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토의 법칙을 프리랜서 번역가에게 적용해 봅시다

오래 전에 20:80의 법칙이라는 것에 대해 읽고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건데요, 한동안 그게 정말일까 생각도 해보고 관찰도 해보곤 했었습니다. 모든 분야에 다 들어맞는지야 저도 알 길이 없지만, 제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고 확인해 보고 하니 대충 맞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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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것을 제일 먼저 적용을 해 본 것은 책 읽기입니다. 예를 들어 책의 내용에서 중요한 80%는 분량으로 보아 20% 안에 있다는 것인데, 상당히 맞는 것 같더군요(물론 사전이나 전화번호부는 아니겠지만요, ㅎㅎ). 이것을 깨달은 이후 책의 서문, 목차, 후기 등을 세심히 읽고 그 20%를 찾아내려고 애써 왔습니다. 서평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구요. 그래서 지금도 서평을 많이 읽습니다. 적은 시간을 들여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떤 책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알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래 그림은 어느 기관의 기부 현황 분석자료인 것 같은데 파레토의 법칙의 시각적 이해를 위해 붙여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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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법칙을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번역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서술해 보겠습니다.

 

수익의 80% 20%의 고객에게서 나온다

이것도 비즈니스에 별 대단한 재주가 없는 저로서는 다 확인하고 열렬히 찬성을 표할 전문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관찰해 보니 대충 맞는 것 같습니다. 위의 그림도 정확하게 그런 내용을 보여 주고 있죠.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이 쓴 책을 보니까 자기 수입의 90%가 5%의 고객에게서 나오더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삶을 불행하게 하고 사무실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대부분의 골치 아픈 불평, 불만, 리펀드 요구 등은 수입의 5%도 채 안되는 작은 그룹의 고객들에게서 계속 나오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가격을 인상하여) 그 고객들을 fire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지더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일하는 시간이 순식간에 줄어들고 수입은 사실상 변화가 없더라는 것이죠. 뭐 95%가 아니라 80%의 수입만 얻더라도 대신 일하는 시간을 20%로 줄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사람들 정말 많겠지요. (80/20에서 80과 20은 상징적인 숫자라고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점은 소수의 고객, 거래처, 일감에서 대부분의 수익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비즈니스 활동과 쓰는 시간의 20%만이 직접적으로 수익을 내는 활동 내지는 시간이다

제가 다시 읽어도 충격적인 문장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대충 맞는 것 같았습니다. 제 말만 듣지 마시고, 여러분도 한 번 날 잡아서 실제로 관찰해 보십시오. 하루로는 관찰이 정확하지 않을 테니까 한 일주일 정도 관찰해 보시고 정말 그런지 확인해 보십시오.

 

자,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번역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단골 고객을 만들고 단골 고객에게 집중

제 나름대로 내린 결정은 80%의 수익을 내어주는 20%의 고객에게 더욱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수의 고객들을 상대하기보다는 맘에 드는 고객과 거래를 확장하는 방향을 정해서 실천하고 있는 편입니다. (물론 방향이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예외도 있고 변화도 있지요. 또 단골을 만드는 활동도 여기에 포함되고요.) 그래서 저는 고객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오래된 고객에게서 반복해서 일이 들어옵니다. 이것은 마케팅 노력과 시간을 절약시켜 주지요. 또 서로의 스타일을 아니까 일을 진행하기가 수월한 것 같습니다.

 

80%의 수익이 나오는 분야에 집

이것은 위의 항목과 관련되고 상당 부분 실제로 겹치기도 하지만, 실은 조금 다릅니다. 어떤 종류의 번역(분야, 일하는 방식, 심지어 파일의 형태 등)은 다른 종류의 번역보다 훨씬 빨리 혹은 훨씬 쉽게 끝낼 수 있고 그리고/혹은 다른 종류의 번역보다 수익이 훨씬 낫습니다. 그것이 어떤 것인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요. 바로 이런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핵심적인 활동에 집중

또 하나는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작업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작업은 당연히 번역 작업이죠. 번역 비즈니스의 과정이 다양하고 길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가 창조되는 것은 번역 작업입니다. 그건 너무도 분명하죠. 그래서 일하는 시간 중에서 번역을 하는 시간의 비중을 최대한 늘이고, 그 이외의 작업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것은 일하는 시간 자체를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인보이스를 만드는 시간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도 고민하고, 마케팅 노력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꽤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CAT tool을 쓰는 것도 당연히 큰 도움이 되었고요. 포매팅 같은 작업을 안 해도 되니까.

