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번역가 되는 길(2) – 베짱이 스타일 편

거미 얘기 한 김에, 곤충 얘기 한 번만 더 하겠습니다. 옛날에 일할 때 놀지 말고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많이 했잖아요? 이솝 우화에 있으니까 지금도 어린이들에게 학교에서 가르칠 것 같네요. 이것도 거미 얘기처럼 한번 다르게 생각해 봅시다. 앞의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부지런함을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부지런하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다만, 무조건 부지런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또 부지런함을 적용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입니다. 베짱이는 과연 게으른 녀석인가? 아니면 다른 식으로 부지런한 삶을 사는 녀석인가?

 
   
 

 

사실 생각해 보면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개미는 industrial worker의 전형입니다. 조직적으로 일하고, 규칙을 가지고 일하고, 위계질서 속에서 일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부지런히 일을 합니다.

 

반면에 베짱이는 게으르게 악기나 연주했다고 나오죠. 노래를 했었나? 하여튼 둘 중 하나. 오늘날에야 음악가를 앝보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는 확실히 음악가를 딴따라라고 얕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음악가가 하는 일은 뭐든 시시해 보이고 장난 같아 보이고 쉬워 보이고 그저 시간이나 때우면서 지내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베짱이는 억울합니다. 음악가인 베짱이는 비록 직접 수익이 창출되지는 않더라도 음악가로서의 자신의 기량을 부지런히 연마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베짱이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개미들이 복잡한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출근할 때도 베짱이는 출근 안 하고 좋은 곳에서 혼자 음악을 연주합니다. 개미가 보기에는 아니꼽게 보이고 한량처럼 보일지 몰라도 베짱이의 그런 활동은 베짱이에게는 정당한 ‘일’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베짱이가 그런 ‘일’을 좋아한다는 점이죠. 그래서 일로 여기지 않고 흥겹게 그런 일을 한다는 거죠. 출퇴근할 일도 없으니 시간도 더 많고, 에너지도 비축되어 있으니까 그런 일에 더욱 정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콘서트 날이 왔습니다.

 

그동안 “저 녀석은 도대체 뭐 믿고 저렇게 사나 몰라!”하고 괄시를 받던 베짱이가 무대에 올라 멋진 연주를 해냅니다.

 

많은 곤충들은 감동을 받고 앙코르를 외칩니다. 다음 콘서트 섭외도 막 들어오고, 음악 가르쳐 달라는 제자들도 생기고, 펜클럽도 만들어집니다.

 

에구, 너무 많이 나갔네요.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베짱이의 삶의 방식 혹은 비즈니스 방식도 매우 정당한 삶의 방식 및 비즈니스 방식이라는 겁니다. 개미는 매일 열심히 출근해서 일급, 주급, 월급, 연봉, 그런 것을 받지만, 베짱이는 프로젝트라는 것을 해서 한 번에, 짧은 시간에, 많은 액수를 벌어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평소에는 별로 돈 안되는 연습, 자기 계발, 훈련, 독서, 토론, 뭐 그런 걸 하고 지내는 거죠. 이솝 우화에서는 베짱이가 나중에 비참하게 가난해지고 거미에게 구걸을 하게 되지만, 이 변화된 지식 산업시대에는 얼마든지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베짱이의 삶이 번역가의 삶과 (같지는 않고)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교훈을 좀 끌어내자면,

  • 번역가는 모름지기 실력을 쌓아야 한다.
  • 그런 실력은 남들이 보기에 별로 쓸모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삶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꿋꿋이 매진해 나가야 한다.
  • 기회가 왔을 때(뭐 이 기회라는 건 콘서트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보다 훨씬 자주 옵니다) 멋있게 일을 처리해 내어야 한다.
  • 그렇게 해서 실력을 인정받고 명성을 쌓아 나가야 한다.

 

베짱이,

이 녀석도 알고 보면 멋진 놈 아닙니까?

2 thoughts on “성공적인 번역가 되는 길(2) – 베짱이 스타일 편

  1. 안녕하세요. 번역가가 꿈인 직장인입니다.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너무 궁금해서 검색을 하다가 선생님 블로그에 오게되었어요. 유익한 내용이 많은 것 같아 정주행하려고합니다. ㅎㅎ
    그런데 베짱이 이야기를 읽다가 맞춤법에 어긋나는 단어가 있는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자기 개발 (x) 자기 계발 (o)
    그럼 저는 계속 정주행하겠습니다 🙂

    1. 앗, 감사합니다. 당장 고쳐두겠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정주행’이란 말도 오늘 새로 배웠습니다.

Leave a Reply to Kate Cancel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