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io 04. 스페인어의 사고방식(2) : LAS CHICAS del CABLE
¡Hola! 호미입니다.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분이라면 스페인 드라마를 한 번쯤 보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넷플릭스의 스페인 드라마를 살짝 소개해 드리면서, 얼마 전 제가 발견한 오역을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포스팅을 준비했습니다. 이 오역은 스페인어의 사고방식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전의 스페인어의 사고방식 포스팅에 이어 스페인어의 사고방식(2)라고 제목을 정했습니다. 앞으로 (3), (4), (5) … 쭉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드라마를 소개해 드리면, 드라마 원제는 ‘Las chicas del cable’ 인데, 한국어로 ‘마드리드 모던걸’이라고 번역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동안 스페인 막장드라마로 유명세를 탄 것 같습니다만, 이 나라 정서를 겪어보니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그다지 막장드라마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무튼 드라마가 꽤나 재미있습니다. :lol:
원제를 직역하면 ‘교환원 아가씨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만, 시대적 배경이 스페인이 1920년대에 (정확하게는 1928년입니다.) 남성 중심 사회를 거부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역동적인 시기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어 제목이 잘 번역된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적 배경이 마드리드 이기도 하고요.
마드리드의 전화국 교환원 아가씨가 스페인의 초기 현대사회 여성을 대변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을 생각해 본다면, 어느 정도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중 한명인 까를로따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여성들이 이제는 더 이상 집에만 있지 않고 밖에서 원하는 대로 일할 수 있고, 본인도 그럴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까를로따는 주인공 여자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행동파이며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치관은 드라마에 전체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여성 동성애 커플이 그려지기도 하고, 여러가지 페미니즘 가치관과 관련된 사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시대물을 좋아하시고, 스페인 막장 드라마가 어떤지 궁금하신 분들은 ‘마드리드 모던걸’을 한번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발견한 오역이 포함된 대화의 스페인어 자막과 한국어 자막을 모두 옮겨 보았습니다. 시즌 2의 제 6화 40분쯤 된 부분에서 앙헬레스와 까롤리나가 언쟁하는 중에 리디아가 등장하여 둘의 언쟁을 끝내는 장면입니다.
[스페인어 자막]
Ángeles : Y luego, luego me has estado haciendo las llamadas esas anónimas. Y ahora encima, para colmo, me escribes en la taquilla. Dios, ¡Admítelo! Carolina, por favor, admítelo. Eres tú.
Carolina : Mira, basta. ¡Basta ya! ¿Qué te pasa a ti, eh? ¿Por qué te preocupa tanto que Mario esté intentado contactar contigo? ¿Qué estás ocultando, Ángeles, eh? Venga, cuéntame qué le has hecho. ¡Que qué le has hecho!
(리디아 등장)
Lidia : ¡Déjala!
Carolina : La que faltaba. Cuánto tiempo sin verte, Lidia.
Lidia : He dicho que la dejes en paz.
Carolina :¿No me digas que tú también estás metida en esta historia?
Lidia : La última vez que te cruzaste en mi camino, no te fue muy bien. Pensaba que habrías aprendido la lección. Largo.
Carolina : Eh… Chicas, un detallado que me olvidaba. No voy a dejar que las cosas se queden así. Sé perfectamente que estáis ocultando algo y lo voy a sacar a la luz.
[한국어 자막]
앙헬레스 : 그 말 없는 전화도 네가 걸었고, 이젠 그것도 모자라 내 사물함에 그런 걸 적고… 인정해, 카롤리나. 제발 인정해! 너잖아!
까롤리나 : 그만해, 그만하라고! 대체 왜 이래? 마리오가 나타날까봐 왜 그렇게 걱정해? 뭘 숨기고 있는거야? 무슨 짓 했는지 말해. 마리오를 어쩐거야?
(리디아 등장)
리디아 : 건들지 마.
까롤리나 : 내가 할 소리야. 오랜만이네, 리디아.
리디아 : 앙헬레스 건들지 말라고.
까롤리나 : 혹시 너도 얽힌 건 아니지?
리디아 : 저번에 날 건드렸다 너한테 나쁘게 끝났지? 그럼 배운 게 있을 텐데. 가.
까롤리나 : 내가 잊은 게 하나 있는데,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아. 뭔가 숨기고 있잖아. 그거 내가 밝힐거야.
*스페인어 자막에서 까롤리나의 뒷부분 대사 중 분홍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실제 말한 것과 자막이 다른 부분입니다. 까롤리나의 대사를 잘 들어보면 en esta historia 라고 말하지만, 스페인어 자막으로는 en esto 라고만 나옵니다. 저는 까롤리나가 한 말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밑줄 친 부분, ‘La que faltaba.’ 가 제가 발견한 오역입니다. 한국어로 ‘내가 할 소리야.’라고 번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의역이라고도 보기 힘든, 원래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 버린 잘못된 번역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La que faltaba, Lo que faltaba 라고 말을 할일이 있다면, 그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 또는 불난 내 집에 부채질 당하는 상황일 것입니다. 안 좋은 일이 생겼는데, 바로 또 다른 안 좋은 일이 겹칠 때 쓰는 반어적 표현입니다. 영어로는 ‘To add insult injury’ 를 말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서 ‘La’는 리디아를 지칭합니다. 직역을 하면, ‘필요했던 그녀(리디아)이구나.’, ‘(방금까지) 없었던 리디아가 왔네.’ 입니다. 비꼬는 것이지요. 까롤리나가 앙헬레스에게 의심과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리디아가 갑자기 나타나 까롤리나에게 앙헬레스를 건드리지 말라고, 가만히 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까롤리나 입장에서는 리디아가 나타난 것이 짜증에 짜증을 더하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만약에 이 부분을 번역한다면, 아래와 같은 말들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디아, 너까지 와서 보태는구나.”
“이제 너도 와서 거드는 거니?”
“한 술 더 뜨네?”
“얼씨구?”
사실, 잘못 번역된 이 문장이 대화의 흐름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까롤리나가 ‘내가 할 소리야’ 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본인이든 앙헬레스든 누군가를 건들지 말라는 리디아의 말을 반복하려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La que faltaba.’ 라는 말을 어떻게 번역하면 가장 자연스럽고 충분히 까롤리나의 비꼬는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미 en Madrid, el 3 de junio
*’호미’는 제 성과 이름 두 글자 중 첫글자만 조합한 단어의 알파벳 표기를 스페인식으로 발음한 저의 별칭입니다.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에요. 최근 시즌6가 공개되었죠. 시즌4 이후로는 좀 실망스럽게 전개되지만 주인공들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시즌 시작할 때마다 리디아의 명대사도 많고요.
너무나 아쉽게 끝났어요! 모든 시즌의 리디아 명대사만 모아 봐도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