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패닉하지 맙시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뉴스에 “저런, 저런…”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곳 캐나다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장악해버린 모양입니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에서는 사람들에게 집에 있으라고 계속 촉구하고, 북미 주식시장은 연거푸 곤두박질을 치고, 뉴스는 온통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기사뿐입니다. 저의 자랑이요 기쁨인 저희 동네 도서관은 며칠 전에 벌써 폐쇄되었고, 오늘은 주 정부에서 모든 식당과 커피숍을 2주간 폐쇄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네요. 눈이 펑펑 오는 겨울 동안 즐겨 찾던 모든 곳에 이제는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의 패닉이 이제 캐나다 촌구석에 있는 저희 동네까지 미쳤나 봅니다. 어제 식료품 가게에 갔더니 우유와 감자와 휴지가 동이 났더군요. 토론토야 그렇다 치더라도, 세상에, 인구 4,500명인 이 작은 타운에서도 이렇게 사재기가 일어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언제 다시 이렇게 커피를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은 평생 처음으로 (제 소신과 어긋나게)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커피 한 잔을 사왔습니다. 저의 소확행. 하지만 좁은 창을 통해 커피 파는 아가씨의 얼굴이 괜히 안스러웠습니다.

병에 걸린 사람도 안타깝지만, 지금부터 당분간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수많은 식당과 가게들은 또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또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쩌나… 괜히 걱정이 꼬리를 뭅니다. 도대체 좋은 뉴스가 없으니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좋은 뉴스를 좀 생각해내려고 합니다.

세상이 다 망할 것 같지만, 늘 그렇듯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 혼란과 걱정의 와중에 분명히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며, 나아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긍정적인 것을 만들어 나갈 책임이 우리 각자에게 있습니다. 긍정적인 면들을 생각나는 대로 한번 써 보겠습니다.

  • 우리 번역가들은 어차피 집에서 일하거나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일 때문에 감염될 위험은 없다.
  • 아주 장기적으로는 어쩔지 모르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일감이 없어지거나 줄어들 염려도 거의 없다. 우리와 거래하거나 협업하는 사람도 다 온라인으로 일하니까.
  • 집을 나가지 못해 좀 답답하지만 그래도 탁 트인 자연으로 나갈 수는 있다. 자연은 기쁨과 평화를 줄 뿐아니라 공짜이다.
  • 무제한 인터넷과 넷플릭스가 있다.
  • 지난 2주간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외출을 아예 하지 않으니 사소하게 절약되는 것도 있다. 그동안 별 쓸데없는 것에 돈을 쓰고 있지 않았나 하는 자성도 된다.
  • 난 주식에 투자한 것 없으니 뭐가 폭락했다는 뉴스에는 신경을 꺼버려도 된다.
  • 겨우내 낙엽으로 완전히 뒤덮여 있던 뒤뜰이 이제 거의 깨끗해졌다. 밖에 나가는 대신 뒤뜰에 나가 조금씩 낙엽을 긁어모았더니…
  • ‘행복한 번역가 길드’ 프로젝트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 어제 보낸 뉴스레터에 IT 전문가들이 다섯 명이나 자원봉사를 신청해주셨다. 흑흑… (감격해서)
  •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에 의하면 중국의 대기오염이 상당히 줄었다고 한다.
  • 베니스 운하의 수질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관광객이 줄어서…
  •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소비가 크게 줄었다.
  • 캐나다 여기저기에 자가격리 중인 사람들을 돕기 위한 앱과 그룹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마 다른 곳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싶음…)
  • 사람들이야 어쩌건 상관없이 나무에는 새순이 돋고, 철새들이 돌아왔고, 옆집 고양이는 우리집 담벼락에 기대 햇볕을 즐기며 졸고 있다.

