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tificate of Fiscal Residence가 무엇인가요?

에이전시에서 Certificate of Fiscal Residence를 달라고 하는데, 그게 뭔가요?

유럽의 에이전시와 거래를 틀 때 간혹 certificate of fiscal residence라는 서류를 요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EU가 아닌 국가, 예를 들어 한국에 사는 번역가에게 당신이 실제로 한국에 살고 있음을 증명하라는 건데요, 여기에는 과세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재미는 없지만, 세금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한국의 소득세법은 한국 거주자에게 전 세계 모든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법에 따르면 번역가 홍길동이 주소지를 둔 한국은 “거주지국”이 되고, 거래하는 에이전시의 국가는 “원천지국”이 됩니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 번역가 홍길동이 유럽 A 국가의 에이전시에게 대금을 받았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길동은 한국에 소득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A 국가의 조세 당국이 “당신, A국에서 돈 벌었으니 세금 내야 한다”라고 하며 길동에게 세금을 매기게 되면 길동은 같은 소득을 대상으로, 그러니까 일은 한 번 하고 세금은 두 번 내야 합니다. 이처럼 소득이 발생한 곳과 실제 거주하는 곳이 다르면 세금이 이중으로 부과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금을 두 번이나 내면서 일하고 싶은 개인이나 기업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협약을 맺은 것이 이중과세 방지 협약(DTA, Avoidance of Double Tax Agreements)입니다. 이 협약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는 소득이 발생한 원천지국이 아닌 거주지국에 세금을 내게 하고 있습니다.

즉, certificate of fiscal residence를 제출하지 않으면, 에이전시가 소재한 원천지국의 조세 당국도 번역가의 소득에 세금 징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이 세율이 25%가량에 달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막상 담당자에게 확인해 보면 주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또 뭐 대단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냥 보내줘도 무방합니다. 자, 세금과 관련된 서류가 필요하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물론 세무서입니다. 그런데 세무서에 가서 무작정 영문 “certificate of fiscal residence”를 발급해 달라고 하면 직원이 이상하게 쳐다볼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가 한국 세무서에 요청해야 하는 서류는 바로 “거주자증명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터넷으로 일하는 번역가잖아요? 이 거주자증명서도 인터넷으로 뗄 수 있습니다. 네, 모든 프리랜서 번역가가 1년에 한 번은 무조건 방문해야만 하는 곳, 바로 홈택스에서 가능합니다.

홈택스#$#%$#$!!!

국세청 홈택스

 

요즘은 인터넷 뱅킹이나 민원서류를 떼는 일이 좀 쉬워진 편이지요. 그래도 세무서가 가까운 분은 어쩌면 세무서에 갔다 오시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세무서가 30분 거리 밖에 있는 분이라면 먼저 심호흡을 하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번 시도해 보실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회원가입은 이미 하셨다고 가정하고 로그인하겠습니다.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합니다. 다 그렇지만 정부 기관 사이트는 아이디로 로그인해서야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공인인증서 로그인이 처음이라면 옆에 있는 버튼을 클릭하여 공인인증서를 “등록”해 주어야 합니다. 회원가입을 했더라도 공인인증서 등록은 따로 해 주셔야 해요. 비교적 최근에는 카카오, 네이버 같은 사설인증서나 생체인증을 이용할 수 있어서 한결 편해졌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홈택스에도 해당합니다. 로그인을 하셨으면 벌써 절반은 온 것입니다. 화면 상단에 신청/제출 메뉴가 보이시나요? 신청/제출 > 일반세무서류 신청으로 이동합니다.

 

민원서류신청으로 왔습니다. 다른 건 그대로 두시고 민원명 찾기라는 곳에 “거주자증명서”라고 입력합니다. 띄어쓰기 없이 입력해 주십시오.

 

민원사무명에 “거주자증명서”가 보입니다. 신청서식은 내려받으실 필요 없습니다. 그건 서식을 직접 인쇄해서 세무서에 제출할 때 쓰는 것입니다. 오른쪽 끝에 있는 “인터넷 신청” 버튼을 클릭합니다.

 

거주자증명서 발급 신청서가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정보를 입력합니다. 기본 인적 사항에 연락처와 이메일을 입력해 주십시오. 전화번호와 휴대전화번호란에는 모두 휴대폰 번호만 입력해도 됩니다. 다른 건 이미 다 기재되어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소득자 인적사항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입력해 보겠습니다.

성명(대표자)영문: 이름을 로마자로 정확하게 입력합니다.

영문주소: 주소를 영어로 입력합니다. 위에 한국어로 입력된 주소(주민등록지 상 주소)와 다르면 안 됩니다. 우리 집 영문주소를 모르겠다는 분은 네이버에서 “영문주소”라고 검색하신 후에 표시된 영문주소를 그대로 복사하시면 됩니다.

거주자임을 증명받고자 하는 연도: 연도를 입력합니다.

거주자증명을 발급받고자 하는 목적: “조세목적상 대한민국 거주자임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표시합니다.

 

소득현황 입력란입니다.

소득구분: 드롭다운 메뉴에서 “인적용역”을 선택합니다.

