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넷플릭스 영화 : 파라메딕 앙헬 (EL PRACTICANTE)
¡Hola! 호미입니다.
지지난 주말에 마드리드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서 무려 54일이라는 장마와 2개의 태풍을 겪고 돌아오니, 아름다운 스페인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느라고 일주일 정도 또 비를 봤습니다. 조금 우울할 뻔 했지만 다시 힘을 내서! 잘 지내는 중입니다.
넷플릭스에 새 스페인 영화가 올라왔습니다.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배우 중 한 명인 마리오 카사스(Mario Casas)와 프랑스 여배우 데보라 프랑수아(Déborah François)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데보라는 이 영화를 위해 3개월 동안 스페인어를 배웠다고 해요.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는 뿌리가 같아 문법과 문장구조가 거의 같아서 스페인 사람이 프랑스어를 배우거나 프랑스 사람이 스페인어를 배울 때 큰 무리가 없다고 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고 모두에게 쉬운 건 아니겠지요. 우리말과 일본어가 한자를 공유하고 (물론 같은 한자이면서도 다른 한자입니다.) 어순이 비슷하다고 해서 모든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의 언어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 쉽지 않듯 말이죠.
특히 스페인 사람들은 프랑스어의 발음이 어렵다고 자주 언급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스페인어나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각 언어를 조금만 들어봐도 발음이 매우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스페인어는 자음과 모음이 쓰여있는 그대로 발음되고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영어발음 조차도 스페인 사람들은 어렵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같은 e가 어떤 단어에서는 [e] ‘에’ 소리가 나고, 어떤 단어에서는 [ə] ‘어‘ 소리가 나고, 입을 더 크게 벌린 [æ] ‘애’ 소리도 있고, 단어 끝에서는 발음하지 않는 e도 있는 등 변화가 많지만, 스페인어에서 e(에)는 모든 단어에서 e(에)입니다.
마리오 카사스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남자배우 중 한명입니다. 일단 잘생겼지요. ;-) 그리고 다양한 테마의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합니다.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마리오를 만날 수 있으니 저는 행복합니다. ㅎㅎ
소개해 드릴 위 영상은 스페인의 유명한 토크쇼인 ‘엘 오르미게로(EL HORMIGUERO)’에서 이번 영화를 홍보한 회차 중 일부입니다. (클릭하면 바로 재생됩니다.) 짧은 영상이지만 몇몇 유용한 표현들과 단어를 배울 수 있어서 포스팅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각 단어 및 표현들이 영상의 어느 부분에 등장하는지 표시도 했습니다. 참고로 호스트는 파블로 모토스(Pablo Motos) 입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않겠습니다. 혹시라도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고민될 때 한번 보시기를 바랄게요. 징그럽고 소름끼치는 장르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예고편 먼저 보시고 고민 살짝 해보시구요.. ㅎ
Perturbador [0:07]
동사 ‘perturbar’ 즉, ‘방해하다’, ‘훼방놓다’ 에서 파생된 명사입니다. 명사접미사 -or 로 끝나는 경우 보통은 해당 동사 행위를 하는 사람 또는 그러한 것 이라고 해석하는데, 이 단어는 방해하는 것, 방해하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고 어떤 끔찍한 것을 의미합니다. 마리오는 ‘이 영화는 perturbador 이다.’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 공포영화에 해당한다는 의미입니다. Perturbador 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를 보여 드릴게요.
Atrapar al público [0:09]
Atrapar 는 무언가를 잡거나 낚아 채는 동작을 묘사하는 동사입니다. 대중을 잡는다, 낚아 챈다는 말이니까 여기서는 ‘관객을 사로 잡는다’고 번역하면 알맞을 것 같습니다.
Acojonarse [0:10]
구어체, 대화에서 많이 쓰이는 속어입니다. 어떤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동사이기도 하고요. 너무 무서워서 ‘지리게 하다, 지리다’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어로는 ‘Vulgar to scare the shit out of’라고 검색되는 사전이 있네요. 영상에서 마리오가 말한 문장은 ‘Se van a acojonar un poco con el personaje.’ 입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좀 지려요.’ 또는 ‘주인공이 (여러분들을) 좀 지리게 할거예요.’ 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소름끼치고 무서운 캐릭터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거죠. 다른 말로 바꿔보면, ‘El personaje va a asustar (al público)’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omarse en serio [0:15]
‘진지하게 받아들이다’ 라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영상에서는 마리오가 이 영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대본, 이 작품을 매우 좋아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영상에서 파블로가 ‘Te has tomado muy en serio esta peli.’ 라고 말했습니다. 바꿔 말해 ‘Te ha gustado el guión de esta peli.’ 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Peli’는 ‘Película’의 줄임말, 은어입니다.
Meter mal rollo [0:29]
‘기분 나쁘게 하다’는 표현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rollo’ 라는 단어를 매우 자주 들을 수 있는데요, 사전에 나오는 기본 의미인 ‘롤, 돌돌말린 형태’ 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뉘앙스’, ‘느낌’, ‘분위기’ 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un rollo malo’ 라고 하면 ‘좀 별로인 느낌, 안 좋은 느낌’이라는 말입니다.
