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다운타운 투어

저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해서 토론토에서는 비교적 한적한 곳에 살고 있습니다만, 캐나다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다운타운에 살았습니다. 성격에 좀 안 맞아서 답답했지만 별 선택의 여지가 없어 한동안 살다가 기회가 되자마자 바로 북쪽으로 이사를 왔는데, 막상 이사 오고 나니 다운타운에 살 때의 기억이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의 왕성한 호기심과 뒤섞여 아름다운 추억으로 변해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 가족이 처음 도착했던 8월 8일이 되면 무슨 기념일처럼 옛날에 살던 다운타운 아파트로 순례를 떠납니다.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은 안 가겠다고 해서 최근에는 저와 아내만 기념행사(?)에 참여합니다.

 

5월 중순 어느 토요일 아침, 비록 그 기념일은 아직 멀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텅 빈 다운타운으로 아내와 도보 여행을 떠났습니다. 베이 애버뉴를 따라 칼리지 스트릿에서 하버프런트까지 걸어 내려가고 거기서 호숫가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 유니온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3시간 반짜리 도보 여행이었습니다.

온타리오 주 의사당
온타리오 주 의사당

 

위에 보이는 것은 온타리오 주 의사당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도청 소재지에 해당할까요? 시스템이 다르니까 꼭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므로 내부를 둘러보거나 의사를 진행하는 것을 참관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옛날에 한번 참관했는데 제 일생에 가장 지루한 한 시간…

 

Uncle Tetsu's Japanese Cheesecake
Uncle Tetsu’s Japanese Cheesecake

 

위의 사진은 어느 흐름한 건물에 자리잡은 치즈케이크 집인데요, 토요일 이른 아침이고 아직 문도 안 열었는데 저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한 블록을 휘감을 정도로 줄이 길어진다고 합니다. 입소문의 무시무시한 힘.

 

Skywalk에서 내려다 본 Union Station
Skywalk에서 내려다 본 Union Station

 

College Street에서 출발해서 Bay Avenue를 따라 걸어서 도시의 최남단까지 왔습니다. 상점들과 빌딩들은 별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그렇게 오래 걸으면서 치즈케익 가게 외에는 사진이 없네요. 어쨌든 남단까지 오니 Union Station이 나왔습니다. 철길 위로 건너는 Skywalk이라는 육교에서 철길을 찍어 보았습니다. 이런 고층빌딩 숲에 저런 공간이 있으니 기괴하기까지 합니다만, 이 Union Station 은 옛날에 킹스톤과 오타와, 몬트리얼을 연결하는 물류 중심지로서 토론토를 일으킨 동력이었고 지금도 이 역 때문에 꽤 먼거리에서도 토론토까지 기차로 통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CN Tower
CN Tower

 

이건 CN Tower인데요, 높이가 553.33미터라고 합니다. 바로 밑에 섰더니 높이가 더 실감이 납니다. 맨 꼭대기에 가면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 얘기를 듣고 더더욱 올라가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관광객들은 많이들 올라가지만 저는 십수 년 살면서 한 번도 안올라갔습니다. 토론토에서 이사 나갈 때는 한 번 올라 갈려나?

 

남쪽 호수에서 본 CN 타워
남쪽 호수에서 본 CN 타워

 

 위 사진은 남쪽 호수에서 CN Tower를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서 담아와봤습니다. 엽서같은 곳에 자주 나오는 아름다운 모습이죠.

 

Rogers Centre
Rogers Centre

 

토론토에 있는 야구장. 블루제이스라는 팀의 홈구장인데 몇 년 전에 Rogers Centre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캐나다 영어는 미국식 영어와 철자법이 좀 다른데 그 중 하나가 단어 끝에 붙는 er을 re로 쓰는 것입니다.) 저는 본래 야구에 대해 별 관심도 없었지만 이름이 저렇게 회사 이름으로 바뀐 뒤로는 더더욱 야구 안 봅니다. 저렇게 회사가 돈 주고 이름을 사는 것 정말 맘에 안들어요. (Rogers는 인터넷과 케이블 TV 회사인데 고객 서비스가 꽝입니다.) 건물 자체는 대단합니다. 개폐식 지붕이 있어서 날씨에 따라 조절할 수 있죠.

 

Rogers Centre 공중에서 찍은 것
Rogers Centre를 공중에서 찍은 것

 

위 사진은 제가 찍을 수 없는 공중샷을 인터넷에서 하나 찾아 붙여 봅니다. 하나는 지붕을 닫은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지붕을 연 모습입니다.