수취(예정)일: 처음 거래를 트는 상황에서는 알 수 없는 항목입니다. 미래의 날짜(몇 개월 후 정도면 무난하겠습니다)를 임의로 입력합니다.

소득금액: 지금은 임의로 입력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0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외국납부세액: 마찬가지로 임의로 입력합니다. 0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소득현황 입력란에 입력한 내용은 실제 거주자증명서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음은 소득지급자 입력란입니다.

– 여기서 소득을 지급하는 자는 번역 에이전시가 되겠습니다. 위 항목을 다 채워도 되지만, 상호와 주소를 입력하지 않고도 거주자증명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걸 왜 알려드리냐면, 특정 국가에서 거주자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를 비워두면 같은 국가의 다른 에이전시와 거래할 때도 이 서류를 그대로 써먹을 수 있거든요. 세무서에서 이 부분을 확인할 수도 있는데, 비워두겠다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발급대상국가: 이건 필수로 입력해야 합니다. 코드검색 버튼을 클릭하여 국가를 선택합니다.

 

마지막으로 수령방법을 선택합니다.

주민등록번호 공개여부: 중요한 개인정보를 에이전시에 공개하지 마세요. 비공개를 선택하면 증명서의 주민등록번호 뒷부분이 별표로 표시됩니다.

주소 공개여부: 마찬가지입니다. 뒷부분은 비공개해도 됩니다.

수령방법: 인터넷발급(프린터 출력)을 선택합니다.

발급희망수량: 스캔해서 보낼 것이므로 1매만 있으면 됩니다.

 

첨부서류: 아무것도 첨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까지 하면 신청서 작성은 끝입니다. 발급 신청서는 출력할 필요 없으니 내용을 제대로 기재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제출합니다.

 

– 제대로 접수되었다면 “인터넷접수목록조회” 탭의 처리상태에서 “접수완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영문신청 여부”에 국문으로 되어 있어서 놀라실 분들이 계실 텐데요, 거주자증명서는 원래 영문 증명서가 따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신 것처럼 신청서를 작성할 때도 영문으로 지정하는 항목이 없어요. 나중에 출력해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증명서가 국문과 영문 겸용(?)입니다.

– 신청서를 접수하고 나서 바로 발급되는 건 아닙니다. 담당자 결재를 거쳐야 하거든요. 아마 세무서에서 확인 전화가 올 텐데, 별다른 내용을 물어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몇 시간 지나면 서류가 발급됩니다.

 

서류가 발급되면 “민원처리결과조회” 탭에서 확인하고 출력할 수 있습니다. 좀 전의 “인터넷접수목록조회” 탭이 아니니 헷갈리시면 안 됩니다.

– 처리상태가 “처리완료”로 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발급수량의 “0/1″은 발급 가능한 전체 수량 1매 중 0장이 출력되었음을 뜻합니다. 즉, 1장만 뽑을 수 있습니다. 프린터로 증명서를 출력한 후에는 1/1로 바뀝니다.

– 숫자로 된 발급번호를 클릭하면 서류를 출력할 수 있습니다. 단, 홈택스 사이트에서 프린터로 문서를 한 번도 출력해 보지 않은 분은 먼저 파란색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프린터 테스트]”를 클릭하여 반드시 시험 인쇄부터 해보십시오. 화면에 있는 안내문처럼 자칫 “[출력 무반응]”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프린터에서 서류를 인쇄하지 못했는데도 발급 수량을 까먹어서 1/1이 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냐고요? 처음부터 다시 신청해야 합니다…

– 집이나 회사에서 민원서류를 출력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정부 기관 사이트는 이런 증명서를 발급할 때 프린터 종류를 가리기 때문에 특정 프린터로 인쇄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이메일로 보낼 문서라면 처음부터 PDF 파일로 출력하면 좋겠지만, 홈택스에서는 그냥 얌전하게 종이에 인쇄한 다음 스캐너로 스캔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또는 스마트폰의 스캐너 앱을 활용해도 좋고요.

 

– 인쇄가 느릿느릿할 수 있다고 자백하는군요. 여러분도 느긋한 마음으로 시도하시기를 권합니다. 그런데 [출력 무반응] 현상이 일어나면 좀 골치가 아픕니다. 페이지 하단 자료실에 있는 551번 글을 참고하셔야 하는데… 홈택스 사이트가 사용자 친화적인 곳은 아닙니다. 거기 가시면 “사용자 이용 가이드(국세청)”라는 장장 49쪽짜리 문서가 있습니다. 그걸 읽어보고 따라 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살펴 본 바로는 초보자에게 상당히 어려울 수 있는 부분도 있었어요. 만약 출력 무반응 현상이 일어나면… 그냥 세무서로 가시는 쪽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이 문서를 손에 쥐면 다 끝난 것입니다. 이제 발급한 증명서를 필요한 에이전시에 보내주면 되겠습니다. 어렵디 어려운 홈택스 관문을 통과하신 분들에게 축하를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호빈
호빈

고양이와 기계를 사랑하는 IT 번역가입니다. 아, 맥주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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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