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Novedades Carminha y DELLAFUENTE (가운데)
Episodio 02.
Ya no te veo (더 이상 네가 보이지 않아) – Novedades Carminha, feat. DELLAFUENTE
¡Hola! 호미입니다.
‘스페인 노래’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얼마 전 임영웅이라는 트로트 가수 한 분이 유명한 스페인어 노래 Despacito (데스파시또)를 부르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화면에는 원곡 가수 Luis Fonsi 루이스 폰시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일부 깔렸고, 스페인 국기가 함께 나오고,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열정을 보여준다는 자막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 노래 저도 참 좋아하지만 정확히 스페인 노래는 아닙니다. 나중에 푸에르토리코 국기가 잠시 나오긴 했지만, 도입부에서 스페인 국기가 크게 나왔을 땐 조금 놀랐습니다. 8-O
데스파시토를 부른 가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루이스 폰시라는 가수인데요, 이 가수는 푸에르토리코 가수입니다. 피쳐링을 맡은 Daddy Yankee 대디 양키 또한 푸에르토리코 가수이지요. 푸에르토리코 인구의 99%가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스페인어로 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지만 스페인어를 쓴다는 것 외에는 스페인이라는 나라와 이 노래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흥과 분위기도 이 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흥과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역사적인 이유로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브라질 제외)는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럽의 스페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큰 장애가 없습니다. 같은 스페인어라고 볼 수 있지요. 또한 같은 스페인어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지요? 서로 같은 언어를 말하기에 서로 알아듣기도 하지만, 알아듣지 못하기도 합니다. 단순하게 발음, 억양, 강세 등이 다른 것도 있고, 같은 상황에서 사용하는 동사가 다르기도 하고, 주변의 사물들을 일컫는 명칭들이 다르기도 합니다. 유럽 스페인어와 중남미 스페인어의 차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여러 차례에 걸쳐 포스팅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스페인 북쪽 갈리시아 지방 출신의 4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락&펑키 밴드 Novedades Carminha 노베다데스 까르미냐가 부른 노래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밴드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를 소개하면서 더불어 스페인어의 발음에 대해서 몇 가지 함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스페인어의 표준어 알파벳 자음과 모음을 이미 잘 아시는 분이라면 밴드 이름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을 발견하셨을 것 같습니다. Carminha 까르미냐의 끝음절 nha(냐)의 자음이 ñ가 아닌 nh로 되어있지요. 두 자음의 음가는 동일합니다. 표준어가 아닌 지방공용어의 자음을 사용함으로써 이들이 갈리시아 지방 출신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갈리시아 지방에서 쓰는 언어인 갈리시아어는 스페인 내 지역공용어 중 하나인데요, 여러 지역공용어 중에서 포르투갈어에 가장 가까운 언어입니다. 포르투갈어와 뿌리를 같이하고 있지요.
*국가공용어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스페인어 즉, 카스티야어가 표준어로 사용되고 있고요, 그 외에 까딸루냐어, 발렌시아어, 바스크어, 갈리시아어 등 지역공용어 외 비공식지역어와 방언까지 포함하면 여러 종류의 언어가 이베리아 반도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Vivo en un mundo lleno de sueños,
Donde los que sueñan, sueñan con el miedo.
Vivo en un mundo lleno de estrellas,
Le llaman infierno, porque no hay dinero.
Pero que mira primo que yo no lo sé,
Donde más a gusto viviré,
Juro que no sé,
Si en tu cielo o en tu infierno, más a gusto moriré.
¿Dónde estás?
¿Como vas?
Hace mucho que nos peleamos.
Llévame contigo a Tánger, a una colina,
Para sentir el calambre
Que me entra cuando me miras.
Ya no te veo, ya no te veo.
Quiero bailar ahí arriba como en un ultraligero.
굵게 표시된 후렴구 부분을 번역해보면, ‘보고싶다’는 말을 ‘우리 싸운지 오래됐는데 대체 넌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며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츤데레 스타일이네요.) 이 후렴구 부분을 잘 들어보시면 피쳐링을 한 데야푸엔테 Dellafuente 라는 래퍼의 발음이 우리가 스페인어 알파벳을 배울 때 배우는 발음과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래퍼는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 출신의 가수로 안달루시아 사람들의 발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후렴구 부분과 브릿지 부분에 특정 박자의 박수소리가 등장하는데요,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중남미에서의 그것과 사뭇 다른, 스페인 사람들의 흥과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플라멩코에서 들을 수 있는 박자의 박수소리입니다.
후렴구에서 나타나는 안달루시아 사람들의 발음 특징 한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Dónde estás?
¿Como vas?
Hace mucho que nos peleamos.
‘s’는 아무래도 들리지 않습니다. 특히 estás 를 발음할 때 그 특징이 잘 발견됩니다. 발음을 하지 않고 살짝 먹는 듯이 들리는데요, s를 발음할 때 소요되는 아주 짧은 순간을 마치 빈 칸을 읽듯이 잠시 멈추었다가 지나갑니다. 안달루시아 발음의 특징이지요. 그리고 스페인어의 알파벳 중 c는 모음 e와 i를 만났을 때 영어의 th /θ/처럼 발음합니다. 그러나 안달루시아 사람들은 이 자음을 우리말의 시옷처럼, 알파벳의 s처럼 발음합니다. 표준어라면 hace에서 ‘c’ 는 영어의 th /θ/처럼 발음해야 하는데 데야푸엔테는 조금 다르게 발음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즉, s의 음가로 발음합니다. 이 부분은 남미 스페인어에서도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사촌언니를 따라 뉴욕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사촌언니 친구인 몇몇 뉴요커들이 스페인어 자음의 c와 z의 음가를 가지고 스페인 사람들이 말하는 모양새를 놀렸던 기억입니다. 자음 c가 모음 e와 i를 만날 때, 그리고 자음 z는 모든 경우에서 영어의 th /θ/와 같이 발음하는데, 스페인 사람들이 혀를 항상 윗니 아랫니 사이로 꺼내 놓고 말을 한다며 우스갯소리를 했었습니다. 어쩌면 그들 눈에는 스페인 사람들이 항상 혀를 밖으로 내놓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Pronunciación
Zumo
Gracias
Césped
Incidencia
Zoncera
소위 말하는 이 번데기 발음을 연속으로 이어서 할 때엔, 저도 종종 어색할 때가 있습니다.
구글에 스페인어의 c와 z 발음에 대한 검색을 해보니 아래와 같은 이미지들을 만났습니다. :lol:
발음의 차이에 대해서 단순히 웃자고 놀리는 거지만, 제가 유럽식 스페인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매력적인 발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미 en Madrid, el 5 de mayo
*’호미’는 제 성과 이름 두 글자 중 첫글자만 조합한 단어의 알파벳 표기를 스페인식으로 발음한 저의 별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