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워 본 번역가 커리어 전략(게스트 포스트)

아래 글은 제 블로그를 많이 아끼고 후원해 주는 열성적 구독자이신 프로그래머 출신 캐나다 교포 번역가 제임스김 님의 글입니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전략을 수립하여 제게 보냈는데, 읽어보니 한국 번역 시장, 동남아시아 번역 시장에 대해 제가 몰랐던 사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께도 참고와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게스트 포스트로 올리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를 계속 “형님”으로 호칭하는데 본문에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대로 올립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전 조폭은 절대 아닙니다. ^^)

 

– 아래 –

제임스 김
제임스 김

 

지난 약 2달간 저가로 수주받아 하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고 나서 한국의 번역일은 단가를 높여 자연스럽게 일감량을 줄였습니다. (한국 시장은 철저하게 단가에 수렴하는 시장입니다..^^)

 

지금은 제 전략상 제 2단계로서, 중가의 번역일을 해외 번역 에이전시로부터 맡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좋은 번역 에이전시들은 단가보다 번역 품질이 중요하지만 그 이외 지역 번역 에이전시들에게는 단가도 매우 중요하더군요.

 

저는 워낙 저가 시장에서 호된 경험을 한지라 중가도 제게는 몇배의 번역료가 되므로 매우 기쁜 마음으로 번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중국, 동남아시아, 러시아 쪽의 번역 에이전시들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래도 블루보드 평점은 좋은 회사들입니다. 특히 베트남 에이전시들의 경우는 베트남에 진출한 선진국 회사들의 현지 회사 일감이므로 직원들의 마인드가 선진국과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현재는 약 1달 정도 걸리는 웹싸이트 번역 일감을 맡아서 제 나름대로 시간 조정을 하면서 매일 일하고 있습니다.

 

제 3단계 전략은 형님처럼 고가의 번역가가 되는 것입니다. 중가 번역일을 어느정도 하면서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날이 오겠지요…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1단계 한국의 저가 시장의 경우 단가가 낮은 단점은 있습니다만 몇가지 장점도 있습니다.

 

(1) 웹싸이트에서 수수료로 15~20% 정도 가져가므로 버는 돈은 형편없지만, 단가를 낮출 경우,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고, 돈을 선금으로 받을 수 있으므로 수금을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현장 경험(번역일과 고객 응대)을 쌓으면서, 돈도 바로 벌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번역일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가 시장에서 계속 일감을 찾아보는 것이 제 1단계 전략입니다.

 

(2) 중가 시장일을 하나라도 맡기 시작하면, 중가와 저가 시장일을 병행하면서 차츰 무게 중심을 중가 시장으로 옮깁니다. 저가 시장일은 단가를 조금씩 올려가면 자연스럽게 일감이 줄어듭니다. 따라서 나중에는 한국 시장에서도 중가 시장 일만 맡게 됩니다. 그렇게 무게 중심을 중가 시장으로 완전히 옮겨가면 더 이상 저가 시장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 기간이 대략 6개월 정도 걸릴 것입니다.

 

(3) 중가 시장에서 여러 에이전시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계속 일하면서 고가 시장에 도전합니다. 그래서 고가 시장의 에이전시 일감을 받으면서, 동시에 중가 시장 에이전시들과도 단가를 높이는 협상을 시도합니다. 중가와 고가 시장 일을 병행하면서 무게 중심을 조금씩 고가시장으로 옮깁니다. 이 기간이 대략 몇 년 걸릴 것입니다.

 

제가 파악한 Rate 의 범위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저가 시장: 0.01~0.02 USD

중가 시장: 0.05~0.06 USD

고가 시장: 0.08~ USD  (사실 이 고가시장의 단가가 ProZ의 평균 단가이지만 초보가 이 단가를 바로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전략에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번역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이전시들로부터 받는 번역 테스트의 결과를 확인하면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꾸준히 확인해가면서 번역 수준을 높여가고, 납기일을 철저히 지킨다면 위의 전략들이 언젠가는 실현될 것입니다.

 

이상은 짧은 기간이지만 제가 파악한 현실에 기초를 두고 세워 본 전략이었습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5 Comments

  1. 안녕하세요.
    어떻게 연락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코멘트로 남깁니다.
    먼저 감사한 것은 덕분에 플루엔시를 써서 프리랜서로서 일을 시작하고 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쭤볼것은 예전에도 언급하셨지만, 원본이 pdf 로 (한글) 들어왔을때 그 파일을 워드 파일로 바꾸는 소프트웨어를 어떤것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그 소프트웨어의 정확도도 일정하게 유지가 되는지도 궁금하구요.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2. 축하드립니다! 저는 ABBYY Fine Reader 12라는 것을 씁니다. OCR 프로그램인데 ‘번역가의 도구들’이라는 포스트에 제가 소개를 해 두었습니다. 정확도는 원본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손으로 쓴 것은 거의 잡아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손으로 쓴 것이 아니라면 다른 제품에 비해서는 한글 인식율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음성인식 프로그램처럼 본인이 자꾸 수정을 해 주면(프로그램을 train하는 것이죠) 점점 발전하는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게을러서 그런 작업을 잘 하지는 않지만요.

  3. 안녕하세요!
    오래 전 포스팅인데 댓글을 확인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따로 어떻게 연락을 드려야할지 몰라 댓글을 남깁니다.
    저는 지금 몇 에이전시와 계약해서 일을 시작하고 있는데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아는것이 부족해서 혹시 언급하신 한국의 저가 시장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요.
    감사합니다.

  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요율이 영한의 경우 단어 기준인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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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