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는 고객과 결별하는 법

고객이라고 다 같은 고객이 아닙니다. 어떤 고객은 참 좋습니다. 같이 일하기 쉽고, 커뮤니케이션도 늘 명확하고, 자기들이 실수한 것이 있으면 명쾌히 인정하고 사과하며, 인보이싱 등의 업무 프로세스도 쉽습니다. 물론 번역비도 제시간에 주고요. 이 중에 한두 가지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으면 좋은 고객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런대로 괜찮은 고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좋은 고객과 그런대로 괜찮은 고객을 만나면 잘 해 주십시오. 친절하고 인내심 있게 대하고, 고객의 입장을 잘 배려해 주십시오. 왜냐하면 그런 고객에게서 반복적으로 일이 오고 그런 고객을 통해 다른 좋은 고객과 연결되기도 하니까요. 그 중에서도 좋은 고객은 한마디로 프리랜스 번역가에게 보배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인내심을 가지려고 해도 도저히 같이 일하기 힘든 고객도 분명히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불명확해서 늘 되물어야 하고, 프로젝트를 보낼 때마다 늘 급하다면서도 파일을 잘못 보내기가 일쑤이며, 자신의 실수와 잘못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업무 프로세스가 불필요하게 복잡하며, 무엇이든 과도하게 요구하고, 마음 상하게 하는 말과 태도가 바탕에 늘 배어 있는 경우지요. 그런 고객은 번역비도 제 시간에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설령 번역비는 제시간에 준다 하더라도 그런 고객과는 인연을 끊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런 고객은 번역가의 소중한 시간을 자꾸 잡아먹고, 은근히 혹은 심하게 화가 나게 하며, 다른 일을 할 때마저도 괜히 짜증이 나게 하거든요. 프리랜서 번역가를 왜 합니까? 내 방식대로, 내가 고객을 골라가면서 일하기 위해서 아닙니까? 그러니 그런 고객은 과감하게 잘라버리십시오. 그러면 일단 기분이 좋아지고, 능률이 오를 겁니다. 그리고 걱정 마세요. 세상에는 좋은 고객들이 많습니다. 그런 고객들하고만 일을 해도 됩니다. 아니, 그래야 합니다. 그게 행복해지는 방법이고, 행복해야 일도 잘 하고 돈도 잘 벌리는 법입니다.

진상 고객을 처음부터 알아보고 그런 고객과는 아예 일을 시작하지도 않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Proz의 Blue Board는 그런 면에서 참 중요한 자원입니다. 다른 번역가들의 평가를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에는 상당한 정도의 진실이 담겨 있는 법이지요. 블루보드에서 평가를 읽다 보면, 나쁜 점수를 주는 이유로 돈을 늦게 준다는 것이 단연 많지만 “짜증이 나서 같이 일하지 못하겠다!”는 평가를 써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 리뷰는 다른 번역가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힌트를 얻을 수 있지요.

고객의 블루보드 점수가 좋아서 일을 시작했는데 막상 일을 해 보니 소위 진상 고객인 것이 드러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화해서 확 소리지르거나, 이메일에 욕을 잔뜩 써서 보내 버리면 어떨까요? 그러면 마음이야 시원하겠지만 프로다운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 그렇게 하는 것을 영어로는 “돌아갈 다리를 태워버린다”고 하는데 서로 철천지원수로 기억되는 법이죠. 여러분이 그 고객에게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는 교훈을 가르칠 생각이 아니라면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 그런 교훈을 가르쳐도 그런 사람은 어차피 배우지 못합니다.)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되, 상대방이 화를 낼 이유는 없게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하면 어떨까요?

  •  “다른 고객에게서 들어오는 일이 많아서 더 이상 당신을 위해서는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 “제 서비스를 요청하는 곳이 너무 많아서 번역 레이트를 조금 올리기로 했습니다. 고객께서 이 레이트를 수용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레이트를 조금 올리는 것이 아니라 거의 두 배 올려서 제시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십중팔구 “흥!” 하며 떨어져 나갈 겁니다. 그러면 속으로 기분 좋게 ‘빠이~’ 하시면 됩니다.

혹시 레이트를 엄청 올렸는데도 수용하겠다고 하면 어쩌냐고요? 그럼 비싼 돈 받고 계속 일하든지 아니면 거기서 다시 두 배 올리든지 알아서 하십시오. (여러분께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건 그 동안 여러분의 레이트가 너무 낮았다는 반증이므로 레이트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보셔야 합니다.)

프리랜스 번역가의 두 가지 기쁨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좋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 다른 하나는 진상 고객을 잘라버리는 것. 여러분은 그 둘 다 누리시기 바랍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One comment

  1. 크, 보배 같은 포스트입니다. ‘더 이상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되, 상대방이 화를 낼 이유는 없게 만드는 것’, 진상 고객을 대할 때 중요하면서도 때로는 까다로운 문제인데, 쉽게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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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