제가 생각해낸 것은 이정도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지요? 개인적 혹은 사회적인 좋은 뉴스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패닉하지 말고 잠잠히 일하면서, 작은 희망을 일구며 유머도 잃지 말고 이 어두운 시간을 함께 건너갑시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4 Comments

  1. 아… 감자도 사재기의 대상이 되었군요. ㅠㅠ 저도 지인에게 들은 즐길 거리 몇 가지를 공유합니다.

    1.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디지털 콘서트홀(온라인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을 당분간 무료로 공개합니다. 온라인으로 공연 실황을 시청할 수 있고, 과거 공연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을 하신 후에 코드 “BERLINPHIL”를 입력하시면 됩니다. 한국어 홈페이지는 아래 주소로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digitalconcerthall.com/ko/concert/52535

    참고 링크: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berlin-phil-coronavirus-streaming_kr_5e6c6e3fc5b6dda30fc96c1e

    2.
    인프런이라는 강의 사이트에서도 한시적으로 일부 강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로 IT 개발, 디자인 관련 강의가 많습니다. 지금 신청해 두시면 12개월 동안 수강하실 수 있어요.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됩니다:
    https://www.inflearn.com/pages/fighting-2020

    3.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도 서비스를 개방했습니다. 저는 오페라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눈과 귀가 호강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하는군요. 한국 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20시간 동안 시청할 수 있고, 잠깐 대기가 뜰 때도 있지만 대부분 금방 접속됩니다. 사이트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s://www.metopera.org/

    프로그램 스케줄은 아래 주소의 스크린샷을 참조해 주세요:
    https://d.pr/i/o14PuR

    모쪼록 건강하고 여유롭게 생활하시길 빕니다.

  2. 우리나라는 사재기 없는 나라라는 외신 칭찬이 있다던데 사실 사재기를 하는 게 저는 더 이해가 안 가요. 시스템이나 인식이 달라서일까요? 어떤 맥락일까요? 해외 거주자분 알려 주시면 감사…

    • 우리말 ‘사재기’는 이윤을 노리는 매점매석(마스크를 많이 사두는 것 등)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의 hoarding은 필수품을 미리 구해놓는 것이란 의미가 큽니다. 말 자체도 동물이 가을에 많이 모아두는 것에서 왔으니까요. 식재료를 많이 사려는 것은 사회의 기본적인 기능(수퍼마켓, 주유소, 치안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넷플릭스에는 지금 현재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가 뭔지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데 거기 따르면 지금 캐나다에서 2위가 Contagion이라는 영화입니다. 전 옛날에 봤는데 이번에 다시 봤어요. 거기 보면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의 기본적인 기능이 다 무너지자 약탈이 일어나죠.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런 일은 옛날에도 있었고(2003년 북미 정전 사태,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의 상황에서)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태에 생필품을 구하러 집을 나서지 않아도 되려고 hoarding을 하는 겁니다. hoarding 수요가 채워지지 않으면 looting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제 달라진 점은 사람들이 슈퍼마켓으로 달려가지 않고 online 주문을 많이 한다는 겁니다. 아마존은 폭주하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10만명 더 고용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회안정 기능을 상당한 정도로 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온라인 구매보다 당장 슈퍼마켓으로 달려가는 것이 더 빠르니까 이런 사재기는 당분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서구 사회에는 잦은 사재기가 한국에는 없는 것은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사회의 기본적인 기능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죠. 지금 미국과 캐나다 언론은 한국을 많이 부러워합니다. 전염을 상당히 잘 통제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거기 비해 미국과 캐나다의 준비 상태는 제가 보기에는 형편없습니다. 엄청난 속도의 감염을 막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그리고 국민들도 본래 말을 잘 안 들어요. 미국이 특히 걱정입니다. 공공의료 시스템도 거의 없고 의료비용은 무시무시한 나라라서 가난한 사람들이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며칠 전에 진단은 무료화했다고 하는데 치료비용은… 거기 비하면 한국은 여러모로 정말 잘 하고 있고 상황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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