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봄 풍경

어제 아내와 빨래 건조대 사러 나갔다가 날씨가 하도 화창해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드라이브를 겸해서 가끔 가는 공원을 찾아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날 한 때를 즐겼습니다.

 

눈부신 봄 하늘
눈부신 봄 하늘

 

사람은 참 단순한 것 같습니다. 날씨가 춥고 우중충하면 마음도 위축되고, 날씨가 이렇게 화창하면 힘이 솟고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고… 사람이 얄팍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우리가 그만큼 자연에 깊이 연결된 존재라서 그렇다고 보면 좋겠죠.

 

겨울을 버틴 갈대
겨울을 버틴 갈대

 

저 갈대 무리는 겨우내 저렇게 서로 의지하며 서 있었나 봅니다. 눈도 그렇게 많이 오고 바람도 그렇게 많이 불었는데… 대견해서 한 장 찍어 보았습니다.

 

Off Leash Dog Area
Off Leash Dog Area

 

이 사진은 조금 더 가면 개 놀이터가 있다는 표지판입니다. 풀어 놓고 개들끼리 마음껏 뛰어 노는 곳입니다. 겨울에는 추워서 잘 못나왔을 테니 개들도 좀이 쑤셨겠죠.

 

 

놀이터에 채 못 가서 그런 놈 하나를 만났습니다. 주인 허락을 얻어 잠깐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이 놈의 에너지를 좀 느껴 보세요. (화면 하단 왼쪽에 있는 버튼 클릭.)

 

봄볕
봄볕

 

쏟아지는 햇볕을 좀 받아봤습니다. 햇볕은 은총입니다. 내가 마음을 열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 은총. 햇볕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저는 참 좋습니다. 저렇게 햇볕을 받으며 앉아 있으면 뭐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햇빛과 비를 악인 선인 가리지 않고 내려 주신다더니, 좀스러운 제 어깨 위에도 따스한 햇볕이 가리지 않고 와 닿아 사랑과 희망을 속삭입니다.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언어 이전의 언어로. 그래도 미욱한 제가 알아듣고 눈물이 다 나려 합니다.

 

빈 땅
빈 땅

 

이 공원은 본래 농장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빈 터가 많습니다. 좁은 땅에 살다 이민 온 저로서는, 저런 넓은 빈 땅만 보면 저기에 뭐라도 심었으면, 저기에 뭐라도 지었으면 맨날 그런 생각만 했습니다. 이제는 저런 빈 땅 봐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바보 온달과 사는 평강공주
바보온달과 사는 평강공주

 

사진 찍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몰래 한 장… 아내는 제 블로그를 절대로 안 보기 때문에 괜찮을 겁니다.

 

소박한 농가
소박한 농가

 

여기는 농장 주인 가족이 살던 집입니다. 참 소박하죠? 지금은 빈 집이지만, 이렇게 큰 땅을 공원으로 기증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 우리도 고마운 마음으로 둘러 보고 갑니다.

 

공원이 생긴 내력
공원이 생긴 내력

 

Phyllis Rawlinson이라는 할머니께서 마지막으로 여기 사셨고 리치몬드 힐 타운에 기증해 주셨다는 내용이 바닥에 새겨져 있습니다.

 

길고 긴 길
길고 긴 길

 

이 끝도 없는 공원은 사진기 없이 부지런히 걸으면 한 시간, 사진기 가지고 돌면 3시간이 걸리는 공원입니다.

 

아직 생생한 척
아직 생생한 척

 

걷다 지쳐 늘어져 있다가 사진기를 보고 급히 자세 수정. 그래도 지친 표정은 채 감추지 못했네요.

 

피크닉 장소
피크닉 장소

 

여기는 피크닉 하는 곳인데 그늘도 있고, 고기를(그리고 야채도!) 구워 먹을 수 있는 시설과 화장실이 있습니다.

 

오리 한 쌍
오리 한 쌍

 

거기를 지나 숲으로 조금 들어가면 작은 연못들이 나오는데 거기서는 이렇게 오리를 볼 수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 오리가 왔길래 여기도 지금쯤은 와 있겠다 싶었는데 과연 한 쌍이 저렇게 다정히 놀고 있네요.

 

불 피우는 곳
불 피우는 곳

 

여기는 불을 피울 수 있는 곳입니다.

 

어린 건 뭐든 예쁜가 봅니다
아기 나무

 

어린 건 뭐든 예쁜가 봅니다. 지금은 풀보다도 작지만 크게 자라겠죠?

 

물고기 설명
물고기 설명

 

작은 개울과 여기 저기 흩어진 작은 연못 몇 개 뿐인데도 저만한 고기가 사나 봅니다. redside dace라는 저 물고기의 개체 수를 늘리려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

 

겨울의 흔적과 숨겨진 생명력
겨울의 흔적과 숨겨진 생명력

 

겨울의 흔적을 보여 주는 앙상한 나무. 저 나무가 몇 주 뒤면 새싹을 내고 또 몇 주 뒤면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 줄 겁니다. 그래서 봄은 설레는 시간입니다. 시련이 있어도, 마음에 상처가 있어도, 아픔이 있어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 주니까요.
 
다들 바쁘셔도 짬을 내서 봄을 느끼고 즐겨 보십시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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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