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일생의 업으로

얼마 전에 제가 이메일로 받아보는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체코 보헤미아 유리와 ‘일생의 업'”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보헤미아 유리 전시장에 갔다가 한 유리 장인이 한 말을 보고 인용해 두었더군요. 저도 여기서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내가 이 길을 걸어온 비밀이요? 솔직히 말하면 재능보다 힘이고, 인내랍니다. 유리 장인이 되는 건 아주 오래 걸리는 일생의 업이에요. 하루 종일 무겁고 뜨거운 유리를 직접 만지고, 무거운 물건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해야 하니 체력적으로 튼튼하고 힘이 센 게 제일이죠.” – 모제르 유리 공장 내 장인

 

보헤미야 유리공예
보헤미야 유리공예

 

몇 주 동안 저 말이 마음에 묵직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야 유리 공예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니 저 말의 무게를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짐작은 됩니다. 남들이 보면 예술 같은 일이라도 그런 일을 실제로 하는 과정에서는 미련해 보이는 뚝심, 수많은 연습, 시행착오, 반복, 시행착오, 실패, 인내, 그리고 또 시도해 보는 그런 ‘멋 없는’ 과정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전에 이승엽 선수와 양준혁 선수에 대해 읽은 기억이 납니다. 프로야구 선수인 이승엽 선수는 승승장구하다가 일본으로 진출한 후 슬럼프에 빠지고 2군으로 좌천되는 수모를 겪었다고 합니다. 그런 좌절의 시기에 이승엽 선수는 하루 1000번의 스윙이라는 혹독한 훈련으로 이겨냈다고 합니다. 손바닥이 여러 번 벗겨지도록 혼자서 휘두르고 또 휘두르는 훈련. 밤에 시작한 ‘묵언 배팅 훈련’이 새벽까지 이어진 날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이승엽 선수는 새로운 기록을 새우며 다시 부활했다고 합니다.

 

양준혁 선수는 슬럼프가 올 때마다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자신을 찾았다고 합니다. 타격이 부진해지면 스윙 폼을 바꾸어서 새로운 타법에 적응을 하고 그리하여 언제나 다시 3할대 타율로 복귀해 왔다고 합니다.

 

전 야구도 잘 몰라서, 두 선수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것인지 아니면 비슷한 것을 다르게 표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본을 철저히 하는 노력이든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든, 분명한 것은 큰 틀에서 보면 자신의 길, 자신의 업을 분명히 알고 꾸준히 그리고 남다른 노력을 했다는 것이라 봅니다.

 

보헤미아 유리 장인이든, 야구 선수이든, 번역가이든, 남이 보든 보지 않든 늘 꾸준히 하는 노력, 손바닥이 벗겨지도록 기본을 다지는 노력, 익숙하지 않은 것에도 뛰어들어 몸에 배도록 노력하는 모습, 그런 것이 일생의 업을 이루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슬럼프가 와도 내가 가는 길을 긴 호흡으로 보며 밤을 새우는 뚝심, 그것이 내게 있나 돌아 봅니다.

 

그러나 또 생각해 봅니다.

 

그런 노력을 하는 것 자체도, 그런 땀도, 일생의 업을 가슴에 품은 사람의 행복의 한 조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

 

2015-04-11 19.57.47

 

해질 무렵, 이승엽 선수가 생각이 나서 숙연해 지는 시간입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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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