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번역가 되는 길(1) – 거미 스타일 편

그 동안 한 일주일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썼더니 좀 지쳤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이니 일단 확 다 써 버리고 나중에 차차 다듬자 하고 시작했고, 실제로 한 일주일이면 어느 정도 기본 뼈대는 다 써지지 않겠나 생각했었습니다.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었어요. 휴…한글 음성 인식 프로그램이 있으면 훨씬 나았겠지만, 모든 걸 타이핑하려니 시간도 훨씬 많이 걸리고 힘도 드네요. 그래서 잠깐 쉬어가는 글… 😀

 

번역가의 일과 삶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를 가끔 생각해 보았는데, 제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에서 일하는 분들이고 그분들의 삶의 패턴과 저의 삶의 패턴이 너무 달라서 잘 설명하기가 힘들더군요. 뭐 굳이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좀 멋있게 설명해 보고 싶어서… 그리고 또 하나는 번역가의 삶이 어떤 삶인지가 스스로에게 분명해지면 자신의 시간 관리, 목표, 삶을 누리는 방법 등에 있어서 보다 분명한 전략과 계획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곤충들의 이야기로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거미 얘기부터.

 

거미는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지만, 알고 보면 참 똑똑한 녀석입니다. 거미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면, 일단 초기 투자를 열심히 하죠. 목이 좋은 곳을 골라서 거미집을 지어 두잖아요. 자신의 몸에서 아주 특수한 물질을 만들어서 그걸 뽑아내고 멋진 디자인으로 견고하고 아름답게(거미줄을 만드는 물질은 정말 특허 내야 하는 그런 물질 같아요…).


 
 

 

자, 그런 다음엔 뭘 하죠? 기다립니다. 요즘 세상에 기다리는 것만큼 인기 없고 한심한 것이 없죠. 특히 한국 사람들이 제일 못하는 게 기다리는 거라잖아요. 하지만 거미가 목을 잘 선정해서 거미집을 잘 지어 두었다면, 기다리는 것도 실은 상당히 괜찮은 전략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거미는 잠을 자도 되고, 놀아도 되고, 그러면서 쓸데없이 에너지를 쓰지 않으니 방문자가 별로 없어도 손해는 안 봐요.

 

그러다 거미 집에 먹이가 걸리면 혼자 독차지…

 

개미나 벌과 같이 쉴 새 없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일하는 곤충의 시각에서만 비즈니스를 보면, 거미의 비즈니스는 혹시 비윤리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수도 있어요. 사실 저는 개미나 벌이 정말 그렇게 일하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겐 그렇게 알려져 있죠.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새마을 운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배운 직업윤리이고요. 개미나 벌을 본받아 새벽부터 일어나 밤늦게까지 시간을 아껴가면서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는 것… 그런 방식의 일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뭔가 그게 다는 아닌데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죠.

 

그런데 시대가 변해서 산업 시대(굴뚝의 시대, 연속생산 공정의 시대, industrial age)는 점차 저물어 가고 정보와 지식이 가치 창출의 중심이 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런 시대에는 부지런한 몸놀림보다 멈추어 서서(혹은 앉아서?) 생각하고 방향을 정하고 지식을 쌓고 만들어 내는 것이 보다 높은 가치 창출 활동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에는 선행 투자(특히 공부)가 필수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거미는 이미 그런 식으로 비즈니스를 정말 잘 하고 있는 우리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곤충들이 감히 흉내도 못 내는 특수 물질을 제 몸속에서 만들어 내고, 그것으로 주변 상황을 감안한 좋은 곳을 선정하여 거미줄을 치고, 그 다음에는 기다립니다. 기다린 후에 기회가 왔을 때는 또 부지런히 그러나 자신감 있고 전문가적인 솜씨로 일을 처리하죠.

 

저는 번역가의 비즈니스 스타일은 아무래도 이런 거미와 유사한 점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유이고, 비유를 가지고 너무 자세하고 너무 많은 적용점들을 끌어내면 안 됩니다. 차이도 많고, 무엇보다 번역가는 누굴 잡아먹지도 않고, 거미줄을 치지도 않으니까요.) 거미의 이런 비즈니스 스타일을 번역가와 연관 지어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번역가의 내공’입니다. 실력이죠. 거미줄 재료 같은 실력, 거미줄 구조와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지식, 그런 거요.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기다리는 것을 이상하거나 수치스럽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필요한 결정입니다.

 
 

한동안 일이 몰려왔다가 또 한동안은 일이 없는 시간이 반복되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세로,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활동을 하며 지낼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번역가의 장기적인 승패의 관건이라고 봅니다. 이런 시간에 불안에 휩싸여 쓸데없는 것에 기웃거리고, 원칙 없이 아무 일이나 맡아서 마구 하면, 쉴 시간이 없습니다. 또 장기적으로 자기를 계발해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것에도 신경을 쓸 수가 없죠. 그러면 늘 낮은 단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거미, 쓰고 보니 다시 보입니다. 그리고 거미 녀석은 그런 대단한 전략을 누구에게서 배웠을까 한없이 궁금해집니다.

 

1 thought on “성공적인 번역가 되는 길(1) – 거미 스타일 편

  1.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끝낸 후 일단 휴식을 갖게 된 것에 감사드리며
    다시 이 글을 읽게 되어 마음의 여유까지 챙기고 갑니다 : )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스펙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을 쌓는 일이야 말로 제 안에 자신감을 쌓는 일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하냐고 물으면 아주 쪼금은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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