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번역가로 출발하거나 전업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8가지 재무적 측면

번역을 업으로 삼겠다는 분들은 그런 일을 시작하기 전에 돈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그 일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내가 그런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일감을 찾고 비즈니스를 해 나가는 것일까 등에 대해 궁금해 하고 또 많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저런 질문들은 매우 중요한 질문들이고 돈과 관련된 질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이니 반드시 짚어보고 넘어가야지요. 그러나 돈과 관련된 부분도 꼭 생각해 봐야 할 측면입니다. 프리랜서 번역가라는 것이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된다며 내일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여기를 클릭하여 이와 관련된 글을 읽어 보십시오.)

 

물론 제가 지금 암울한 그림을 그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직업을 매우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에 적성이 있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앞으로 노력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은 도전해 보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다만, 다른 측면도 마찬가지이지만 재무적 측면도 꼭 짚어봐야 할 사항이니 미리 알고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이미 알고 계실 뻔한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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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1: 프리랜서 번역가는 누구에게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매우 당연한 얘기지만 앞으로 할 모든 이야기의 기초가 되는 것이라 써 봤습니다.

 

Fact #2: 일을 한다고 자동으로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월급 받는 사람은 일만 합니다. 일만 하면 월급은 사장이나 재무부서 등에서 알아서 챙겨줍니다. 그게 그 사람들의 일이니까요. 그러나 프리랜서 번역가는 일감을 찾는 일뿐만 아니라 일을 하고 나서 돈을 받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물론 애당초 신뢰할 수 있는 좋은 고객의 일을 하는 것이 기본이고 출발점이지만요.)

 

Fact #3: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월급은 한 번 정해지면 특별한 계기로 변화가 생길 때까지 늘 일정하지만 프리랜서 번역가의 수입은 들쭉날쭉합니다. 이건 일을 새로 시작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 일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해 온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이번 달 수입과 다음 달 수입이 늘 다른 것이죠. (이것을 너무 확대해석하면 안 됩니다. 제 경우를 보면 한 달의 수입은 들쭉날쭉하지만, 세 달 정도를 단위로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해집니다. 또 일 년 단위로 보면 대략 제 의도와 선택대로 수입이 나오는 것을 느낍니다.)

 

 

아마 잘 모르고 계실 좋은 소식

 

good news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 글의 목적은 사람들을 격려하고 준비시키는 것이지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쁜 소식에 필요 이상의 가중치를 부여해서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반면에 좋은 소식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경향은 저예산 뉴스 채널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늘 문제, 사건, 사고, 피해, 경고, 재앙, 위험 등만 다루죠. 그래야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잡아둘 수 있거든요. 사람들의 이런 경향은 먼 옛날부터 늘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경계를 늦출 수 없었던 인류의 삶의 유산이라고 합니다. 그런 경향이 심리적 문화적인 것인지 유전적인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오늘날 삶을 행복하게 살고 현명한 판단을 해 나가려면 그런 경향을 어느 정도 보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위에서 말씀드린 팩트 세 가지는 별로 좋은 소식도 아니고 별로 나쁜 소식도 아닙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은 아직 말씀드리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모르긴 해도 그 중립적인 세 가지 사실을 매우 나쁜 소식으로 인식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그래서 저는 좋은 소식부터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 좋은 소식이 나쁜 소식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중요한지, 즉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에 각각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부여할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깁니다.

 

Fact #4: 프리랜서 번역가의 수입이 꽤 괜찮다

편차가 심한 상황(프리랜서 번역가의 수입은 서로 차이가 많이 남)에서는 평균이라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저런 말은 참 허망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언어를 어떤 방향으로 번역하는지, 어떤 분야를 번역하는지, 어떤 고객을 몇 명이나 가지고 있는지, 또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에 따라서도 수입은 많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저런 요소들은 본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한 정도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번역가 수입의 평균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 번역을 잘 하는 분이 비즈니스 스킬까지 갖춘다면 웬만한 직장인은 따라 오기 힘든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분은 다음 링크를 방문해 보십시오: 제가 한국어/영어 쌍의 단어당 요율에 대해 쓴 글, 평균으로 30,000~40,000 영국파운드를 제시한 아티클, 2007년경 미국 통계로 평균 60,000불을 제시한 통계, 미국 평균으로 40,000~43,000불을 제시한 2013년 아티클)

 

 

아마 잘 모르고 계실 나쁜 소식

 

bad news

 

Fact #5: 초기에는 일감을 찾기가 힘들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폼나게 출발을 해도 이제 막 새로 시작하는 초짜 번역가에게 일을 줄 고객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경력이 많고 번역 문서의 품질 보장이 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싶어하죠. 그래서 “나 오늘부터 프리랜서로 번역한다”고 광고해도 주위에서 아무도 신경을 안 씁니다. 이 시기가 아마도 가장 어려운 시기일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수입이 0원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번역 비즈니스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비즈니스인데 좋은 고객과 인연을 맺고 그들의 신뢰를 얻어서 안정적인 일감 흐름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와 관련하여 프리랜서 번역가로 정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읽어 보십시오.)

