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해 지는 게임을 합시다(2)

지난번 글에서는 시간의 중요성을 전쟁 이야기로 풀어보았는데, 이번에는 좀 더 개인적이고 사업과 관련된 예를 살펴보고, 또 그것을 우리의 언어 공부와 비즈니스에 적용시키는 방안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대 그리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그 사람들이 채석장에서 캐 온 돌을 어떻게 반듯하게 잘랐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 있더군요. 물레방아를 이용하는 것인데, 그리 크지도 않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의 수직 운동 에너지를 수평 운동 에너지로 바꾸어서 돌 위를 톱 같은 것이 왔다 갔다 하게 만들었더군요. 그렇게 며칠 가만히 두면, 큰 돌도 매끈하게 잘라지는 것이죠. 그런 것을 고안하고 만들기는 힘이 들겠지만 일단 그렇게 해 두기만 하면 사람의 노력 없이 시간만 지나면 며칠 만에 큰 돌도 아주 매끈하게 잘라지니까 대단히 유용한 것입니다.

 

저는 이런 원리를 번역가의 언어 공부와 비즈니스에 적용 시키면 어떨까 합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언어를 배우는 것은 참 쉽습니다. 복잡한 생각할 것 없이 반복해서 따라 하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그 쉬운 방법을 정말 무지 무지 무지 많이, 무지 무지 무지 오래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성인으로서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성인들의 언어 습득 능력이 아기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성인들은 아기들처럼 그렇게 한가하게(?) 엄마 말 듣고 옹알이 하고 있을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혹은 그만한 인내심이 없다고 해야 맞을까요?

 

 

하지만 위와 같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되는 시스템을 생각하면서 일정한 습관을 들여 놓기만 하면, 그 다음에는 시간이 지나가기만 하면 언어는 반드시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매일 몇 시간씩 무슨 내용이든 계속 듣는다면 귀가 어떻게 열리지 않겠습니까? 그저 한 6개월 이런저런 방법으로 열심히 공부하다가 지쳐서 자기는 재능이 없다면서 그만두니까 안 되는 것이지요. 이찬승씨는 귀가 뚫리는 데 5,000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거 물론 대단한 시간입니다. 하루 한 시간씩 영어를 꾸준히 들어서 마침내 영어를 정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사람에게는 절망의 메시지입니다.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 중에 영어 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거고요. 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보면 그것은 희망의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 오래 걸리긴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반복하기만 하면 반드시 된다고 생각하면 말입니다. 소련군, 독일군, 고구려군이 다 이용했던 시간 전법,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전법, 그걸 쓰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력이란 별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간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을까 하는 정도입니다. 즉, 어떻게 하면 하루 1시간이 아니라 하루 3시간을 투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고민하는 거죠. 외국에 가서 살면 아무래도 외국어를 배우기가 좀 더 수월한데, 그건 외국에 가면 누가 그 나라 말을 더 잘 가르쳐 주기 때문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건 정말 오해입니다. 외국에 오래 살아도 스스로 고립되어 한국말만 하고 살면 현지어 절대로 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살면 외국어가 빨리 느는 이유는 그 언어를 듣거나 사용하는 시간이 확 늘어나니까 그런 겁니다. 그런 식으로 예컨대 하루 세 시간 영어를 들으면 5년이면 귀가 뚫립니다. 솔깃하시죠?

 

사실 이런 얘기마저도 어떤 분의 귀에는 절망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건 제 잘못은 아닙니다. 그런 분은 영어 혹은 언어에 대해 전혀 잘못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사실 토론토에는 영어를 배우겠다는 대학생과 젊은이들이 한 해에도 몇 만 명씩 옵니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웃음이 나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떻게 모두 하나같이 1년 만에 영어의 뿌리를 확 뽑겠다는 것인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무슨 희한한 방법, 비법, 묘수를 다 동원해도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심과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토론토 다운타운 길바닥에 앉아 있는 거지도 영어는 다 합니다. 시간의 힘, 반복의 힘은 그처럼 무섭고 확실한 것입니다. (영어 공부는 워낙 큰 주제라서 따로 좀 다루어야 할 것 같네요.)

 

비즈니스와 관련해서는, 제가 ‘한 고객 한 고객’ 방법이 가장 확실한 마케팅 방법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것도 어찌 보면 시간 전법입니다. 느리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점점 확실하게 기반이 다져지는 방법이지요.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번역의 질에 집중하여 현재 지금 하고 있는 이 번역 작업을 충실하게 잘 해내는 것, 이것이 비록 마케팅 같지도 않지만 사실은 최고의 마케팅인 겁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복리 이자가 붙듯 고객이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물론 여기에 인터넷의 힘이 살짝 보태지면, 지리산 동굴에 앉아 번역하는 것보다 100배쯤 빨라지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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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외국어를 연마하고 계십니까?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사업을 운영해 가고 계십니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십시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해지는 게임을 하십시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동동거리지 마십시오. 대신 시간이 흐를수록 여유를 가지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이 더욱 붙어가고, 기반이 더 튼튼해지는 그런 시스템을 만드십시오. 그런 시스템을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그런 길을 걸어 가십시오. 그러면 발걸음이 더뎌도 마음은 벌써 편안해집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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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