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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번역가가 일을 늘려가는 방법, 비딩(bidding)

지난 번 글에서는 장터 기업에 가입하는 것까지 소개 드렸고, 그 중 두 곳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거기에 가입하는 구체적인 절차는 그 사이트에 가시면 분명하게 나와 있고, 앞으로 번역을 업으로 삼을 분들은 제 안내가 없이도 충분히 가입을 하실 수 있으셔야 합니다. 그래서 가입 절차는 자세히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가입을 하고 나면 그 다음 단계는 프로필을 만들어 가시는 것입니다. (아, 사실 프로필 만드는 것만 해도 저는 일주일은 걸렸던 것 같습니다. 사진 찾고, 이것 저것 선택하고, 꾸미고 하느라고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고, 그런 과정에서 모르는 용어도 많이 나오고 해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다 보면 마침내 끝나는 시간이 오죠. 인내와 끈기.)

 

자, 이번 글에서는 초보 번역가가 일을 늘려가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비딩(bidding)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roZ를 기준으로 설명을 하자면, My emails settings에서 Jobs settings를 선택해 들어가면, Job notification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여기서 classic job posting notifications과 turnkey translation notifications를 on으로 해 두십시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날부터 여러분께서 등록해 두신 email로 일종의 알림 메시지가 옵니다. 이것은 어떤 agency(아주 가끔은 최종 수요자)가 그 장터 기업을 통해 번역가들에게 통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 이메일에 제공된 링크를 클릭하면 그 프로젝트(이것을 어떤 때는 job이라고도 합니다)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이 통지가 나한테만 온 것이 아니겠죠? 이런 장터 기업에 가입을 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이런 일감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수 없이 많은 다른 번역가들에게도 동일한 통지가 이미 갔습니다. (물론 본인이 우선 그런 통지를 받겠다고 선택을 해야 하고, 또 어떤 분야, 어떤 예산 범위의 프로젝트에 대해 통지를 받겠다고 선택을 해야 겠죠. 그런 category가 다 충족되는 번역가들에게만 통지가 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놓고 수십 명 어쩌면 수백 명이 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agency가 “우리에게 이런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것 할 수 있는 분 누구 없어요?”하고 소리를 치면 번역가들이 여기 저기서 “저요, 저요!”하고 대답을 하는 것이죠.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한자리에 모여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죠.) 이것을 영어로는 bidding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비딩에 대해 조금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태까지 가입비 내고 열심히 프로필 만들고 job notification을 신청해서 드디어 일감에 대한 통지를 받았으니 당연히 이 일감을 따 내고 일을 해야겠죠?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한 번 생각해 봅시다. 길 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당신은 번역가라고 들었는데, 이것 번역 좀 해 주세요.”하면 여러분은 어쩌시겠어요? “아, 일감이 왔구나!”하고 선뜻 일을 수락하시겠습니까? 그 일감이 뭔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인지,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가 주어졌거나 주어질 것인지, 마감 시간은 언제인지, 일이 어려운 정도나 일의 양에 비해 보수는 충분한 것인지, 보수는 언제 주겠다는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주는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일을 맡기는 사람이 약속을 지키고 공손하며 같이 일하기 쉬운 사람인지 등등을 알아보는것이 우선이지 않겠습니까?

 

한 마디로 충분히 알아본 후에야 비딩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누가 그러더군요.경영자의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은, 무엇을 하겠다는 결정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라고요. 시작해 보았자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르는 일, 혹은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서 해낸다 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드는 일, 내가 질을 보장할 수 없는 정도의 일, 번역할 원문 자체가 너무 수준이 낮아서 번역하기가 불가능하거나 짜증이 나는 일(이런 경우도 꽤 많습니다), agency 자체도 프로젝트를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거저 번역가에게 넘겨주기만 하는 그런 일, 그 일감에 대해 확실치 않은 것이 있어서 다시 물어보아도 대답도 잘 안 오고 그저 빨리 시작하라는 식의 답만이 오는 일…

 

이런 일들은 아예 비딩을 안 하는 것보다 못 합니다. 비딩도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잖아요?

