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요율을 정하는 방법

어떤 일이 시간당 요율로 오게 되는 것인지, 나의 시간당 요율은 얼마로 정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떤 작업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에이전시는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물어오는 분이 가끔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런 문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일에 시간당 요율을 적용하는가

지금 번역업계에서 가격을 정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역시 단어당 요율인 것 같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이 분명하니까요. 소스 문서의 단어를 기준으로 하면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가격이 이미 확정될 수 있고, 타겟 문서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라도 서로 이견을 보일 여지 없이 객관적인 단어 수가 나오니까 깔끔하지요. 그러나 단어 수를 기준으로 번역료를 정하기가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문서 포맷이 너무 복잡한 경우: 이런 경우는 문서를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미 합의된 단어 수를 기준으로 하면 번역가가 손해를 보게 되겠지요.

 

업데이트 작업: 몇 만 단어짜리 문서가 이미 번역되어 있는데 소스 문서에서 몇 백 단어 정도가 업데이트되었기 때문에 타겟 문서를 그것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경우에는 앞뒤 문맥을 봐야 하므로 단순히 손을 대야 하는 몇 백 단어에 대해서만 지급을 받게 된다면 이것도 역시 번역가가 손해를 보게 되겠지요.

 

레이아웃 점검: 번역된 문서가 DTP 작업을 거칠 때 글자가 좀 망가지기도 하고, line break가 잘못되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해당 언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그런 오류를 스스로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그래서 번역가에게 레이아웃이 잘 되었는지 점검해 달라는 의뢰가 종종 옵니다. 이런 경우는 번역 작업이 아니니 단어당 지불을 받을 수가 없지요. 물론 단어 수도 나오지도 않고요. 하지만 예컨대 한국어를 모르는 DTP 작업자를 위해 일일이 영어로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설명하는 일은 실은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립니다.

 

프루프리딩: 프루프리딩은 대부분 단어당으로 받지만(대개 번역요율의 삼분의 일 정도), 그야말로 특정 부분만 봐달라든지, 논리적 오류만 봐달라든지, 특정 용어 사용에 대해서만 봐달라는 식의 요청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도 시간당으로 지불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적어보았지만 그 외에도 많이 있겠지요. 아무튼 표준적인 방식(단어당 요율을 바탕으로 가격을 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힘들거나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 hourly rate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간당 요율은 얼마로 정하면 좋은가

이런 질문의 저변에는 어떤 두려움이 있지 않나 하는 짐작을 해 봅니다. 자신이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시장상황을 잘 몰라서 터무니 없이 높거나 낮은 가격을 설정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말이지요. 그래서 잡을 수도 있는 고객을 놓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혹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데 오랫동안 낮은 가격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 혹은 고객이 나를 경험이 없는 완전 초짜로 취급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선 시간당 요율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주 쓰이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시간당 요율에 “시장 가격” 같은 것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십시오. 그저 자신에게 적당한 것이 정답입니다.

 

자신에게 적당한 시간당 요율은 어떻게 정할까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여러분이 가장 많이 하는 전형적인 번역 작업을 실제로 한 시간 해보십시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번역한 단어 수에 자신의 요율을 곱해 보십시오. 그게 바로 여러분의 시간당 요율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르지 않겠습니까? 어떤 사람은 한 시간 일해서 $20을 버는 사람도 있고 한 시간 일해서 $80 버는 사람도 있지요. 차이가 많이 난다고요. 그럼요! 당연히 많이 나지요.

 

시간당 요율을 자신의 일반적인 생산성과 일치시키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억울하지 않거든요. 예컨대 나는 보통 한 시간 일하면 $50을 버는데 시간당 요율이 $20로 정해져 있으면 그 사람은 일하는 내내 생고생한다는 억울한 마음이 들 겁니다. 왜 그런 마음으로 일해야 하나요? 그냥 시간당 요율을 $35로 올리시면 됩니다. 그러면 일이 오지 않을 거라고요. 그건 모릅니다. 또 설사 시간당 요율을 올렸기 때문에 일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맞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시간당으로 하는 일은 어차피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또 한 가지 생각할 점이 있습니다. 미니멈 차지에 대해서도 제가 이미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만, 시간당 요율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하려고 합니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시간당 요율 같은 것을 알아내려고 하지 마십시오. 이건 본인의 취향과 전략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어떤 고객과 몇 번 시간당 요율로 가격을 정하는 일을 해 보면 이 고객은 대략 어떤 일을 시간당 요율 방식으로 보내는지 알게 됩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반복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럴 때 여러분이 그 일을 귀찮아 하고 짜증이 났다면 뭔가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일 자체가 여러분에게 별로 맞지 않는 일이든지요. 그럼 답이 나왔습니다. 시간당 요율을 올리는 겁니다. 지금 시간당 요율을 $20을 받고 있다면 $35로 올려보십시오. (앞에서도 이미 말씀드렸지만 시장 가격이니 뭐니 하는 것은 잊어버리시고요.) 그러면 그 고객은 여러분에게 더 이상 그런 일을 보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보낸다면 75% 인상된 가격으로 일을 하게 되니까 그리 짜증이 나지 않을 겁니다. 둘 중 어떤 경우도 나쁘지 않죠. (어, 75% 올렸는데도 짜증이 난다고요? 그럼 너무 적게 올리신 겁니다. $45로 올리십시오.) 요컨대,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 일은 댓가를 더 많이 받고 일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여러분의 정신건강에 좋고 수입도 나아지는 길입니다.

 

 

어떤 작업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에이전시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어떤 일이 얼마나 걸릴지 일을 해 보기 전에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예상이야 해 볼 수 있지만 일을 하다보면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에이전시는 번역가에게 먼저 일을 하고 일이 끝나면 실제 작업 시간을 알려달라고 하는 수가 많습니다. (이런 때는 예상 시간으로 계산한 PO를 발행해 주었다가 나중에 그걸 수정해 주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금액이 없는 temporary PO를 발행해 주고 나중에 시간을 넣어서 금액을 확정해 주는 방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같은 작업을 많이 반복하는 에이전시들 중에는 작업에 걸릴 시간을 아예 할당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슨 대단한 계산 방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지금까지 번역가들이 이런 일은 이 정도 시간이 걸리더라’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할당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만약 5시간 할당을 받았는데 3시간 걸렸으면 잘 하신 겁니다. 5시간 할당을 받았는데 6시간 걸렸으면 ‘내가 좀 속도가 느린 건가?’ 하고 생각해 본 후 그냥 넘어가시면 됩니다. 5시간 할당을 받았는데 7시간 걸렸으면, “나 실제로 하는 데 7시간 걸렸으니 더 지불해 달라”고 요구하십시오. 대부분의 경우 2시간 분량의 금액을 더 보내 줄 것입니다. 만약 어떤 에이전시가 계속 시간을 적게 할당해 주면 어떻게 하냐고요? 답은 쉽습니다. 벌써 짐작하셨다고요. 맞습니다. 화를 내거나, 억울해 하지 마십시오. 그냥 hourly rate를 올리거나, 아니면 그 에이전시와는 hourly rate job을 아예 안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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