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가 아닌 개인 고객에게 대처하기

제 생각에는 대부분의 번역가들에게 고객이란 에이전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세운 전략을 따라 최종 수요자들과 관계를 맺은 경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런데 장터 기업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것이라, 사실 그 누구든지 쉽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 요즘은 개인 고객들도 거기 많이 참여해서 번역을 의뢰하곤 합니다.

 

그런 경우 비딩 쪽으로 가기보다는 개인이 번역가를 검색해서 프로필을 읽어 보고 “아, 이 번역가와 일을 하면 좋겠다!”하고 결정을 하고 이메일이나 전화로 연락을 해 오는 수가 많습니다. 그렇게 연락이 되어서 오는 경우, 그 프로젝트는 참 흥미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번역할 문서가 개인적인 삶에 매우 의미가 있으니까 번역을 하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100세가 되어가는 할머니의 오래된 일기장을 손자 손녀들이 힘을 모아 번역하려는 경우도 있고,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한국어로 출판하신 책을 읽고 싶어서 아들이 번역하려는 경우도 있고, 남편이나 아내가 한국어로 쓴 이메일이 궁금해서 번역하려는 배우자도 있고, 팬들이 보낸 팬 레터를 번역하려는 연예인도 있고…

 

그런데 이렇게 개인이 번역을 의뢰하는 경우는 에이전시를 다루는 것과는 다른 독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그 어려움들과 대처 방안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려움들

 

  • 번역료, 가격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번역이 얼마나 비싼 서비스인지 개인은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가격 혹은 요율을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나중에 대화가 한참 진행된 다음에야 “너무 비싸서 못하겠어요…”하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때까지 설명하느라고 들인 많은 시간이 수포로 돌아가지요.

 

  • 데드라인

번역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 일인지도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우스운 일도 많아요…). 그리고 번역가가 이미 다른 번역 일로 바쁠 수 있다는 것도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 결제

에이전시와의 관계는 블루보드를 잘 확인해 보고 시작하기만 하면 일단 어느 정도 돈을 못 받을 위험은 많이 줄어듭니다(블루보드에 대한 저의 다른 글을 반드시 읽으세요). 그러나 고객이 개인인 경우에는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이번 거래 후에 또 다른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위험합니다. 이 말은 이렇게 번역을 의뢰해 오는 개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참 좋은 기억을 남겨 준 인연도 있습니다. 그러나 5건 중 한 건이라도 돈을 못 받는다면 그 위험률은 20%입니다. 만약 여러분께 5일에 한 번 자동차 사고가 날 확률이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자동차를 몰고 나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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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방안

위와 같은 위험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정보 파악

서로의 정보를 최대한 파악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은 서로 마찬가지입니다. 그 개인의 소중한 개인 정보를 다 받았으니 내 정보도 알려 주고 전화 통화도 하고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 고객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반대로 번역가는 그 고객의 전화, 주소 등을 파악하고 연락해서 업무 협의를 하는 등 인터넷을 넘어서는 인적 끈을 만들어야 합니다.

 

  • 선금

시작할 때 50%, 마치고 번역을 보내 줄 때 50%.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 위험이 감소하겠지요. 사실 이것은 야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비즈니스에서는 일반적인 관행인 것 같습니다. 변호사도 그렇게 하고, 집 살 때도 그렇게 하잖아요.

 

그런데 위에서 보다시피, 번역가는 개인 고객을 맞이했을 경우 번역 외에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보를 파악하고 통화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선금을 받기 위해 설명을 하고 송금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 등등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습니다. 문서 하나만 이메일로 보내 주면 알아서 송금해 주는 에이전시와는 달리 말을 잘 못 알아 들으시는 경우도 많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노력하시지만 일을 잘 진행시키지 못하시는 분도 계시죠.

 

그런 면에서 보면, 개인 고객에게는 더 비싼 요율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최근 몇 년 동안 개인 고객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굳이 누구에게 대단히 서운한 기억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데 너무 힘들어서요.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없진 않습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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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