 

이런 많은 고려 사항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무엇일까요? 혹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은 단연코 그 프로젝트를 장터 기업에 올린 사람 혹은 agency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 일을 시작하는 분들이 범하기 쉬운 가장 큰 실수는, 이것을 잘 고려하지 않고 아무하고나 덥석 일을 시작하는 겁니다. (실은 이런 말을 하는 저도 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나서야 이런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하면 일하는 과정도 힘들고, 일을 다 한 후에 돈을 받느라고 또 힘들고, 최악의 경우에는 돈을 제대로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억나세요? 우리는 지금 인터넷상의 가상의(virtual) 장터 기업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요. 사실 상대방을 직접 만날 수 있는 local 시장에서도 이런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하물며 상대방을 만나 볼 기회가 없고 오직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상대방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에 대해 제대로 판단을 내리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제가 앞의 글에서 ProZ를 추천했고요. ProZ의 search 화면에 가서 아래 그림처럼 Blue Board를 클릭한 다음 어떤 agency를 입력하면 그 agency에 대해 세계 각국의 번역가들이 평가를 해 놓은 점수가 나옵니다.


블루보드
Blue Board
 

 

만약 ProZ를 통해 비딩을 하려고 하는 경우는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예 해당 agency의 블루보드 점수와 그 점수 페이지에 대한 링크가 화면에 나와 있으니까 그걸 바로 클릭하시면 됩니다.

 

 
블루 보드 점수

 

이렇게 전체 점수, 그리고 지난 12개월간의 점수를 보고 판단을 하고, 또 나쁜 점수를 받은 이유가 뭔지, 그것에 대해 업체에서는 뭐라고 반응을 했는지 등을 읽어 보신 후에 최종 판단을 내리시면 됩니다. 자 일단 업체에 대한 판단이 끝났으면, 그리고 그 업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좋은 업체라는 생각이 들면, 그 다음에는그 프로젝트가 내가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것인지를 보아야 합니다. (노파심에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이 순서가 뒤바뀌면 안 됩니다. 먼저는 에이전시에 대한 판단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실제로 제공된 프로젝트가 아무리 매력적이고 내게 맞는 것이라고 해도 미련 없이 포기하십시오. 그것이 현명한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샘플 텍스트를 제공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프로젝트의 배경을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최종 고객이 누구인지, 분야가 어떠한지 등).

 

그 다음에는 budget info를 보셔서 너무 터무니 없이 낮은 요율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보셔야 하고요. 물론 그런 정보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딩을 요청하는 통지에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그 사람들이 쓰는 그럴싸한 말로는 ‘경쟁력 있는 가격’) 비딩을 해 달라는 얘기를 붙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그런 말이 있으면 한 번 재고해 보셔야 합니다. 번역의 질을 따지기 전에(즉, 좋은 번역가와 인연을 맺으려는 의도보다) 낮은 가격에 번역을 얻어 내려는 의도를 더 드러내는 agency라면, 장기적으로 봐서 같이 일하기가 어렵고 피곤합니다. 설사 이번 프로젝트가 너무 맘에 들어서, 그래서 꼭 하고 싶어서, 아니면 지금 달리 다른 일이 없으니까 이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낮은 요율을 제시해서 계약이 성사가 되었고, 그래서 시작했고, 그래서 그 프로젝트를 잘 마쳤다 쳐요. 그럼 그 다음부터는 그 낮은 요율이 그 회사와 나 사이의 기준이 되는 겁니다. 일단 그렇게 고착되고 나면 그 낮은 요율을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 회사와 관계를 정리하고 다른 회사와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일단 정해진 요율을 그 회사 설득해서 계속 조금씩 올려 간다는 것은 참 힘들어요. (물론 가능하긴 합니다. 이건 중요한 문제라서 나중에 따로 별도의 글을 쓸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렇게 낮은 가격을 중심으로 성립된 관계는, 나중에 나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나와 그 회사의 관계는 그 즉시로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번역가의 번역의 질, 일하는 스타일, 책임감 등의 이유로 나와 관계가 맺어지고 지속된다면, 그런 관계는 계속 잘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번역가의 일과 삶을 쉽고 윤택하게 해 줄  것입니다. 반면에 번역가가 제시한 낮은 가격 때문에 맺어진 관계는 양쪽 모두가 하루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그런 관계입니다. 에이전시는 더 낮은 가격을 향해서, 번역가는 더 높은 가격을 향해서 떠나게 마련이니까요. 그러니까 그런 agency하고는 웬만하면 처음부터 관계를 맺지 마세요. (사실 agency 하나와 비딩을 통해 관계를 맺고, 계약서 쓰고 그 사람들이 주로 하는 프로젝트들을 파악하고, 인보이스를 보내는 과정 등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과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이상한 소리 하나 하겠습니다.

