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 공부 도전기

저는 어릴 때부터 영어의 ‘영’ 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시골 분이고 아이들 공부시키는 일에는 문외한이었죠. 중학교 1학년 처음 올라가서 ABCD를 배웠는데 웬걸 3학년 올라가니 문장이 너무 길고 어려워지더군요. 단어 암기에는 정말 소질이 없어서 영어 공부는 일찌감치 놓았습니다. 암기를 정말 싫어해서 암기 과목은 다 포기, 지금도 한맹(漢盲)입니다. 그렇게 영어랑 담쌓고 살다가 서른 즈음에 그저 우연히 슬쩍 ‘나도 영어 한번 해 볼까?’ 생각했습니다.

중딩 영포자, 영어 포기한 지 14년이 흘렀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일곱 살 난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유아 영어 교재를 가방에 달랑달랑 들고 옵니다. ‘엄마랑 같이 들어 보자.’ CD를 틀었더니 신나는 동요와 동화, 율동이 흘러나옵니다. 엄마는 아들과 함께 동화를 듣고 듣고 또 듣고 나중에는 둘이서 대사를 줄줄 외웁니다. 이렇게 유아 영어부터 시작해서 파닉스, 스토리텔링의 초등 영어→중고등 학습 교재→학부 영어 전공→번역 공부→현업 종사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암기는 지지리도 못하고 영어는 소 닭 보듯 하던 사람이 어떻게 지치지 않고 공부해 왔을까요?

남들 열 번 보면 외우는 단어, 저는 20번 30번 봐도 외워지지 않는 저주의 두뇌를 소유했답니다. 정말 돌에 정을 쪼아 새기는 기분입니다. 같은 단어 한 1년 외우면 기억에 좀 남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 세대 영어는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스토리가 있는 영상이 제게 꼭 알맞은 학습 교재였습니다. 저는 단어나 문장을 단 한 번도 외운 적이 없습니다. 내용을 이해하고 단어의 의미도 충분히 이해한 다음, 같은 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합니다. 노출을 많이 하다 보니 문장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스며들고 익숙해졌죠. 지금은 단어를 좀 알지만 초창기에는 암기를 안 하니까 많이 본 단어라도 단어만 따로 보면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옵니다. 그러다 그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보면 문장 전체 뜻이 파악되고 단어 뜻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집안일 할 때도 외화를 틀고, 화장실에서 EBS를 듣고, 자기 전에 영어 유튜브를 보고, 심심하면 듣고 보고 틈만 나면 읽고 보고, 외국인 친구를 만들어 대화를 연습하며 공부했습니다. 암기를 너무 못하니까 제가 잘 쓰는 방법이 사전 읽기인데요, would, make, as 등 자주 쓰이지만 까다로운 단어 하나를 골라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습니다. 옥스퍼드를 다 읽으면 동아출판을 읽고 그다음 YBM을 읽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읽고 두 번째는 문장 구조를 분석하며 읽고 세 번째는 문형을 범주화해 봅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면 비슷한 예문이 나올 때 문장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고 해석하기 용이하죠.

번역에 딱 꽂힌 이유는 제가 너무 읽고 싶은 책 때문이었습니다.

한때 프로이트에 심취해서 프로이트 전집을 읽곤 했는데 제게 너무나 중요한 단락 하나가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한 50번 읽은 후 깨달았죠. 번역이 엉망이라는 것을요. 번역가조차 자기가 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썼다는 사실을요. 그때는 좀 강박적인 집요함이 충만해서 어떻게든 이 전집을 제대로 읽어 내겠다는 의지에 불타 본격적으로 번역 공부에 돌입했습니다.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번역에 필요한 것은 외국어 실력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별도 포스트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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