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세상에 사악한 띄어쓰기는 많고 많지만 그중에 쌍벽을 이루는 두 놈이 ‘잘하다’, ‘못하다’입니다. 특히 ‘못하다’ 띄어쓰기는 국립국어원에 반대되는 답변이 무수히 올라와 사람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잘하다’, ‘못하다’는 뜻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집니다. ‘잘하다’를 먼저 파 보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한다.

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 한다.

위 문장에서 ‘잘하다’로 붙일지 ‘잘 하다’로 띌지 여부는 문장 속에서 ‘잘하다’가 어떤 의미인지 따져 보면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잘하다’의 뜻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1. 옳고 바르게 하다
2. 좋고 훌륭하게 하다
3. 익숙하고 능란하게 하다
4. 버릇으로 자주 하다

그 외 몇 가지 뜻이 더 있지만 우리가 다루는 ‘잘하다’와 ‘잘 하다’를 구분하는 데 필요한 의미는 저 정도면 되겠습니다. 저 네 가지 의미이면 ‘잘하다’로 붙이고, 그 외 의미이면 ‘잘 하다’로 띄면 됩니다. 그렇다면 ‘공부를 잘한다’는 ‘공부를 훌륭하게 한다’는 의미와 상통하니 붙이면 되겠습니다. 의미별 자세한 예문은 사전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잘 하다’로 띌 때 예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리고 ‘잘하다’를 만날 때마다 의미를 따져서 띄어쓰기를 결정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그래야 하는데 이게 또 몹시 고되고 시간 잡아먹는 일입니다. 고작 ‘잘하다’ 단어 하나 띄어쓰기하는 데 우리는 엄청난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간단한 팁이 하나 있는데, 사실 우리가 쓰는 ‘잘하다’ 대부분이 저 네 가지 의미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대부분 붙이면 된다는 것이죠. 정말 그러한지 알아보려고 제가 포털 사이트에서 무작위로 ‘잘하다’를 검색해 예문을 조사해 봤습니다.

거짓말을 잘한다.  > 거짓말을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 거짓말을 버릇으로 자주 한다.

일을 잘한다.  > 일을 훌륭하게 한다. 일을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

노래를 잘한다. > 노래를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

메시가 축구를 잘한다. > 축구를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

영어를 잘한다. > 영어를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

눈치 없이 나서기를 잘 한다. > 눈치 없이 예사롭게/쉽게 나선다.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잘2 뜻「10」번)

대처를 잘한다. > 대처를 옳고 바르게 한다. 대처를 훌륭하게 한다.

요리를 잘한다. > 요리를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

우리 아들, 잘한다! > 우리 아들, 훌륭하다!

우리가 알아서 잘한다. > 우리가 알아서 좋게 한다.

잘해도 내 탓, 못해도 내 탓. > 훌륭하게 해도 내 탓, 형편없어도 내 탓.

이 새는 번식을 잘 한다. > 이 새는 아무 탈 없이 순조롭게 번식한다.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잘2 뜻「6」번)

욕을 잘한다. > 욕을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 욕을 버릇으로 자주 한다.

구경 한번 잘 했다. > 아주 만족스럽게 구경했다.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잘2 뜻「9」번)

그 바쁜 와중에 연애도 잘 하네. > 그 바쁜 와중에 연애도 순조롭게 하네.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잘2 뜻「6」번)

신용카드, 발급보다 해지를 더 잘 한다. > 신용카드, 발급보다 해지를 더 예사롭게 한다.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잘2 뜻「10」번)

질문을 잘한다. > 질문을 버릇으로 자주 한다.

말을 잘한다. > 1, 2, 3, 4 뜻 모두 가능.

 

총 18 문장 중 5 문장을 띄어 써야 하는군요. ‘잘하다’의 72%가 붙여 쓰는 말로 판명되었습니다.

문장에서 ‘잘하다’가 지닌 뜻과 사전 뜻풀이를 일일이 대조해 가며 의미를 찾아보았는데 이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무슨 뜻으로 쓰였는지 상정하기가 까다로웠고 애매하거나 여러 의미로 풀이할 만한 것도 많았죠.  보는 이에 따라,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소지도 있었습니다. 그럼 그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지겠죠. 우리말에는 뜻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지는 단어가 많은데 ‘잘하다’가 그중 최고의 애매함과 모호함을 자랑합니다.

그럼 어떻게 띄어 쓸까요? 1+1=2처럼 간결한 해답은 없을까요?

허허… 그냥 소신껏 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