 

번역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로서는 기본 생활을 번역으로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일거리를 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장기적으로 번역을 잘 해 나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단기간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이렇게 장터 기업에 가입을 해서 비딩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비딩의 상대방, 즉 장터 기업에 나와서 번역가에게 비딩을 시키는 에이전시들은, 그다지 좋은 회사들은 아닙니다. 실망이죠? 하는 수 없어요. 이유를 설명해 드릴게요. 정말 좋은 회사들은 자신들이 최종 고객에게서 프로젝트를 맡아 오기 전에 먼저 사람부터 확보를 해 놔요. 그것도 장기적으로 같이 일해 나갈 수 있는 실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좋은 번역가들에게 자기들이 먼저 접근을 합니다. 장터 기업에 올려 둔 프로필을 볼 수 있으니까요.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로 자기 회사 소개도 하고, 같이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죠. 절차를 따라서 계약서도 만들고 NDA도 만들고(나중에 설명…), 그렇게 해서 일할 준비를 다 마무리를 해 둡니다. 그 다음에 그 우수한 번역가의 프로필을 들고 최종 고객에게 가서 일감을 따내죠.

 

그렇게 하지 않고, 최종 수요자를 구워 삶아서 일단 일감부터 따 놓고, 그 다음에 수백, 혹은 수천 명의 번역가들에게 “이런 프로젝트 가 있는데 지금 할 수 있는 사람 있어요?”하고 묻는 것은 사실 최종 수요자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질에 대한 고려가 별로 없는 것이죠.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전 그렇게 생각하는데…. 제 경험을 돌아 보아도, 제가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좋은 에이전시들은 대부분 언젠가 자기들이 제게 먼저 연락을 해 왔습니다. 비딩을 통해 인연을 맺었던 에이전시들은 제가 가격을 점차 올려왔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대부분 떨어져나갔고요. (물론 가격만이 요인인 것은 아니지만요.)

 

물론 그렇다고 좋은 회사들이 전혀 비딩 시장에 나오지 않는 건 아닙니다. 자신들이 주로 같이 일하던 번역가(이런 사람을 영어로는 자기들의 primary translator라고 합니다)가 휴가를 갔거나, 다른 프로젝트 때문에 바쁘거나, 아니면 갑자기 은퇴를 하거나 하면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찾아야겠죠. 이것은 좋은 에이전시를 찾고 있는 번역가로서는 좋은 에이전시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자, 제가 지금까지 비딩에 대해 좀 길게 썼는데, 결론을 겸한 요약을 써 보겠습니다.

    • 번역을 막 시작한 입장에서는 비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비딩을 하기 전에 최소한 나쁜 회사와 엮이지 않도록 ProZ.com 에 있는 Blue Board를 확인해야 한다.
    • Blue Board를 통해 에이전시가 괜찮은 회사인지 확인한 후에, 다른 고려 사항들을 고려하여 비딩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 일단 비딩에 성공하여 일감을 맡은 후에는 최선을 다해 좋은 번역을 해냄으로써, 장기적으로 그 회사와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것이 최고의 마케팅 방법!).
    • 위와 같이 했는데도 그 회사가 다음에 또 장터 기업에 비딩을 내면 그 회사는 나의 질에 만족하지 못했거나, 혹은 처음부터 가격 중심으로만 비딩을 시킨 것이므로 미련 없이 관계를 끊는 것이 현명하다.
    • 결국은 비딩은 번역가의 첫 관문일 뿐이고, 장기적으로는 비딩에 참여하지 않고 기존의 충성스러운 agency들과만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상태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최상급 에이전시들의 primary translator가 되는 것).

3 thoughts on “초보 번역가가 일을 늘려가는 방법, 비딩(bidding)

  1. 올려주신 글 잘 보고있어요. 입문자에게 정말정말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공유 부탁드려요.

  2. 선생님께서 처음에 본업과 함께 번역일을 부업삼아 시작하셨을 때도
    이러한 BIDDING 방법을 통해 본업과 함께 병행할 수 있을 만큼의 일감을 받아서 점점 일을 키워 나가셨나요??

    1. 네. 처음에는 비딩 외에 다른 방법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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