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거창해 보입니다만 현역(現役)에서 은퇴한(早期는 아니고 滿期-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飜譯家然 하게 된 까닭을 풀어볼까 합니다.

요즘은 수명이 길어져 은퇴 후의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하는 낭만적(?) 고민 또는 어쩔 수 없이 소비를 줄여야 하지만 그것도 소득이 없으면 어떻게 감당하나 하는 현실적 고민에 대한 여러가지 논의들을 미디어상에서 보고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정답은 없지요. 개개인의 능력, 취향, 여건 등에 따라 選擇肢가 다양할 것입니다.

가장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은 경험이나 관련 지식이 없거나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봉급 생활자로 은퇴하고 나서 퇴직금을 날릴 수는 없으니까 뭔가를 해야 하니 경험 없는 분야에 투자하는 경우인데 실패율이 매우 높지요. 하이 리스크라도 하이 리턴이면 그나마 대박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보통 대부분의 은퇴자가 투자하는 분야는 소위 레드 오션으로 박터지는(이런 표현이 표준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이 리턴은 기대하기 어렵고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고 봐야 합니다(제가 사는 시골 아래 동네에서 도로 건너 마주 보고 있는 펜션 두 곳 중 한 곳은 성업 중인데 한 곳은 파산하여 주인이 행방불명입니다). 다만 현역에 있을 때 하던 사업과 연관된 분야, 소위 든든한 Supply Chain 상의 Upstream 또는 downstream 쪽에 투자하는 경우라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성공한 경우도 보았는데 저는 관리 분야 출신이라 오히려 그런 기회를 잡지 못했음을 무척 아쉬워한 적도 있지요. 이런 부러운 경우는 논외로 합니다.

과거와 달리 저금리 시대에는 여유자금을 가지고 금융소득을 노리는 것도 대안이 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요즘은 1억 정기 예금의 이자가 기껏해야 월 20만원 전후 정도이니까 큰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주식 또는 유사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으니 논외로 합니다.

그래서 저금리 시대에 소위 재벌가 자손이 되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로서 투자 아닌 근로소득원을 발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최근에 미디어에서 본 적이 있음)에 동의합니다. 재취업은 젊은 사람도 힘든 일이지만 본인이 외국어를 좀 한다고 생각되면 프리랜스 번역일은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당연히 단점도 있습니다). 다만 專業으로서의 번역가가 되고자 하는 분에게 도움이 될 내용은 Bryan님이 많이 다루고 있으므로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번역가로 일하는 것은,

-투자 위험이 없고 나름 블루 오션입니다.

금전적 투자가 거의 필요없으니 투자 위험이 제로입니다. 투자 위험이 없다는 것은 정신 건강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인생 2幕은 실패할 자유가 없다고 봐야 하지요. 내일 걱정에 더하여 투자한 돈이 거덜나는 꿈을 꾼다고 상상해 보시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또 무작정 Me, too 투자가 몰린 경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業務的 또는 業務外的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지금은 한국 시장을 떠났습니다만 처음엔 저도 한국의 에이전시와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에이전시의 PM들이 공손한 편이고 영어엔 恭敬 표현이 우리말 같지는 않지만 외국의 에이전시의 PM들과도 기본적인 예의 속에 대화가 이루어지니까요. 번역일이 정신 노동이니 막노동 취급을 받는 일은 없지요. 당연한 말 같지만 과거에 현역에서 일하면서 은퇴 시점에는 조직내에서 최상의 예우를 받던 분들이 人生 2幕에서 좌절을 느끼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과거의 榮華를 지우거나 내려 놓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을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非一非再합니다. 그러나 번역일은 대우받으면서 돈도 벌고 약간의 지적 희열도 느끼면서 하는 일인데다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데드라인을 지키는 것 외에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현역에서 일할 때에 업무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에 비하면 오히려 즐길만한 긴장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 밖에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는 것도 정신 건강에 매우 보탬이 됩니다.

– 在宅 근무이므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체력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현역 시 출퇴근에 시달려 본 사람은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체력의 과도한 소모는 은퇴자의 연령 대에 매우 큰 부담이 됩니다. 또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육체적인 노동을 수반하는 일은 더욱 그러합니다. 또 번역일 때문에 다른 일정의 시간 계획을 세우기 곤란한 경우가 있지만(이것은 단점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상 窮即通이라고 다 해결이 되더라고요.

– 하기에 따라서 생각보다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실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만 있다면 어떤 다른 이유보다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또한 어떤 단점이라도 극복이 가능하겠지요.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가능하다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망할 일이 없는데 많이 벌 수도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번역물의 경쟁력과 좋은 클라이언트 목록을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겠습니다.

– 停年이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연령 때문에 일을 그만 두거나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번역일은 본인이 관두지 않는 한 그럴 일이 없습니다. 에이전시들도 번역 품질과 納期 이외에 번역가의 성별, 나이 등에 관심이 없으니 정년이 없는 일입니다.

등등.

그런데 제가 은퇴 후 번역일을 하고 있으니 제 얼굴에 침 뱉을 수 없고 굳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흠…사실 그런 점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네요. 상대적 비교를 다 해 본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당장에, 반드시, 꾸준히, 상당히 벌어야 하는 분에게는 최선이라고 말씀은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Bryan님이 전업으로서 그런 경우에 해당하므로 방법론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저는 현재 경기도 양평의 산자락의 공기 좋은 곳에 있는 크지 않은 집에서 텃밭 가꾸면서 수년째 부부 둘이 살고 있습니다. 밭일이 서툴지만 뿌린 대로, 손길이 간 만큼 거둔다는 자연의 정직함과 신비함을 새삼 느끼고 있지요. 제 처의 건강 때문에(고맙게도 이제는 재활에 성공하여 건강을 회복하였습니다) 시골에 정착하게 되었고 그런 여건상 번역일이 저에게는 적합하다고 생각되어 그동안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고 또 저에게는 貴人이나 다름없는 Bryan님을 알게 되어 저의 결정이 옳았음을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됩니다. 번역일 하면서 텃밭 가꾸어 유기농 소출 먹으며 마당의 자두나무 剪枝하면서 어떤 해에는 주체할 수 없는 양의 수확물로 인심 듬뿍 쓰기도 하고(春華秋實이지요?) 강아지랑 산책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할 수 있으니 은퇴자의 생활로 괜찮아 보이지 않나요? 過慾은 禍를 부른다(過猶不及)는 말은 제가 뼈저리게 경험하고서야 가슴에 새기고 있는 인생의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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