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1: 코스 소개와 서론

1. 이 코스의 탄생 배경과 역할

이 코스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 있는 분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 코스를 만들면서 계속 제 머리 속에 떠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제 딸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캐나다에 와서 한국어의 기본적인 기틀은 조금 잡혀 있었지만 15년간 영어 문화권 속에서 교육받고 생활하면서 얼굴만 한국 사람같이 생겼지 발음도, 사고방식도, 문화도 캐나다 사람이 다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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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엄마 아빠가 집에서 한국말을 하니까 아이들이 나중에 한국말을 하는 것쯤이야 아무 문제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다른 이민자 가정들을 보고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부모들이 노력을 안 해서도 아니고, 자녀들이 한국어를 가볍게 여겨서도 아닙니다. 다만 언어라는 것이 엄청난 반복을 통해 자기도 모르게 형성되어가는 것인지라, 그런 노출과 반복의 기회가 없으면 아무리 본인의 결심이 굳고 옆에서 신경을 써 주어도 한국말을 잘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제 아이들을 보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러므로 한인 2세로서 한국말을 익히고 나아가 그것을 토대로 한국어를 영어나 다른 언어로 번역할 꿈을 꾸거나 혹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남다른 재능을 바탕으로 남다른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께서 제가 한국어로 작성한 이 번역 코스를 수강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여러분은 대단한 성취를 이룬 것입니다. 아무쪼록 더욱 노력하여 더 나은 번역, 더 정확한 번역, 더 깊이 있는 번역을 해 나가시길 빕니다.

번역가는 다들 독특한 경험을 하고 독특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한인 2세로서 번역을 하시는 분은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영한 번역을 하시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과는 사뭇 다른 특징이 있다고 봅니다.

우선 여러분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I have advantages!!!
I have advantages!!!

우선 여러분은 희소성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의 외국어 교육은 외국의 학문과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외국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만 거꾸로 한국어를 외국어로 표현하고 번역하는 것은 아예 겁을 집어 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것을 배우지도 않았고, 그런 것이 가능할 정도로 외국어에 충분한 노출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서 번역을 하는 번역가의 대다수는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을 합니다.

여러분이 희소성이라는 혜택을 누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영어 문화권에서 자라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데 여러분께서는 그걸 해 냈기 때문입니다. 미국무성이 외교관들에게 가르치거나 취급하는 언어의 수는 45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40여 년 간 국무성이 외교관들에게 외국어 교육을 시킨 결과를 보면, 어려운 단계를 4단계로 분류했는데 한국어가 가장 어려운 4단계에 속했다고 합니다.

Difficult Korean...
Difficult Korean…

미국 외교관들은 왜 한국어를 그토록 어려워했을까요? 가르치는 사람들이 잘 못 가르쳐서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만약 언어들 사이에 거리가 있다면, 제 의견에는 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거리가 가장 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은 서로 번역할 때 어느 정도는 단어와 표현을 바꾸어 주는 선에서 작업을 해도 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be동사에 해당하는 것이 다 있고, the에 해당하는 것도 다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서 번역할 때는 저런 수준의 대체 작업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매우 과격한 reformulation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한국어는 많은 경우에 주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상황에 많이 의존합니다. 주어와 동사가 있어야 문장이 되는 서구의 문화와 사고방식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로서는 그런 한국어를 이해하는 것은 정말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것이 English native로서 한국어 번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토록 희귀한 또 다른 이유입니다.

이런 사실은 통계에 반영이 되고 있습니다. 일단 영한 번역을 하는 사람보다는 한영 번역을 하는 사람이 적습니다. 게다가 영한 번역보다 한영 번역의 단가가 상당히 더 높습니다. (자세한 분석은 제 블로그 포스트 번역가 되기 – 영한 번역과 한영 번역 시장 비교 참조)

하지만 이런 유리한 점도 있지만 여러분의 상황에서 불리한 점도 많습니다.

I have disadvantages...
I have disadvantages…

당연하면서도 가장 큰 약점은 무엇보다 한국어가 한국어 원어민보다는 약하다는 것이겠지요. 영어권에서 자랐으니 영어 문장을 써 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한국어 원문을 이해하는 것은 이중 언어 환경에서 자랐어도, 본인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어도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은 한국에서 자란 번역가들이 영한 번역을 할 때 부딪히는 영어 이해의 어려움과 같은 것이니, 원리적인 면에서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부분의 Korean translator와는 방향이 다를 뿐이지요.

한국에 살면서 끊임 없이 언어 보강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 만들어지는 신조어도 잘 모르고, 간혹 나오는 한자도 큰 골치거리이며, 문화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도 종종 있을 수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어의 경우 잘못 쓰여진 단어나 표현이 상당히 많습니다. 어려운 단어라도 일단 사전이라도 찾을 수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데 아예 잘못 쓰여진 경우에는 한국어를 정말 철저히 아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것이 무엇을 잘못 쓴 것인지 알기 힘듭니다. (그리고 글쓰기 교육의 부족, 인터넷의 급속한 보금 등으로 맞춤법이나 문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글이 넘쳐납니다. 일본어에서 유래한 국적불명의 표현도 기업에서 꽤 많이 쓰입니다.) 게다가 그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사람마저 마땅치 않을 수 있습니다.

목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코스는 그런 여러분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돕고자 만들어졌습니다. 이 코스는 공부하는 코스이고, 나중에 사전처럼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코스이며, 그래도 해결이 안 되는 비상상황에서는 직접 연락해서 문의해 볼 수 있는 요긴한 코스입니다.

2. 이 코스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들:

– 1차적 대상: 한인 2세로서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자라서 영어가 first language인 분들
– 2차적 대상: 영어권이 아니라도 한국어가 second language로 번역하는 모든 사람들

Me???!!!
Me???!!!
Lesson tags: 코스 소개와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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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