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넘어 스페인어를 1년 정도 배웠습니다. 알파벳부터 시작해서 한국에서 2개월, 페루에서 10개월 공부했는데 어린 시절, 언어를 배울 때와는 달랐습니다. 오랜만에 공부하려니 목에 담이 걸려서 고생도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10년 정도 한 후,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배웠던 목적은 페루에서 잠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페루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어학원에서 중급 코스를 마치고 나니 현지인과 스페인어로 소통하고, 혼자 페루와 콜롬비아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됐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한동안 원어민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4년 이상 스페인어를 안 쓰다보니 절반 이상은 잊어버렸습니다. (물론 덕질을 시작하기 전까지요…)

 

하지만! 스페인어에 쏟은 시간과 노력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영어번역을 하면서 여러 번 도움이 됐기 때문입니다.

 

  1.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긴 하나, 스페인어는 중국어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쓰는 언어입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5억 명이라고 합니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중남미 국가들은 대부분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영어가 아주 유창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스페인어권 사람들은 영어를 할 때 스페인어식으로 발음하고 문장을 구사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영어를 하면서 스페인어 단어를 섞어서 말할 때도 있습니다. 한국인도 외국어가 서툰 경우 한국어 억양이 섞이는 것처럼요. 또, 문법과 단어가 공통점이 많습니다. 스페인어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알아듣기 어려운 그들의 단어나 문장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1. 스페인어는 영어와 같은 어원, 라틴어가 어원이기 때문에 영어와 철자,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상당히 많습니다. 스페인과 중남미 여행에 관련된 잡지 영문기사를 번역할 일이 있었는데 지도상에 나오는 각종 지명과 음식 이름, 사람 이름 등 고유명사의 음독 표기를 할 때 더 정확하고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단어의 예)

 

Telephone = teléfono, Television = televisión,

 

Family = Familia, University = Universidad,

 

Exam = examen, Vacation = vacación

 

  1. 스페인은 세계 곳곳을 침략한 나라입니다. 땅덩어리가 어마어마하게 큰 중남미를 비롯해서 필리핀 같은 동남아 국가까지 정복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문화와 언어에 스페인의 문화와 언어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의 영어를 듣다 보면 그들의 언어인 따갈로그어가 가끔 튀어나오고 따갈로그어 안에 스페인어가 들어있습니다. 번역하는 도중 그런 말이 툭 튀어나오면 사전이나 구글 검색을 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그 문장의 맥락을 알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요즘 공부하며 사용하는 노트입니다. 표지 제목이 끌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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