 

아웃소싱(outsourcing)

이런 방향에서 또 하나 생각한 것은 아웃소싱(outsourcing)이었습니다. 번역 비즈니스에서 아웃소싱이라 하면 흔히 번역 일감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고 그것을 프루프리딩 해서 보내는 것을 말하는데, 저도 잠시 해 보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원리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는 것이 맘이 편하고 저의 여러 가지 다른 원칙에도 맞아서 그런 외주는 이제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번역가의 삶에서 외주를 줄 수 있는 것은 참 많습니다. 작정하고 생각을 하면요. 제가 현재 아웃소싱에 의지하고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컴퓨터 문제들

저는 컴퓨터 문제는 기본적으로 제가 알아야 할 것은 연구도 하고 배우지만, 번역가의 범위를 넘어서는 고장, 업그레이드, 기술적인 여러 문제들은 다 남에게 맡깁니다. 제가 아는 컴퓨터 전문가가 계셔서 문제가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들고 갑니다. CAT tool 사용에 대한 것은 technical support 팀에서 친절히 상담해 주고, 때로는 아예 제 컴퓨터 속으로 들어와서 여기저기 클릭해 가면서 문제를 찾아내 주기도 합니다. 전 신기해하는 아이처럼 입 벌리고 모니터를 보고 있기만 하죠. 😀

 

  • 소스문서 준비 

PDF를 OCR 작업을 하는 것까지는 제가 간단히 할 수 있지만 그 OCR된 문서를 원본 PDF와 대조해 가면서 여러 오류를 수정해 주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하는데, 이것도 번역 작업은 아니니까 저는 가능하면 외주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이런 작업은 영어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객관적인 지식과 문서작성 능력만 있으면 하실 수 있는 작업이고요. 물론 제가 시간당 얼마로 페이 해 드리고 있지요. 제가 일을 맡기는 분께서 항상 너무 잘해 주셔서 저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좀 오래 지속적으로 맡기다 보니 저보다 이런 일을 더 빨리 그리고 더 잘하시는 것 같더군요.

 

  • 회계 처리 

비록 제가 사용하는 인보이스 시스템의 구상은 제가 했지만, 인보이스를 실제로 만들거나, 그것을 기초로 하여 월말 마감을 하거나 연말 마감을 하는 것은 제 아들에게 많이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처음에는 제가 가르쳐 가면서 맡겼는데, 지금은 저보다 훨씬 잘 합니다. 제가 실수로 수식이나 포맷을 망가뜨리거나 해 놓으면 수리도 해 놓고요. 세금 보고도 자료 준비는 제가 하지만 실제 작업은 당연히 회계사에게 맡깁니다.

 

저는 이 정도로 아웃소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좀 더 아웃소싱을 많이 할 수 있을까 더 고민을 해 보려고 합니다.

 

아웃소싱은 당장 돈이 드니까 아까워하실 수도 있는데요, 번역가의 시간은 소중한 시간입니다. 번역을 하지 않더라도, 휴식을 하거나, 재충전을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로 제한해야 하고, 그 제한된 작업 시간 동안에는 가능하면 번역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 즉 ‘번역 작업’으로 채워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에서 파레토의 법칙을 번역가의 일에 적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파레토의 법칙은 한 마디로 말하면 불균형의 법칙입니다.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은, 관찰을 통해 불균형적으로 좋은 부분(80%의 성과를 내는 20%)을 찾아내고 그것에 집중하여 오히려 그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것입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요는 여럿 중에서 아주 작은 요소를 찾아내고 그것에 집중하여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위에서 여러 가지를 언급했지만, 그 중에서도 파레토의 법칙의 궁극적인 적용은 전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욱 자세히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임: 제가 전문화에 대한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살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thoughts on “파레토의 법칙을 프리랜서 번역가에게 적용해 봅시다

  1. […] 카테고리에 있는 글들을 참조하시고, 아웃소싱에 관해서는 ‘파레토의 법칙: 프리랜서를 위한 생활방식 정돈‘을 […]

  2. 안녕하세요. 번역으로 커리어 체인지하고 하나씩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는데 이 웹사이트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지금 마침 제가 직면한 문제 관련 언급이 있어서 질문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책자를 스캔한 JPG 파일의 OCR 작업 중인데 구글문서로 전환 작업하니 동시에 여러 문서를 읽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 작업이 더디네요. 그래서 위에서 언급하신 PDF의 OCR 작업시 어떤 방법을 이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1. 저는 Abby FineReader라는 소프트웨어를 씁니다. 지금 버전은 12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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