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적성(3): 번역가가 되려는 동기를 살펴보세요

이제 번역가의 길이 내게 맞는 길인지 판단해 보는 세 번째 포스팅입니다.

이번에는 동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동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긍정적인 동기와 부정적인 동기입니다.

 

전자는 번역이 하고 싶다, 내가 그런 일을 하고 있으면(지금보다)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번역을 통해 이것저것 성취해 보고 싶다, 번역가의 삶의 스타일이 내게 맞을 것 같다 등등의 느낌을 통해 번역 쪽으로 이끌리는 것입니다(pul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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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싫어서 뭐가 됐든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번역이 그런 대로 적당한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안하면서 살고 싶다, 지금 만나고 있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 얼굴 안 보며 살고 싶다, 지금 살고 있는 복잡한 도시를 좀 떠나서 살 방도가 있으면 좋겠다 등등의 느낌을 통해 번역 쪽으로 떠밀리는 것입니다(pushed).

 

 

위의 두 가지 동기 중에 어느 하나만 있다기보다는 둘 다 있는 경우가 많겠지요. 그리고 그런 두 가지 동기가 다 강하다면 번역이 내게 맞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동기는 별로 없는데 부정적인 동기로만 번역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그런 경우라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소나기 올 때 잠시 피했다 가는 방편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뭐가 그리 나쁘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젊은 분들 흔히 하시는 아르바이트와 하나의 비즈니스로서의 번역은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번역을 잠깐 하다 언제든지 그만 두는 알바로 생각하시는 분은 고생만 잔뜩 하고 별 소득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당한 시간 투자를 해 가면서 전문 번역가로 자리를 잡고 꾸준히 열심히 해야, 그래서 실력도 명성도 자리를 잡아가야 그때부터 겨우 조금씩 열매를 맺는 것이 번역 일입니다. 하긴 어떤 사업이 안 그렇겠습니까? 그러니 번역 사업이 그렇다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번역 사업이라는 것이 많이 변했는데(나중에 ‘번역 비즈니스의 큰 변화와 인터넷 번역 시장‘이라는 포스팅들을 쓰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변한 사정을 잘 모르고, 옛날 학교 다닐 때 틈나면 잠시 누구 도와주고 하던 정도로만 생각하시니까 “번역 일이란 아르바이트 정도의 일이고 언제든 부담 없이 시작했다가 부담 없이 그만 둘 수 있다.”고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가 않습니다.

 

번역 일을 시작(launching) 하시려면 상당한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비용 투자 면에서도, 다른 사업에 비해서는 뭐 그리 크지 않다 하더라도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수입이 발생하면 그것을 다시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 등에 투자해 나가셔야 합니다. 비즈니스가 궤도에 오르면 그런 정도야 별 문제가 안되지만 초기에 일감을 찾는 일이 버거운 단계에서는 그런 것도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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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저 할 거 없으니까 이거라도 한 번 건드려보자고 생각하시는 분은(부정적인 동기) 시작하시지 마십시오. 요약해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긍정적인 동기와 부정적인 동기가 다 강하면 좋지만, 오직 강한 부정적인 동기로만 번역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은 별로 권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4 Comments

  1. 안녕하세요. Bryan님! 평소에 번역가가 되고싶어서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댓글을 남기네요. : )

    제가 요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서 몇가지 질문드리고 싶어서 댓글 남겨요.
    바쁘지 않으실 때 답변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스스로 번역가가 되고싶은 마음은 큰데 자질은 그에 한참 못미친다고 생각하거든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저는 24살인 고졸이고 공인영어점수도 학위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번역이란 것을 하고 싶은 이유는 일단 영어란 언어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번역가의 라이프 스타일이 항상 제가 꿈꿔왔던 것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말인데 제가 번역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지금 가장 먼저 준비해야할게 무엇인지 조언을 얻고싶어요.
    물론 영어공부, 돈모으기 등 기본적인 준비사항은 알고있지만 막연해서요…
    최근에 제가 해본 것은 coursera 라는 외국 인터넷강의싸이트에서 번역해보고 싶은 강의를 번역해보는 봉사를
    한 것이에요. 아주 쉬운 강의 였지만…. ^^;
    그리고 한영, 영한번역의 전망이 궁금합니다. 저는 영어는 잘하는 분이 너무 많아서
    한영, 영한번역은 전망이 밝지않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제 2외국어를 하면 좋겠지만
    지금 영어도 잘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2외국어를 하는 건 좀 무리인것 같아서요

    그리고 한->영 번역에 대해서도 궁금한게 있는데 오직국내에서 공부한 사람도
    한->영 번역을 할 수 있나요?
    독해를 하는것과 작문을 하는게 다르듯이 두가지에도 차이점이 많고 수익면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외국에서 공부를 하지않았거나 바이링구얼이 아닌 사람들도 한->영 번역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장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 번역에 학력이나 무슨 점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있으면 처음에 시작할 때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나 실력은 정말 필요합니다. 아직 매우 젊으시니까 뜻을 품고 꾸준히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지요.

      => 지금 필요한 것은 번역 경험으로 보입니다. 무엇이든 프로필에 쓸 만한 번역 경험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런 자원봉사를 하신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런 식으로 노력을 계속 해 보세요. 그리고 끝없이 준비만 하고 꿈만 꾸지 마시고 일을 저질러 보세요. 물론 힘들지만 그리 힘든 것도 아닙니다. 프로필을 만들고 샘플 번역도 준비해서 인터넷에 올려 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에 비딩을 해 보시는 겁니다. 그러면 경험이 더 쌓이겠지요. 자신이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는지 감도 생기고요. 물론 처음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그렇게 해 두고 시간이 지나서 고객이 하나 둘 생기면 되는 겁니다.

      => 제 생각에는 한영 영한 번역보다 전망이 밝은 것은 없습니다. 혹시 영어보다 더 자신이 있는 제2외국어가 있다면 그것을 하시도록 권하겠지만 영어에 경쟁이 심할 것 같아 다른 언어를 찾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결정입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경쟁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물론 영어 잘 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런 사람들이 다 번역을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분야도 정말 많고 수요도 무지무지 많거든요.

      =>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영한 번역만 잘 하셔도 됩니다! 한국어 실력을 더 갈고 닦고 영어도 열심히 공부해서 영한 번역에 집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부족하나마 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1년도 더 전에 다른 분께 달아주신 댓글이 제 방향을 다시 잡아주네요~

        말씀하신 대로 차근차근 번역가의 길을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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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