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사이

작년에 아는 분께 부탁해서 한국에서 현판을 하나 주문해서 거실 벽에 달았습니다. 저희 집 명찰 같은 겁니다.

‘여우사이’는 옛날에 신촌에 있던 카페 이름인데 마음에 들어서 저희 집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사랑을 이야기하자’를 줄인 말입니다.

주문할 때는 ‘공연한 일을 하는 것일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고 배송 중에 캐나다 우체국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도착도 많이 지연되었지만, 막상 벽에 걸어두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저런 것을 주문한 이유는 저희 집에 이름을 붙이고 싶어서였습니다. 저희 집이 뭐 하는 곳인지 성격을 분명히 하고 싶었달까요.

물론 저희 집은 일하는 공간이고 먹고 자고 노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의미는 저희 부부의 사랑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야 하고요. 그래서 굳이 나무판에 한글과 영문으로 저렇게 못박아 박아두었습니다. 여기는 우리 부부의 사랑의 공간이라고요. 아이들을 키울 때는 아무래도 가정이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이들이 커서 독립해서 사는 지금, 저희 부부가 사는 이 작은 공간은 빈 둥지가 아니라 우리 부부가 서로 사랑을 나누며 사는 공간, 꿈을 꾸는 공간, 사소한 행복을 주고받는 공간임을 분명히 하고 싶었습니다.

저 현판을 건 지 이제 한 달이 되어가나 봅니다. 그 동안 특별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우사이’라는 말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그 동안 아내의 돌봄 덕분에 조금이나마 더 사람다와진 제 모습도 대견하고, 그런 아내의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저도 요리도 좀 더 자주 하고 아내 폰에 좋은 앱도 더 많이 깔아줘야겠다는 그런 시시한 생각들로요. 밖은 추워도 이 공간 안에는 돌봄과 배려의 온기가 넘치게 하고 싶습니다. 새해 결심 치고 너무 소박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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