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윤혜리

*글쓴이 소개: 윤혜리(ha***************@gm***.com)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좋아 번역가가 되었다. 역서로는 <어떻게 원하는 미래를 얻는가?>, <Working in the gig economy(출간예정)>가 있다.

 

== 서평 ==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는 번역가라면 영어 실력이 출중해야 할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출판번역 과정 수업을 듣고, 또 책 두 권을 번역해보니 정작 중요한 부분은 바로 한국어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어가 모국어이고, 한국에서 모든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이라면 한국어 실력은 당연히 뛰어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번역을 잘하려면 모국어 수준이 상당히 높아야 합니다. 특히 글쓰기 실력이 좋을수록 뛰어난 번역문이 탄생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글쓰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 김정선 선생님은 20년 넘게 단행본 교정 교열 일을 해온 분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맛깔스럽게 ‘우리말다운’ 표현을 소개합니다. 문장 다듬기가 주제인 책인데 특이하게도 중간중간에 소설 같은 이야기가 등장해서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철학적 깊이가 있으면서도 글을 다듬는 것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출판번역 수업을 들었을 때, ‘것’, ‘~에 대한’, ‘~로부터’ 등의 표현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배웠는데 그 이유는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제가 딴 생각하느라 못 들었을지도 모릅니다ㅎㅎ). 그래서 쓰면 안 된다는 건 알겠는데 그 이유는 뭔지 늘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어색한 표현의 예시를 들고, 그 표현이 어색한 이유는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하고, 올바른 표현을 제시합니다.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속 시원히 해결했습니다.

또한, 저자는 외국어에서 들어온 표현이라고 무조건 쓰면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외국어 아니라 외계어에서 들어온들 우리말 표현을 풍부하게 해준다면 당연히 써도 된다고 설명합니다(물론 표현이 어색해지면 교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도 이 생각에 동의합니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양한 표현을 구사하고자 일부러 외국어로 소설을 쓴 뒤 번역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완성한 것이지요. 번역투가 어색하다면 당연히 피하는 것이 옳지만, 원래 없던 새로운 표현을 들여와 우리말 표현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리뷰를 쓰기 위해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부끄럽게도 이 책에서 지적하는 어색한 표현을 아직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도 번역할 때 사용한 표현인데 이 책에서 잘못된 예시로 소개되고 있더군요. 그래서 이 책은 그냥 읽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평생 옆에 끼고 ‘다회독’ 해야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여기서 소개하는 어색한 표현을 절대 안 쓰리라 다짐하는데, 막상 번역하거나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기서 지적하는 표현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번역을 끝내고 다시 읽을 때도 그 실수를 잡아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내용을 머릿속에 끊임없이 각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현직 번역가, 번역가 지망생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이 책으로 문장의 기본을 익히고 자신만의 표현을 정립해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도서 구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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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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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