Tú me querías, putearme quitando la gorra. [0:58]
Putear, 이 동사도 구어체이고, 비속어, 은어입니다. 비속어의 강한 느낌을 살려 직역하면 ‘네가 내 모자 벗겨서 나 엿먹이려 그랬잖아.’ 입니다. 앞뒤 대화를 모두 아는 상황에서는 ‘네가 내 모자 벗기려고 했잖아.’라고만 번역해도 분위기는 전달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리오가 이 문장을 말하는 억양을 잘 들어보면, 스페인 사람들이 친구끼리 비속어를 쓸 때 나타나는 아주 전형적인 억양입니다. 문장 내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동사 putear 에서 PU가 가장 세고, 앞뒤 나머지 단어들은 빠르게 발음하여 뭉게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Chulo, Chula [1:50]
영상에서 나온 문장은 ‘Son muy chulos.’ 입니다. 이 형용사도 스페인 사람들이 대화 속에서 자주 쓰는 은어입니다. 보통은 ‘멋지다’는 의미의 속어, 즉 요즘 말로 하면 ‘쩐다’는 뜻인데, 영상에서 Pablo가 쓴 의미는 ‘거만하다’ 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앙헬에 대해서 묘사하면서 앞서 나온 ‘egocéntrico’ 라는 형용사와 맥락을 같이 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다음에 바로 나오는 동사를 보면 더욱 부연설명이 됩니다.
Aparentar algo [1:52]
Aparentar 는 뭔가를 과시하다, 으스대다, 허세를 부린다는 동작을 묘사하는 동사입니다. 앞서 등장한 형용사 ‘egocéntrico’, ‘chulo’와 함께 주인공 앙헬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Tío, Tía [2:09]
사전적 의미는 삼촌, 이모 입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이 단어를 가까운 친구에게 사용합니다. 우리 말로 바꾸면 여러가지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야’, ‘(~한) 애’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제가 흔히 듣는 말은, 저의 가까운 스페인 친구 중 니코(Nico)는 며칠 만에 저를 만나면 ‘Qué pasa, tía’ 라고 인사합니다. 여기에서는 ‘야, 잘 있었냐’ 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굳이 어떤 의미를 지닌 단어라기 보다는 추임새에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영상에 나온 문장은 ‘Eres el tío más guapo de España.’ 입니다. 여기에서 tío는 (친근한 느낌을 담아서) ‘잘생긴 사람, 잘생긴 애’ 라는 의미이고, ‘네가 스페인에서 제일 잘생긴 배우잖아.’ 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네요.
Ponerse feo [2:11]
Ponerse 는 변화를 설명할 때 쓰이는 동사 중 하나 입니다. 여러가지 변화 중에서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신체적인, 일시적인 상태의 변화를 묘사할 때 씁니다. 예를 들어, ‘Me he puesto contenta.’ 라고 하면 ‘난 기분이 좋아졌다.’ 입니다. 그 좋은 기분이라는 것은 일시적이고, 지금 내가 신체적으로 느끼는 변화 또는 신체에 나타난 변화입니다. 영상에 나온 문장은 ‘No paras de ponerte feo.’ 인데요, 마리오가 영화를 찍기 위해 살을 찌우거나 또는 살을 아주 많이 빼거나 하는 등 영화를 위한 변신을 그 전에도 여러번 했었고, 이번 영화를 위해서는 못생기게 변신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Estás cariñoso, ehhh? [2:14]
파블로가 마리오를 스페인에서 가장 잘생긴 배우라고 말하자 마리오가 답한 말입니다. Estar cariñoso, (태도가, 모습이, 상태가) 착하다, 사랑스럽다는 표현입니다. 자신을 잘생겼다고 하니 ‘너 참 스윗하다’ 즉, 듣기 좋은 말을 했다는 거죠. 우리말로 번역하면…… 막상 생각해보니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는 ‘듣기 좋네요’, ‘감사합니다.’ 정도로 응할 것 같은데요, 한국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잘생겼다, 예쁘다고 하면 ‘아이고, 아니예요.’ 라고 부정을 먼저 하잖아요? ㅋㅋ
다시 돌아와서, 사실 제가 이 문장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뒤에 붙은 ‘¿eh?’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말미에 붙이는 많은 추임새 중 하나 입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말한 것에 대한 동의를 구할 때, 되묻고 싶을 때 씁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맞지?’, ‘그렇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별다른 단어를 쓰지도 않고 에~~ 라는 소리 하나로 상대방의 동의를 이끌어 내려는 스페인어를 보면, 간편하면서도 게으른(?) 언어라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ㅎ
또, 영상의 가장 끝부분에 ‘cariñoso’의 유의어인 다른 형용사가 하나 나옵니다. 바로 ‘tierno’ 입니다.
Darse caña [2:25]
마지막 표현입니다. 이 표현도 구어체에서 굉장히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입니다.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죠. Caña는 재배한 사탕수수 줄기를 의미하는데요, 막대기라고 해석하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옛날에 당나귀 등에 짐을 싣고 다니던 짐꾼들이 당나귀가 멈추지 않게 또는 더 빠르게 걷게 하려고 재촉하는 동작에서 기원한 표현입니다. 당나귀는 우리가 말을 탈 때처럼 위에 올라타서 박차를 가하거나 채찍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막대기 같은 지팡이로 툭툭 치면서 당나귀를 재촉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표현은 무언가에 박차를 가하고 싶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파티에서 신이나서 음악의 볼륨을 높이고 싶을 때 디제이에게 ‘¡Dale caña!’ 라고 할 수 있고, 사무실에서 부장님이 사원들에게 더 힘내라, 더 열심히 해라, 어서 어서 일하자고 말하고 싶을 때에도 활용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 외에도 자동차 시동을 걸 때, 오토바이 속도를 높일 때, 시험공부를 시작할 때,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할 때 등의 상황들이 darse caña 를 사용하기 적절한 상황입니다. 영상에서는 마리오가 본인을 잘생겼다고 말하는 파블로에게 열심히 한다, 잘한다는 모습을 묘사하며 ‘Te estás dando cañita.’ 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미 en 마드리드, el 22 de septiembre
*’호미’는 제 성과 이름 두 글자 중 첫글자만 조합한 단어의 알파벳 표기를 스페인식으로 발음한 저의 별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