 

 

Fact #6: 일을 하고도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프리랜서 번역가가 누구에게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일을 해도 돈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초기에는 좋은 요율로 일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사기꾼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짐승처럼 사방에서 덤벼서 상황을 잘 모르는 초보 번역가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Fact #7: 심지어 좋은 고객에게서도 번역료를 받는 데 2달 이상 걸릴 수 있다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판다면 고객들이 물건값을 다 지불하고 매장을 나가는데, 번역 서비스를 팔 때는 인보이스를 보낸 뒤 심지어 2달 뒤에 돈을 받는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실은 고금리 시절에 형성된 것으로 청산되어야 할 업계의 악습입니다.) 제가 보기에 인보이스 날짜로부터 30일 뒤에 주는 것은 양호한 편이고, 45일도 흔한 편이고, 60일 뒤에 주는 곳은 흔하진 않지만 좋은 고객 중에서도 가끔 있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일을 해 와서 입금 흐름이 확립이 되면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아예 한 두어 달을 수입이 없이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Fact #8: 프리랜서 번역가에게도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을 사고 코스를 등록하는 것 외에도 그야말로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투자가 꽤 있습니다. 각종 가입비, 인터넷과 전화, 컴퓨터 업그레이드, 각종 소프트웨어 구입, CAT tool 등이 그 예입니다.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안정된 다음에야 그런 것이 큰 금액이 아니지만, 이제 막 시작해서 수입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는 그런 투자도 꽤 부담스러운 금액입니다.

 

 

그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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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번역을 생애 첫 직업으로 가지려는 분들이나 다른 일을 하다가 프리랜서 번역가로 전업을 하려는 분들은 위와 같은 사실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낭패를 보지 않습니다. 미리 알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 준비는 각자 사정에 따라 하는 것이고 제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만 뻔한 사족을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몇 개 붙여 보겠습니다.

 

조언 #1: 자본금이라 할 만한 자금을 준비하고 시작하라

번역 비즈니스 초기의 투자와 저소득을 감당할 만한 자본금이 있으면 개울을 건널 때 징검다리처럼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조언 #2: 처음부터 풀타임으로 하기는 쉽지 않다

풀타임으로 일을 하면 고객을 찾는 일 등에서 아무래도 속도가 나겠지만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풀타임은 아무래도 부담스럽지요. 풀타임을 목표로 하되 시작은 파트타임으로 하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물론 어느 시점에서는 풀타임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려야하겠지만요.

 

조언 #3: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매달 꼭 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물론 그건 프리랜서 번역가가 아닌 그 누구에게나 그 어떤 사업에나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프리랜서 번역가에게는 이것이 특별히 더 중요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일감이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만이 높은 번역료를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러므로 매달 들어가는 고정적인 비용을 줄이는 일은 장기적으로 재정적 안정을 이루는 데 이중으로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프리랜서 번역가의 초반 커리어 수립 전략: 생활비 낮추기(1)이라는 글을 다시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조언 #4: 생활비와 사업 수입을 구분해서 관리

월급과는 달리 번역 수입은 일정하지 않으므로, 최소한의 고정 생활비를 정한 뒤 수입이 얼마가 되든 늘 그 금액만 생활비로 써 나가면 좋습니다. 그러려면 아예 계좌를 구분해야지요. 그렇게 하면 수입이 생활비보다 많은 달의 잔액이 수입이 없는 달을 보충해 주게 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번역가의 길이 꿈을 찾아 가는 삶이라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 토대가 밑받침되지 않으면 고달픈 길이 되어 버립니다.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룬 상태에서 일을 많이 하거나 적게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돈이 없어서 나쁜 고객을 위해 낮은 요율로 장시간 일하는 것은 피해야지요. 번역가의 길을 꿈꾸는 분들에게 위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5 Comments

  1.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입니다.

    저는 바쁜 와중에도 항상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쉽게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

    가끔 시도는 해보았지만 쉽게 포기하곤 했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정보를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본업이 있더라도, 자유시간에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 번역일은 아주 매력적인 일이지만
    실제로 진정한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위 정보에 관한 여러 글을 접하고, 나름대로 전략을 세워서 시도한 바
    지금은 매일 프리랜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귀중한 정보를 공유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2. fact#8 에서 각종 가입비, 인터넷과 전화는 번역과 무슨 관련인 있는건가요…?
    생활비 부분에서 관련이 있는건지.. 아직 잘몰라서요

    • 가입비는 ProZ 등의 membership fee를 말합니다. 두 곳 정도만 가입해도 300 USD에 육박하지요. 인터넷과 전화는 번역 비즈니스를 하지 않아도 어차피 필요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국제전화는 좀 더 하게 되겠지요. 저는 통신비의 일부, 그리고 membership fee와 인터넷 비용은 전액을 비즈니스 비용으로 회계처리하고 있습니다.

  3.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되어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는 초보 방문자입니다:)

    현재 한국 정부기관에서 인하우스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리랜서 번역가의 길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Bryan 님의 블로그를 보고 큰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뉴스레터 구독도 신청했습니다!)

    앞으로 종종 방문하여 정보 얻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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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