 줄 안다면 글은 술술 적을 수 있으니 한글처럼 과학적이고 쉬운 문자체계는 세상에 없다.” 뭐 그런 말이요. 그런 사람은 어디서 주워 듣고는 생각 없이 앵무새처럼 들은 말을 반복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아마 제대로 글을 써 본 적도 없을 것입니다. 제 의견에는 한국어 글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기본은 표음 문자 체계인 것이 맞지만 조사와 받침과 한자어 등으로 인해 소리대로 표기하는 것이 오히려 예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그렇게 쉽고 간단히 배울 수 있는 표음문자 체계이면 왜 ‘국어’를 ‘구거’라고 안 쓸까요? 말만 할 줄 아는 외국인이 한글로 ‘낯설다’를 제대로 쓸 수 있을까요? ‘일찍이’는 왜 ‘일찌기’라고 쓰면 안되고 ‘사람이’는 왜 ‘사라미’가 아닐까요? ‘암컷’은 왜 ‘암것’이 아닐까요? 히읗 종성체언을 이해하는 것이 knight가 night와 발음이 같다는 것을 배우는 것보다 쉬울까요? 띄어쓰기는 또 어떻고요? 저는 한국어를 모르는 PM들이 띄어쓰기에 대해 물어올 때마다 설명하느라고 애를 먹습니다. 영어에는 이런 고민이 거의 없거든요. “underway와 under way를 구분해서 써야 한다” 정도의 예외적인 규칙이 몇 개 있지만, 한글 글쓰기에서처럼 띄어쓰기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외국인들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죠. 일본어와 중국어에도 이런 문제가 없으니 더더욱 이해가 어렵겠죠. 아무튼 한글로 글쓰기 자체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이 ‘영한 번역에서 빠다 냄새 없애기’ 코스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두 번째 이유로 나는 빠다 냄새입니다.

 

6. 빠다 냄새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한 번역은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 하는 번역입니다.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죠. 그러나 학교에서 공부할 때 한국어는 이미 다 통달한 것처럼 생각하고 영어를 이해하는 것 중심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막상 영어 원문을 이해한 다음에 번역을 하려고 할 때 한글로 어떻게 명료하고 매끄러우며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써 낼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이건 초보니 고수를 떠나서 번역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는 고민입니다.

굳이 번역가를 좀 변호하자면, 순수하게 한글로만 글을 쓰는 사람들보다 더 어려운 글 쓰기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번역은 이미 다른 문화 속에서 탄생한 다른 구조를 가진 언어를 우리 말로 옮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말로만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것과는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말 딱딱하고, 정신 사나울 정도로 읽기 힘들고, 어색한 번역문을 써 놓고는 그런 핑계만 댈 수는 없는 일입니다. 번역가는 번역이라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보수를 받는 사람이니 당연히 일반인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매끄럽고 명료하고 자연스럽고 심지어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지금 당장 그렇게 하지는 못하더라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노력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방향에서 동시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습니다.

  • 영어와 그 문화를 더 깊이 익힌다.
  • 번역하는 분야의 기초 지식을 넓혀 나간다.
  • 우리 말의 특징과 맞춤법 등을 더 깊이 공부한다.
  • 영어와 우리 말 사이의 차이점에 주목하여 매끄러운 번역을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아 나간다.

앞의 두 가지는 이 코스에서 다룰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번역가가 평소에 그리고 아주 긴 기간에 걸쳐서 실천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시간을 잘 활용하고 생활 구조를 잘 조정하여 그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번역가 커리어에 대한 소신과 긍지를 가지고 흔들리지 말고 굳세게 실천해야 할 과제입니다(이에 대해서는 프리랜서 번역가 전략 – 번역 일이 없을 때 시간 활용 방안을 참조하십시오). 뒤의 두 가지가 이 코스의 범위에 속합니다.

따라서 이 코스는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처음 몇 레슨에서는 한글 글쓰기 자체에 대해 우리가 틀리기 쉬운 것들, 잊어버린 것들, 좀 더 힘써야 할 것들에 대해 좀 짧게 다룹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레슨들에서는, 영어 자체는 이해를 했지만 그것을 우리 말로 옮겨 놓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조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직시하고, 좀 더 명확하고 좀 더 자연스러운 문장이 되도록 하는 중요한 원리와 요령을 제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크게 보면 이렇게 두 가지지만 양으로 보면 두 번째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7. 누가 이 코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이 코스는 영어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는 코스가 아닙니다. 외국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코스가 결코 아니고, 소위 직독직해가 되게 해 준다는 코스도 아닙니다. 이 코스의 목적은 순전히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번역가들이 번역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미 번역을 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번역의 질을 더 향상 시키려고 애를 쓰는 번역가들이 이 코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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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마음을 다잡고 함께 출발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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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