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G. Wodehouse(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1881-1975)를 아시나요? 영국의 유머 작가로 70여 권의 장편, 단편집을 남겼습니다. 다작이지만 작품 내용은 놀랄 만큼 일관적이어서, 항상 사고만 치고 다니는 영국 상류사회 청년과 주인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재치있는 집사처럼 풍자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영국 귀족들 얘기가 뭐 그리 재미있을까 싶지만, 우드하우스가 아직까지도 열혈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영어로 치는 말장난의 정점을 찍은 작가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롯이 재미있거나 캐릭터 묘사가 절묘해서 읽는 게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문장 자체가 너무 웃기기 때문에 되풀이해서 읽게 되는 작가입니다.

영어 브라이언의 행복한 번역가 블로그  우드하우스를 읽고 소리내어 웃을 수 있다면 (게스트 포스트)

“The Heart of the Goof”라는 단편집 서문에, 딸에게 쓴 헌정사가 있습니다.

To my daughter Leonora, without whose never-failing sympathy and encouragement this book would have been finished in half the time.

웃으셨나요? 이런 식의 문장을 쓰는 작가입니다. 옛날 인터넷 초창기 검색엔진이 난립할 때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죠) AskJeeves.com 이라는 검색엔진이 있었습니다. 그땐 저도 지브스가 누군지 몰랐는데, 그런 사람들이 많았는지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더랬죠. 암튼 그 Jeeves를 창조한 작가가 우드하우스입니다. 돈많고 성격 느긋한 주인 Bertie Wooster의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수고가 많죠. Bertie는 패션 센스도 꽝이라 늘 지브스의 주의를 받습니다.

I went straight back to my room, dug out the cummerbund, and draped it round the old tum. I turned round and Jeeves shied like a startled mustang.

“Wodehouse quotes”로 검색하면 이런 명문을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작가의 황금기를 대체로 1919년부터 1949년까지의 30년간으로 치는데, 그 기간 중 출판되었던 책을, 장편보다는 단편집을 추천합니다 (지브스도 좋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짬뽕식 단편집도 많아요). 우드하우스가 재미있게 느껴진다면, 단락 끝에서 폭소를 터뜨릴 수 있다면, 영어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겁니다.

반면 이런 이유 때문에 번역이 불가능한 작가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에 미치코 당시 황후의 언급으로 우드하우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2019년 아키히토 천황의 퇴위를 앞두고 황후가 앞으로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지브스도 몇 권 대기하고 있습니다”라고 한 마디 한 것 때문에 갑자기 전국민이 우드하우스를 알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일본 서점에서도 우드하우스의 번역서가 눈에 자주 띕니다. 과연 일본어로 번역되어도 여전히 웃길까요? 지금 찾아보니 우리나라말로 된 번역서도 한 권 검색되는데, 어떨지 궁금합니다. 우드하우스 번역이라니, 저는 기권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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