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하는 통역 훈련

최고의 훈련은 물론 실전이죠. 그러나 실전 이전에 최대한 연습을 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두 가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영상물 이용

동영상(영상 없는 오디오도 괜찮음)을 틀어 놓고 문장 단위로 pause시킨 후 통역을 해 보는 겁니다. 의미를 이해한 것과 그것을 실제 다른 언어의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에너지가 훨씬 많이 들지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실제로 발음을 또렷하게 해서 발화해 보십시오. 사실 통역 훈련을 받을 때 수업 외 시간에는 Lab에 가서 계속 이런 연습을 했습니다. 그 때는 오디오였는데 말과 말 사이에 통역할 시간을 삽입해 둔 형태죠. 하지만 개인 컴퓨터에서 얼마든지 pause기능을 이용해서 같은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을 이용하면 재미도 있고요.

이런 목적으로 쉽게 떠오르는 것이 영화인데, 실은 영화는 말이 너무 빠르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장면도 많아 별로 도움이 못 됩니다. (저는 House라는 드라마를 열심히 봤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병원 통역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목적으로는 다큐멘터리가 참 좋습니다. 물론 여러분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것이면 더욱 좋고요. 이건 사실 배경 지식을 쌓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통역의 반 이상이거든요.

텍스트 이용

해당 분야의 텍스트를 앞에 두고 훈련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 문장 읽고 그것을 소리내어 통역을 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당사자가 그것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늘 신경을 쓰면서요. 이것도 실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저는 통역을 한참 할 때는 이걸 늘 했습니다. 잠시 자투리 시간이 남으면 뭐든지 눈에 띄는 것을 다 통역해 보았습니다. 에너지가 꽤 드는 일이라 오래는 못 합니다. 그러나 시간 날 때 5분씩이라도 해 보십시오. 손에 영어 텍스트가 있으면 한 문장씩 한국어로, 손에 한국어 텍스트가 있으면 한 문장씩 영어로 말해 보는 겁니다. 실은 이런 형태는 연습 때뿐만 아니라 실제 통역할 때도 쓰입니다. 병원에서 screening questionnaire나 수술 동의서 등을 환자가 미리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문서를 보고 손으로 짚어가며 그 뜻을 말하게 되지요. 이렇게 하는 것을 sight interpretation이라고 합니다. 이것만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병원에서는 꽤 자주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훈련을 하면 통역의 기초 체력이 길러집니다. 통역의 힘은 그 누구도 나에게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기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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