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함의 유기적 연결

영상 번역 일감이 꼭 번역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을 현지화하는 데에는 번역 이외에 다양한 일이 수반됩니다.

대본 만들기 Transcription

영상 대화를 텍스트로 옮기는 일입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녹취록을 작성할 때 많이 쓰지만 영상업과는 인연이 없죠. 해외에서는 교육, 학술, 조사, 홍보, 비즈니스 등의 목적으로 수요가 있고 한국어 transcription 수요도 제법 있습니다.

타임코드 작업과 스파팅 Time-coding and Spotting

영화나 드라마 대본은 주로 워드 문서로 아래와 같은 포맷으로 제공됩니다.

영상 대본 샘플

이렇게 긴 문장을 시청자가 보고 읽기 쉽게 자막 형식으로 나눈 후, 각 자막이 영상 음성과 똑같이 나타나고 사라지도록 시작 시간(in-time)과 종료 시간(out-time)을 지정해야 합니다.

대본스파팅후

문장을 짧게 나누는 일을 스파팅, 시간 지정을 타임코딩 또는 타임코드 작업이라 합니다. 이 작업을 번역하는 사람에게 맡기기도 하고 따로 사람 구해서 이것만 맡기기도 하는데 이 구인 광고도 국내에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자막 번역, 더빙 번역 Translation

영상 번역을 크게 자막 번역과 더빙 번역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자막 번역은 우리가 흔히 보는 영상 아래 두 줄 텍스트 번역이고, 더빙 번역은 성우가 녹음할 내용을 대본으로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감수 Editing/Proofreading

번역가가 번역을 완료하면 감수자가 우리말이 자연스러운지, 오역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보통 국내에서는 에이전시나 프로덕션 상주 직원이 맡는데 해외에서는 따로 감수를 구하는 공고가 많으니까 프리랜서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품질 평가 QA(Quality Assurance)

완성된 번역본을 최종 평가합니다. 용어 통일과 가이드를 잘 지켰는지, 문장이 읽기 쉽고 자연스러운지 등을 확인합니다. 품질이 매우 중요한 업체에서는 따로 QA를 섭외하기도 합니다.

‘감수랑 품질 평가는 뭐가 달라요?’라는 궁금증이 생길 텐데요, 사실 하는 일은 비슷합니다. 다만 감수는 번역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문제를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수정합니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야 완성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품질 평가는 이 완성본을 평가하는 것이 목표고요. (제가 설명한 영상 번역 QA 개념은 다른 번역이나 비즈니스 QA 개념과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청각 장애인용 자막 제작 SDH, CC

넷플릭스 국내 드라마를 보면 자막 설정 > 한국어 (CC)가 있는데 이를 선택하면

[경쾌한 음악]

어쩌지?

[쿠쿠와 챔프의 한숨]

그럼 제가 남을게요

[쿠쿠와 챔프가 놀란다]

(나나)

난 지난번에 갔다 왔잖아

너희 둘이 다녀와

이처럼 자막이 나오는 모습을 보셨을 것입니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인데요, 대사뿐만 아니라 화자, 배경 음악, 효과음 등 소리를 끄고 영상을 시청해도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도록 필요한 지문과 대사를 표시하는 것이죠. SDH(Subtitles for the Deaf and Hard of Hearing) 또는 CC(Closed Captions)라고 하는데 이를 위한 수요가 국내, 국외 모두 있습니다. 대본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은 결코 만만하지 않아서 번역 시간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되죠. 어쨌든 영상 번역가가 맡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일거리니 좋은 작업이죠. (단가만 맞는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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