 

시내 관광 버스
시내 관광 버스

 

위의 사진은 관광 버스인데 저런 2층 버스를 타고 다니며 관광을 하죠. 중간에 내렸다가 다음 차를 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차는 저렇게 도심을 돌다가 호수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Hippo라는 수륙 양용 버스인데 오늘은 그 버스는 안보이네요. 저도 옛날에 그걸 타 봤는데 정말 탈 만해요. 시내를 돌다가 마지막에는 온타리오 호수로 첨벙 들어가서 헤엄치다 돌아 오죠. 오래 살아도 잘 모르는 역사나 뒷이야기 같은 것도 알려 주고요. (제가 무슨 토론토 관광 홍보원같네요. 아는 사람이 토론토를 방문한 걸 핑계삼아 저도 관광객처럼 한번 놀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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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호숫가에 매어 놓은 요트들과 카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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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호수 위로 한 무리의 새떼가 날아가네요. 건너편에 보이는 숲은 토론토 아일랜드라는 작은 섬인데, 페리로 갈 수 있습니다. 지상천국 같은 곳입니다. 과장이 좀 심했나? 하여튼 제게는 너무 좋은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고 또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다음에 거기 가서 사진 좀 찍어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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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경찰은 이런 것도 있어야 되겠죠? 저도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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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지역을 Harbourfront area라고 하는데 여기는 봄부터 가을까지 저렇게 늘 무슨 행사를 계속 합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거인처럼 꾸미고 있는 어떤 아가씨인데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저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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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하는 곳이라 젊은 부부들과 유모차가 많네요. 무대에서 하는 것은 대개는 시시한 것들입니다. 인형극, 간단한 게임, 즉석 탈렌트쇼 등을 진행하고 한쪽에서는 face painting같은 것을 진행하고 뭐 그런거죠. 그래도 이른 아침부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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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어떤 커플이 오리배를 타고 오리를 계속 쫓아 다닙니다. 그래도 오리도 별 신경 안쓰고 계속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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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기차. 애들 반 어른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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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바로 옆에 저렇게 배를 매어 두고 표를 산 사람들에게 호수 유람을 제공합니다. 요금은 기억이 안나지만 한 30불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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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의 정적과 평화… Boardwalk이 이렇게 한가한 것은 저도 처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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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까 말씀드린 토론토 아일랜드 가는 배를 타는 곳인데, 난데 없이 유명한 해적 Jack Sparrow가 출몰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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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해적과 못생긴 해적의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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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하버프론트 지역을 다니는 전철인데요, Union Station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죠. 토론토는 버스, 전철 (지상으로 다니는 작은 기차 같은 것인데 매우 느리고 전기로 운행함), 지하철이 TTC라는 이름으로 다 통합되어 있습니다. 요금을 한 번 내면 갈아타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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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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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갈아탈 때 쓰는 tranfer라고 부르는 작은 종이쪽지인데요, 서울 지하철 시스템을 아는 저로서는 처음에 보고 우스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직 이런 것을 쓰다니. 무슨 전자 카드를 개발한다는 얘기는 몇 년전부터 있었는데 뭐 진도가 잘 안나가나 봅니다. 아무튼 정말 느린 캐나다. 뭐 그래도 사회는 그런 대로 잘 굴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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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로 갈아탔습니다. 토요일 오전이고 차량 사이의 칸막이가 없어서 좀 넓어 보이는데 그래도 rush hour에는 승객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옥철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해서 짧은 토요일 오전 다운타운 도보 여행이 끝났습니다.

 

아는 사람 콘도에서 찍은 사진 몇 장 더 올려 보겠습니다. 같은 위치에서 찍었는데 낮 사진과 밤 사진은 분위기가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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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너무 많이 걸어서 초주검이 되어 집에 왔고, 사흘간 다리가 후들거려 계단을 내려가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습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2 Comments

  1. 저는 다운타운에서 일하고 노쓰욕 지역에서 살았었습니다만…

    겨울에 다운타운의 빌딩들이 지하로 전부 연결되어서
    눈내리는 지상으로 나오지 않고 지하로만 다니던 기억이 나는군요..^^

    • 앗, 저도 처음에 공부할 때는 다운타운에서 살았고 그 뒤에 노스욕에서 십년 넘게 살았어요. 이제 약 한 달 전에 시골로 이사를 와서 더 이상 토론토 시민은 아닙니다만. 암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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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